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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증여 4배 폭증…취득세 인상 예고에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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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증여 4배 폭증…취득세 인상 예고에 '속도전'

7·10대책 이후 서울 집합건물 증여 395.1% 증가
노원 9배, 도봉 6배 늘어…강남3구도 469.0%↑
지방세법 개정 추진 중…증여 행렬 이어질 듯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본 서울도심 아파트.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본 서울도심 아파트. 사진=뉴시스
정부의 7·10 대책 발표 이후 다주택자들의 증여가 급격히 늘어나며 속도전 양상을 띠고 있다.

정부가 '부의 대물림'이자 보유세 강화의 우회 통로로 지목된 부동산 '증여'를 차단하기 위해 '증여 시 취득세' 강화를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여당 주도로 세법 개정이 추진 중인 가운데, 법 시행에 앞서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주택을 물려주려는 시도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2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중순(11~20일) 서울에서 집합건물(아파트, 빌라 등)의 증여 신청건은 모두 2243건으로, 이달 초순(1~10일) 453건 대비 4배(395.1%) 늘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울 전반에서 증여가 급속하게 증가했다.

특히 노원구는 이달 초순 증여건수가 17건이었으나 중순에는 173건으로 917.6% 폭증했고, 도봉구도 같은 기간 9건에서 62건으로 588.9% 늘었다.

강남구는 58건에서 390건으로 400%, 서초구는 36건에서 188건으로 422.2%, 송파구는 35건에서 256건으로 631.4% 증가했다. 마포구는 16건에서 94건으로 487.5%, 용산구는 23건에서 93건으로 304.3%, 성동구는 17건에서 71건으로 317.6% 늘었다. 강남3구는 129건에서 734건으로 469.0% 늘고, 마·용·성도 56건에서 258건으로 360.7% 증가한 것이다.

증여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배경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규제 예고에서 시작됐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 부동산 보완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증여 쪽으로 돌아서는 문제점에 대해 지금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다주택자들이 증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세법 개정안에는 증여 시 취득세를 최대 4배로 높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부동산을 증여 받는 사람은 증여세(최고 50%)와 취득세, 인지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는 데, 이 중 상속이나 증여의 사유로 주택을 취득할 때 적용 받는 취득세율은 일반적으로 주택을 취득할 때와 다르다.

증여 시 취득세는 단일세율로 공시가격의 3.5%를 낸다. 이는 증여세와 취득세를 합쳐도 양도세(중과세율 현 최대 62%, 내년부터 72%)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다주택자들이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유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조정대상지역내 3억원 이상 주택을 증여 등 무상 취득하는 경우 적용 세율을 현행 3.5%에서 최대 12%로 올리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가운데 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되기 때문에 법안 통과 직전까지 증여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증여 시 취득세율 인상을 앞두고 증여를 서두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증여는 매매와 달리 단기간 내에 절차가 이뤄지기 때문에 법 통과 직전까지도 내년 세금 부담 증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증여 여부를 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뉴시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