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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북한 정찰총국이 대규모 자금 세탁하는 수법...위장회사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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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북한 정찰총국이 대규모 자금 세탁하는 수법...위장회사 이용

북한의 대외공장을 총괄하는 첩보기관인 '정찰총국(RGB)'이 위장회사를 세워 북한 은행을 대신해 대규모 자금 세탁을 하는 데 이용했다는 미국 연방 검찰의 소장이 공개됐다. 북한의 정찰총국과 은행들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이어서 대외 금융거래가 금지돼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제재 대상인 북한 은행들을 대신해 미국달러화를 세탁한 기업 자금 237만 달러 몰수 소송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연방검찰이 23일(현지시각) 북한 정찰총국을 북한의 대규모 자금 세탁 배후라고 지목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연방검찰이 23일(현지시각) 북한 정찰총국을 북한의 대규모 자금 세탁 배후라고 지목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국 연방 검찰이 지난 23일(현지시각) 공개한 소장에서 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총 4개의 익명 기업을 지목하고 이들이 불법으로 거래한 237만 달러 몰수를 요청했으며 이중 핵심 기업 2곳이 정찰총국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고 25일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는 23일 보도자료에서 미국 워싱턴DC연방지방법원에 이날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북한 은행들은 4개의 기업이 불법 세탁한 자금을 북한 정권을 위한 물품 조달 ,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법적 접근을 위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은행들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20차례에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제재 대상 목록에 포함된 기업 등과 한 돈세탁 거래에 이들 4개 기업들을 이용했다고 소장은 밝혔다.

이들 4개 기업은 회사 1,2,3,4로만 소장에 기재됐다. 이들이 불법 거래한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 기업들로는 벨머 매니지먼트(Velmur Management Pte. Ltd), 단동즈청금속회사(dandong Zhicheng Metallic Material Co.) 북한 대외금융업무를 총괄하는 조선무역은행(Foreign Trade Bank)의 위장 지부 등이 포함됐다고 소장은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17년 8월 22일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벨머 매니지먼트가 북한에 러시아산 석유를 조달했고, 중국의 단동즈청금속회사는 북한에서 석탄을 구매한 뒤 그 수익금을 돈 세탁해 핵과 미사일 부품 구매에 사용했다며 제재 목록에 올렸다. 북한 조선무역은행은 지난 2013년 북한의 핵 확산 조직망에 자금 조달 혐의로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사법당국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의 도움을 받아, 돈세탁 자금 총 237만 달러가 미국 금융망을 통해 미국 제재 대상인 이들 기업들에 최종 송금되는 과정 등을 포착해 이번 몰수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1, 2의 불법 금융 행위에 관해 청구한 금액이 약 191만 달러로 전체 몰수 청구액의 80%가 넘는다고 밝혔다. 회사 1, 2는 북한의 군부 하에 있는 정찰총국 관리의 지시와 지도에 의해 운영됐다고 연방검찰은 설명했다.

연방 검찰은 정찰총국 관리가 자금 세탁과 연관이 있는 청구서와 계약을 주고받고 회사 1, 2에게 관련 대금 지불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정찰총국 관리가 수백만 달러의 지불 대금을 추적하고 있었고, 대금 전달 대상자 중에는 중국의 주요 정유 회사인 수니코 (Sunico)가 포함돼 있다.

미 검찰은 정찰총국 관리가 회사 1, 2에게 사업 거래를 쉽게 할 ‘조작된 기록’을 만들 것이라고 통보했다면서 “이런 관행은 흔히 미국 달러에 대한 국제 전신 송금을 위한 증빙 서류를 요구할 수도 있는 은행들을 속이기 위해 행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검찰은북한이 전 세계에 설립된 ‘위장 회사’를 이용해 자금 세탁을 하는 수법도 공개했다.

북한 당국은 우선 지불 대금 거래에서 미국 달러를 이용한다. 이후 ‘조선무역은행’ 등 북한 은행들이 해외 은행 지점 대표들과 협력해 달러 대금을 처리하기 위해 ‘위장 회사’를 설립한다. 이 위장 회사 소유주 등 관계자들은 북한의 위장 회사들이 미국 달러로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번에 지목된 4개의 익명 기업은 제재 대상 북한 은행과 이들이 설립한 위장 회사의 중간 매개자로서 활동했다.

북한 은행들은 위장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해 4개의 기업을 이용했고, 이들은 위장 회사 뿐 아니라 기존 미국 제재 대상 기관들에 대금을 지불하거나 받았다.

가장 큰 규모의 자산 몰수 대상자로 지목된 회사 1은 북한 은행을 위해 2017년 5월26일부터 6월6일 까지 11일간 12곳의 기관과 16차례의 금융 거래를 했다. 거래 금액은 미화 182만 7000달러 이상이다. 이 불법 거래에는 조선무역은행의 태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선양, 쿠웨이트 등의 해외 사무소가 설립한 위장회사 혹은 관계자들이 개입했다. 회사 1은 미 제재 대상인 싱가포르의 ‘벨머 매니지먼트사’와 거래를 했는데, 벨머 매니지먼트 사는 조선무역은행의 블라보스토크 사무소가 세운 위장 회사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닐 바티야 연구원은 "제 3국에 설립된 위장 회사와 중간 매개자를 이용한 자금 세탁은 제재를 회피해 자금의 출처와 최종 목적지를 숨기려는 북한 정부의 행동 양태과 일치한다"면서 "이번 소송은 제 3국의 사법 기관들과의 공조를 기반으로 가능했으며, 금융 기관에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