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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예산실 연일 문전성시…지자체장들 국비 확보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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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예산실 연일 문전성시…지자체장들 국비 확보에 사활

내년 예산안 방침 확정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연일 밀려드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방문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연간 500조 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주무르는 만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읍소'하고 있어 제대로 된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기재부 예산실 앞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지자체 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각기 다른 이유로 국비 확보를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기재부에서 지난달 27일까지 제1차 심의를 마치고 이달 29일까지 2차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기재부 예산실 앞이 부산스럽다는 전언이다. 매년 있는 일이지만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지자체장 선거에 더욱 극성스럽다는 것이다. 오는 2022년 4월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더욱 기재부를 찾는 지자체장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은 올해가 국비 확보를 통한 자신의 정치력 과시로 차기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입법·사법·행정의 국가권력을 모두 내준 미래통합당 지자체장들에서 유독 심하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이날 2021년 국비예산 확보를 위한 기재부를 찾았다. 권 시장은 안동임청각 역사문화공유관 건립(2억5000만 원), 점촌∼안동 간 단선철도 건설(5억 원), 계속사업인 용상~교리 국도대체우회도로 건설(600억 원),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74억 원), 마무리 단계인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한국문화테마파크 조성사업(77억 원), 중구1배수분구 도시침수예방사업(67억) 등에 예산 투입을 요청했다.

곽용환 고령군수도 지난주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한 세일즈 행정에 나섰다. 곽 군수는 구윤철 실장과 안도걸 예산실장, 김경희 행정국방예산심의관, 김유정 지역예산과장을 차례로 만나 고령군이 역점 추진하고 있는 실내체육관 건립사업(180억 원), 다산면 건강가족센터 조성사업(111억 원), 도시재생뉴딜사업(141억 원) 등에 대한 시급성과 당위성을 설명했다.

여당 소속도 만만치 않다. 김준성 영광군수는 기재부를 방문해 국비 482억 원을 건의했고 전북도를 포함한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사업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재부를 압박하고 있다.
기재부 예산실은 이맘때 쯤 가장 바쁘면서도 곤혹스러운 처지다. 어느 부처나 지자체 입장을 모두 들어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힘 있는' 법무부도 예외가 아니다.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기재부 예산실이 가장 무섭다. 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며 "나보다 한참 직급이 낮은 예산실 관계자들에게 커피를 사주는 등 '접대를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예산실 앞에는 스타벅스 등 외제커피 브랜드 상품을 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급기야 기재부는 음료와 커피 등을 사절한다는 안내문까지 내걸고 있다. 예산실이 있는 기재부 3층 엘리베이터 앞에 ‘청렴’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감사실 직원이 서서 커피나 음료수를 가져온 이들을 통제하고 있다.


장원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tru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