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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빅딜?’…HDC현산 아시아나 재실사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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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빅딜?’…HDC현산 아시아나 재실사 의도는?

한 달여 만에 침묵 깬 HDC현산 ‘3개월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
아시아나 손실 급증·추가 차입·부실회사 자금지원 등 재확인 필요
산은·금호 ‘재실사’ 수용 여부에 시선 집중…거부시 ‘노딜’ 가능성
사실상 인수 마지막 절차 돌입…‘노딜’ 끼워맞추기 위한 '카드'?

[자료사진=아시아나항공]이미지 확대보기
[자료사진=아시아나항공]

항공업계 ‘빅딜’로 꼽히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사실상 막바지로 치닫는 모습이다.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HDC현산이 인수 재검토를 선언한 이후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인수 협상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DC현산의 원점 재검토 이후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신경전을 벌였지만 한 달 이상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지난 23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선언 직후 그간 침묵을 지켜온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가 어떤 함의를 담고 있는지에 의견이 분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인수가격 막판 조율 아니냐는 관측과 동시에 제주항공이 ‘노딜(인수포기)’ 물꼬를 트면서 눈치를 보던 HDC의 ‘노딜’ 명분쌓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기업결합 등 인수 관련 절차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HDC현산의 요구는 인수 성사 여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 HDC현산 “사실확인과 인식차 해소가 인수 재협상 출발점” 강조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인수상황 재점검을 위한 재실사를 요구했다.

HDC현산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했다”며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당 컨소시엄의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에 속히 응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HDC현산이 제시한 재실사 기한은 8월 중순부터 3개월가량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통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정상화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최초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HDC현산의 재실사를 통해 확인해 보겠다는 사안들은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차입금·당시순손실 급증 이유 △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 당시 매수인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회사에 대한 대규모의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 전환사채 상환시 계열사에 부담이 전가된 점 등이다.

이에 HDC현산은 “자세히 살펴보아야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이와함께 인수상황 재점검도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의 2019 회계연도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인 점 △부채가 2조 8000억 원과 1조7천000억 원 추가차입이 진행되고 있는 점, △영구전환사채의 추가발행으로 매수인의 지배력 약화가 예상되는 점 등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와 계열사 간 저금리 차입금 부당지원 문제, △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문제, △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사모펀드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 등에 관한 확인 요청도 포함됐다.

HDC현산은 “지난 4월초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정식 공문을 발송하여 재점검이 이뤄져야 할 세부사항들에 대하여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다”면서 “10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충분한 공식적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HDC현산은 “최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약상 아무런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거래종결일을 지정해 당 컨소시엄에 통보했다”며 아시아나항공이 계약해제에 대비한 TFT(태스크포스팀)를 운영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금호산업이 계약해제를 통보할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를 거론 강한 불쾌감까지 드러냈다.

그러면서 HDC 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하고 그동안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HDC현산은 “거래종결의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종결을 요구하는 건 계약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인수계약 당시에 제시된 상황과 실제 상황과의 차이에 대한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정확한 인식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인수조건 재협의의 출발점이 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산은·금호, HDC현산 요구 응할지 주목…신경전 최고조


이날 HDC현산의 보도자료는 최근의 인수 지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책임이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공식적 반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HDC현산이 요구한 3개월간의 재실사를 수용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HDC현산의 요구를 신업은행과 금호산업측이 거부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무산될 공산이 크다.

HDC원점 재검토 요구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은 이미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그간의 공문과 자료를 통해 이미 해명했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는 자칫 감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앞서 HDC현산의 재협상 요구에 산업은행 측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논의하자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고, 이동건 산은 회장도 “만나서 얘기해야 상호 신뢰가 전제되고 충분히 안전하게 딜을 끌고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해 재실사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HDC현산의 재실사는 인수 협상과는 성격상 다른 문제다. 그간의 문제 됐던 점을 재검토하고 추가적 사안까지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어서 인수 가격 재협상을 향한 수순밟기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