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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들고 있는 시진핑의 ‘사면초가’ 변덕 외교 그 종착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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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들고 있는 시진핑의 ‘사면초가’ 변덕 외교 그 종착점은?

사진은 국경 충돌에 항의하기 위해 시진핑 사진과 중국 국기를 태우고 있는 인도의 반중국 시위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국경 충돌에 항의하기 위해 시진핑 사진과 중국 국기를 태우고 있는 인도의 반중국 시위대.

중국에 있어 2020년의 국제환경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중국의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인 미·중 관계는 지금 1979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에 있다. 특히 7월 들어 미국 정부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군사적 확장을 ‘위구르 인권법안’을 근거로 천취안궈(陳全国) 공산당 정치국원 등 고위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발동하는 한편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홍콩에 대한 특혜를 폐지하고 대만에 대한 새로운 무기매각을 승인하는 등 외교·군사 양면의 ‘중국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한편 경제에서도 미국 정부는 중국 제품에 대한 막대한 제재 관세를 지속하고 미국 기업의 중국 이전을 촉진하면서 화웨이에 대한 봉쇄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8일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떼어 내기)’을 언급했다.

이런 엄중한 현주소를 중국 측도 당연히 인식하고 있다. 지난 3일 인민일보계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 저우리(周力) 전 부부장의 논문을 게재했지만, 외부 환경 악화를 주제로 한 이글은 첫머리부터 미·중 관계의 극적 악화로 거론하며 미·중 간 투쟁의 전면적 에스컬레이트에 대비하자고 촉구했다. 공직에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전직 공산당 고위관계자가 투쟁이라는 말까지 꺼내며 미·중 관계를 논하는 것은 가히 이례적이다.

미국의 이웃인 캐나다와의 관계도 전혀 좋지 않다. 지난달 19일 중국이 2명의 캐나다인을 간첩죄로 기소하자, 캐나다 정부는 그것을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뤼도 총리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6월 26일 화웨이 간부로 캐나다 당국에 억류돼 있는 멍완저우(孟晩舟)와 이 두 캐나다인과의 교환을 거부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캐나다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또 다른 영연방국가인 호주와의 관계도 악화되고 있다. 본래 호주는 중국과 좋은 관계였다. 그러나 지난 4월 모리슨 호주 총리가 국제사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발생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자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중국은 5월 이후 호주산 보리 수입에 막대한 제재 관세를 매기거나 호주 여행을 자제할 것을 중국인들에게 호소하는 등 음해성 수단을 동원한 호주 ‘왕따’시키기에 나섰다.

이로써 중-호주 관계는 단숨에 냉각됐지만 6월 말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키자 호주 정부는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정지하면서 중국 측의 새로운 강한 반발을 불렀다. 호주 정부는 최근 중국의 더 큰 반발을 각오하고 홍콩으로부터의 이민 수락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 세상을 적으로 돌리고 있는 무모한 시진핑

중국은 영연방의 종주국인 영국과도 험악한 관계다. 전술한 홍콩 국가보안법의 성립을 받아 영국 정부는 300만 명의 홍콩 시민에 대해 영국의 시민권이나 영주권 신청을 가능하게 할 방침을 표명했다. 중국 정부는 그것을 ‘중대한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하고, 방침의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중국 측의 반발을 완전히 무시하고 7월 14일 마침내 5G 관련 설비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 정부에도 바로 직격탄이 되면서 큰 외교적 실패가 됐다.

아시아로 눈을 돌려도 중국과 일부 주변국과의 관계에 마찰이나 분쟁이 생기고 있다. 7월 16일 현재 중국 당국의 공공 선박이 94일 연속 일본의 센카쿠 주변 접속 수역에 들어갔으며 2012년 9월 센카쿠 국유화 이후 연속 일수의 최대를 경신했다. 그 가운데 중국 해경국의 배가 7월 2일부터 3일 밤까지 약 30시간 동안 일본 영해에 침입했다. 이는 센카쿠 주변의 일본 영해 진입 시간으로는 국유화 이후 최장이다.

일본 자민당 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7월 8일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 중단을 요청하는 결의안이 당 외교부회를 통과해 총리 관저에 제출됐다. 물론 중국 정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은 또 다른 아시아 강국인 인도와 본격적인 국경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6월 중순 국경지대에서 중국과 인도 군대가 서로 치고 받는 준군사충돌이 벌어져 인도군 측이 2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인도 내 반중 감정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중국 제품 보이콧 움직임과 대중 관계 재검토론이 인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상, 최근의 중국과 세계·아시아 주요국과의 관계의 현상을 점검했는데, 중국은 지금 세계 최강의 초강대국 미국뿐만이 아니라, 선진국인 영국, 캐나다, 호주나 아시아 주요국인 일본·인도와도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적에 둘러싸여 분전하고 있는 중국의 국제환경은 바로 중국발 사자성어인 ‘사면초가’에 가까운 상황일 것이다. 상술한 공산당 전 고관의 저우리가 ‘외부 환경의 악화’를 한탄하고 있는 것도 기우는 아니다.

중국과 주요국과의 관계 악화는 모두 중국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 자신 역시 큰 책임과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C라는 사람은 A라는 사람과만 싸우고 있다면 어느 쪽이 나쁜지는 잘 모르지만, 만약 C가 A와 B와 D와 E와 함께 싸우고 있다면 누가 봐도 이 C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디. C 자신의 이상함이야말로 여러 사람과 실랑이를 벌이는 원인임에 틀림없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바로 이 C에 해당할 것이다.

■ 사라진 중국 전통의 고도의 외교전략

예를 들면 호주의 경우 코로나19 발생원을 조사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에 대한 정당한 요구에 대해 갑자기 제재 관세 등의 괴롭힘이나 공갈을 한 것은 중국 정부다. 인도와의 국경 분쟁만 해도 인도군 전사 수가 많은 것으로 볼 때 중국군이 적극적으로 분쟁을 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본과의 영해 마찰에 대해서도 코로나19의 확산 이전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이 거의 확실했던 좋은 관계성을 감안하면 중국이 최근 몇 달간 왜 그렇게 집요하게 일본의 접속 수역이나 영해침입을 반복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일·중 관계를 일부러 깨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국제환경 악화, 주요국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한 주된 원인이 중국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주요국과의 관계를 스스로 깨뜨려 외부 환경 악화를 초래하고 있는가이다.

옛날 중국이라면 가장 능숙하고 전략적으로 외교를 진행하지 않았는가. 중국이라는 나라는 예로부터 이른바 외교전략과 외교술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금부터 2천 수백 년 전의 전국시대에 중국의 선인들은 ‘원교근공’이나 ‘합종연횡’ 등의 고도의 국제전략을 개발했다. ‘원교근공’이란 먼 나라들과 친분을 맺는 한편 인근 나라를 공격한다는 전략이다. ‘합종연횡’의 ‘합종’은 전국 7웅이 병립하는 가운데 진국 이외의 6개국이 제휴해 최강의 진에 대항하는 전략이지만, 거기에 대해 진국은 다른 6개국 몇 개와 개별적으로 연맹함으로써 ‘합종 연합’을 타파하려고 했다. 그것이 ‘연횡’의 전략이다.

이 두 국제전략의 착안점은 같다. 요컨대 많은 나라들이 병립하는 가운데 다수의 나라들과 동시에 적대하는 것은 극력 피하는 것, 그리고 적이 되는 나라를 하나나 둘로 좁혀, 다른 나라들과 제휴해 양호한 관계를 유지한 다음, 힘을 집중해 당장 직면한 적국과 대항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전략적 발상은 중국 공산당 정권에도 이어져 이들이 말하는 ‘통일전선 전략’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중국은 주적 옛 소련과 맞서기 위해 과거의 숙적 미국과 손을 잡고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까지 그 ‘통일전선’에 끌어들이려고 했다. 장쩌민 시대 때 중국은 한때 일본에 대해 상당히 적대시 정책을 취했지만, 한편으로 노력하여 미국과의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후진타오 시대 때는 중국은 전방위 외교를 주창하며 가능한 한 동료를 늘려 국제적 지위를 안정시키려 했다.

후진타오 시대까지는 무턱대고 적을 만들지 않고 주적과 맞서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나라들을 자기 진영에 끌어들여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 외교의 전통이자 불변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인 독재체제를 확립하고 외교 지휘권을 완전히 장악한 지난 수년간 중국 외교에는 과거의 전략성과 강도는 흔적도 없다. ‘일대일로’와 같은 허풍선 국제전략을 만연한 수법으로 펼치는가 하면 거의 무의미한 곳에서 다른 나라에 싸움을 걸어 적을 잇달아 만들어내고 있다.

■ 모처럼의 ‘連欧抗美’ 기회를 차버린 중국

그리고 첫머리에서 말했듯이 올여름 들어 무턱대고 적을 만들기만 하는 시진핑 외교가 점입가경에 접어든 것 같다. 미국이라고 하는 강적의 전면 공격을 앞에 두고, 본래라면 가능한 한 동료를 늘려 대처해 나가야 하지만 시정권은 그 정반대의 일을 하고 있다. 주적 미국과 싸우면서 캐나다, 호주, 일본에도 싸움을 거는 것은 이제 미친 짓이고 통일전선의 흔적도 없고 전략성도 없다.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와중에 아시아의 강대국 인도와 준군사적 충돌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물론 시진핑 정권은 통일전선의 전통을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다. 6월 22일 그는 미셸 유럽연합(EU) 대통령 및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화상 회담을 갖고 중국과 유럽이 세계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양대 세력이 되어야 하며, 세계 발전과 번영을 이끄는 양대 시장으로 다자주의를 견지하고 세계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양대 문명이어야 한다며 유럽과 연계해 제3세력(즉 미국)과 맞서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따지고 보면 시진핑의 ‘연구항미(連欧抗美·유럽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에 대항)’ 전략인 듯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주일 만에 시진핑이 취한 정치적 행보가 유럽과의 연대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으로 중국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 주요 선진국과의 관계가 균열된 것이다. 실제로 EU 외무장관 격인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7월 13일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해 EU가 대항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처럼 ‘연구 항미’ 전략을 고안하면서 스스로의 행동으로 그것을 즉시 무너뜨리는 시진핑 외교의 불가사의한 대목이다.

대만 정책도 그렇다. 2019년 1월 ‘일국양제’에 의한 대만통일을 자신의 대만 정책 간판으로 내세운 것은 시진핑이지만 그 후 현재까지 시 정부는 홍콩 문제에서 취한 행동 중 하나가 바로 ‘일국양제’의 기만성을 스스로 보이며 ‘일국양제’는 거짓말이라고 자백한 것과 같다. 급기야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스스로 ‘일국양제’를 완전히 무너뜨려 이를 통한 대만통일 구상을 무산시켰다. 자신이 내놓는 정책을 자신의 만행으로 깨부수다니 시진핑 외교는 이미 지리멸렬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러한 전략 없는 ‘변덕 외교’를 진행시켜 나간다면 중국의 국제적 고립은 더욱 진행되어, 중국에 있어서 외부 환경의 악화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착오가 아닐까 싶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