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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러시아의 EAC 인증제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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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러시아의 EAC 인증제도에 대하여

장정우 지사장 현대건설기계 모스크바 지사

EAC인증이란



EAC인증이란 Eurasian Conformity의 준말로서 EAEU(Eurasian Economic Union) 출범과 함께 제정된 인증 마크이다. 이 마크를 부착한 공산품은 역내 기술 요구 사항을 통과하고 제조사에서 보증을 제공하는 제품으로 역내 5개국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1억8000만 소비자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기존의 인증마크들은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갑작스레 각 국가별로 적용된 인증으로서 실제 내용은 구소련 시절부터 큰 변화없이 이어져 왔다는 측면에서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기존 인증을 대체하고 국제적 흐름에 맞도록 기술 규정을 개정하고 2009년부터 준비해 2013년에 발표된 것이 EAC 마크이다.

<그림1. EAC인증마크>


아울러 EEAU 5개국간 상호 다른 공산품 품질 인증체계를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로서 역내 판매를 위해서 개별국가 인증대신 통합된 인증마크를 부착하는 것이다. 국가별로 다른 인증 체계를 하나로 통합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한 국가 내에서도 각기 다른 기관에서 별도로 부여하던 인증 체계를 하나의 인증 체계로 묶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역내 통합 인증이라는 측면에서는 유럽의 각국의 인증 체계를 통합한 CE인증과 유사하며, 한 국가 내에서의 개별 인증을 통합한 것으로 보면 한국의 Q, 검, 안전 등의 마크를 통합한 KC인증체계와 유사하다. EAC인증은 기술 규격은 별도로 하더라도 인증 체계의 틀은 CE인증 체계와 유사하다. 유럽 성향의 특징을 가진 러시아, 벨라루스가 주축이 돼 만든 인증이라는 점에서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도 자가 선언과 Certificate 획득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EAC인증의 목적



각 국가별 공산품 품질 관리 체계를 선진화하고 역내 소비자들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다. 이에 더하여 역내 국가 내에서 생산된 제품의 (즉, 수입 물품이 아닌 제품) 유통을 활성화하는 것에 2차적 목적이다. 1차 목적의 의도는 질 낮은 제품의 유통으로 인한 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 중국 등지에서 아무런 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의 수입으로 인해 화재, 감전이 발생해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있었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화장품(메탄올로 제조된 화장품)으로 만든 보드카를 마시고 잔칫집이 초상집으로 바뀐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고는 수도나 대도시 보다는 지방 소도시나 접경 도시에서 보통 발생한다. 하지만 아직 인증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일반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1차 목적의 달성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교육 수준의 향상, 인증의 신뢰성 향상 및 인증을 통한 혜택이 실질적으로 발생할 때 인증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2차 목적인 역내 생산 제품의 유통 활성화가 더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증발급을 외국 기업에 어렵게 적용하면 이러한 목적은 쉽게 달성가능하다. 특히 EAEU 5개 국가의 공산품 생산 역량이 경쟁국에 비해 낮다는 측면 그리고 EAEU 내에서 러시아의 공업 역량이 독보적으로 발전한 국가라는 측면에서 러시아가 이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경제적 의도와 함께 정치적 의도가 내재돼 있다고 추론 가능하다. 정부 입찰, 공기업 구매 등에서 EAC인증 획득이 필수적이고 EAC인증 획득을 위해서 현지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러시아를 비롯한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증 기관의 역할과 역량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는 이러한 목적도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즉 현재까지는 EAC인증 발급을 위한 절차의 관리와 규정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미부착 업체나 위장 부착 업체에 대한 단속은 실질적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EAC인증 절차


EAC인증마크를 부착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의 두 가지가 있으며 편의성과 비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EAC 자가 선언(DoC: Declaration of Conformity)의 경우 EAC규격을 만족함을 제조자 혹은 수입자가 선언하는 것으로 1회성 혹은 소규모 물품의 제조,수입에 적합할 수 있다. CoC인증 대상 외 품목은 DoC를 받아야 한다. EAC CEritificate 획득(CoC: Certificated of Conformity)의 경우는 EAC규격을 만족하는지를 심사받고 일정기간(보통 5년)동안 해당 마크를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잦은 수출과 수량이 많은 물품을 수출할 때 유리하다. CoC를 받아야 하는 품목은 EAC사무국 홈페이지에 명기돼 있으나 식품이나 피부에 닿는 제품과 기계류 등 위험물과 관련된 제품들이 그러하다.

상기 어느 절차든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현지에서 심사를 대행할 대표자 혹은 법인이 있어야 한다. 각 제품별 러시아에서 요구하는 적합성 테스트(시험)를 수행하고 시험성적서를 제출해야 한다.

DoC 및 CoC의 취득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 인증대상 품목의 HS Code 및 러시아 ОКП (OKP)번호[ОКП- ТН ВЭД(HS code)] 확인
② ОКП (OKP) 번호에 해당 규격 확인
③ 해당 규격 요구 기술 문서 작성
④ 자기 선언서 (DoC) 작성: 기술문서가 규격에 부합함을 선언
⑥ 심사원 심사 및 인증기관에 보고서 제출
⑦ 평가원은 DoC와 심사원 보고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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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공장 심사 – CoC만 해당
⑨ 공장 심사와 DoC 보고서를 바탕으로 CoC 발급 – CoC만 해당

자가선언과 Certificate 획득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장 실사의 유무이다. 자가선언은 공장 실사가 없는 반면 Certificate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공장 실사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DoC선언만으로 EAC인증마크 사용 가능한 품목이 있으며 반드시 CoC를 받아야 하는 품목이 있다. 인증 유효 기간은 보통 5년이나 품목별로 상이할 수 있기에 심사 시점에 해당 규정을 다시 확인할 것을 추천한다.

EAC인증의 문제점



1) 정보 접근성 제한

해당 인증을 받기위해 가장 어려운 점은 어디서 정보를 취득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Eurasian Economic Eunion Commission(EAEU 경제위원회) 홈페이지(www.eurasiancommission.org)에 정보가 있으나 영어로는 제한적인 정보만이 기재돼 있다. 대부분의 문서가 실무적으로 필요한 세부 규정을 나열하고 있으며, 세부 규정은 러시아어로 별도 검색을 해야한다. 아래의 예를 들면 트랙터를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의 예를 들어보면 우선 기계류 항목을 검색하면 71p 짜리 PDF문서를 찾게 된다. 해당 문서에서 트랙터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규정 번호와 규정 번호가 다루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각 규정을 일일이 검색해 어떤 점을 요구하는지를 문서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은 러시아어로 진행된다. 하기의 문서는 그중의 일부로서 이런 문서를 각각 찾아 들어가서 트랙터에 해당하는 정보가 맞는지, 맞다면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검토가 진행돼야 한다.이를 영어로 표기한 자료는 온라인상에서는 찾기 어려운데 이런 문서를 인증업체들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번역했기에 고객에게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림 2. EEAU Economic Commission 내 기술 자료 검색: 기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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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트랙터 관련 기술 요구 사양 중 일부>



이후 취합된 정보를 러시아어로 작성해 제출하고 보완 혹은 질의에 응해야 한다. 영어로 작성해서 제출해도 번역 공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2) 인증과정의 불투명성

다른 문제는 인증 획득에 실패했을 때 어떤 요인으로 인해 인증을 받지 못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EAC인증이 가지는 목적 두 번째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EAC의 확대를 위해 인증 발급에 제약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이 잘 알려진 기업의 경우에는 EAC 인증이 상대적으로 쉽게 나오는 반면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인증 발급에 엄격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이의 제기나 질의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이다. 최악의 경우 인증 절차를 처음부터 새로이 시작할 것을 요구받는다.

3) 인증의 필요성

EAC인증이 해당 국가에서 가지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EAC인증을 받지 않은 업체는 역내 제품 판매에 제약을 받아야 하나 현실적으로 많은 공산품들에 EAC인증이 부착되지 않은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러시아 및 EAU 국가내에서는 병행 수입이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해당 제품들은 EA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현재의 인증 체계는 정부 납품 및 기존 유통망, 즉, 소비재의 경우 슈퍼마켓이나 약국을 통한 유통망 같은 네트워크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인터넷 유통이나 자체 유통망을 갖춘 제품의 경우에는 인증을 부착하지 않는다고 유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인증을 받았다고 판매가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통관을 위한 목적이기에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4) EAC인증 심사원 및 기관의 자격

EAC인증 심사를 위한 기술 요건을 인증 기관에서 진지하게 검토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아울러 인증 및 실사를 진행하는 인원들이 적합한 자질을 가진 전문 심사요원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CoC를 받기 위한 공장 심사에 일주일을 배정했지만 실제 공장 심사는 하루만 진행됐고 나머지 기간은 심사요원들을 위한 관광일정으로 채워진 사례가 있다고 한다. 해당 심사원들은 공장 실사 마지막날 해당 업체가 가진 모든 인증서(ISO, CE, UL, KS, JIS 등) 사본 제출을 요구했으며, 이후 EAC인증은 기존에 인증을 받은 제품 리스트에 한해서 나왔다고 한다. 아울러 DoC로 가능함에도 CoC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실사비용과 심사비용을 과다 청구하는 경우고 발생하고 있다.

EAC인증 획득을 위한 제언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국은 선진국이 돼 있다. 어디서나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각종 인증 획득에 필요한 사항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정보 공개 청구에 이르지 않더라도 인증 실패에 대한 사유는 친절하게 안내받는다.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그리고 해당 정보를 통해 인증을 받아 줄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는 경우를 흔하게 마주할 수 있다. EAC 사무국에 문의를 넣어도 메일 회신을 받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언어적인 문제와 함께 외부인에 대한 경계로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서 출장을 가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리며, 매번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출장을 가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출장을 오가며 직접 해결하려고 해도 원래 계획했던 인증을 받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EAC인증을 받기 위한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현지 EAC인증 대행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증 대행 업체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고객이 원하는 방법을 컨설팅해주고 있으며 특히 EAC가 러시아를 향하는 수출 기업의 수요가 많은 점을 알기에 언어 문제에서도 영어가 가능한 인원이 배치되는 등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에 수월하다. 즉, 문의와 대응까지는 수월하게 가능하지만 인증 세부 절차에 들어가면 인증 심사원들이 전문적인 용어에서는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마주칠 수 있으며 시험 성적서 등 각종 서류의 러시아어 번역 공증(번역과 공증의 비용은 생각 이상으로 높다)의 문제에 부딪힌다. 특히 인증 심사비용은 저렴하게 책정하고 번역 공증 비용을 이후 건마다 청구하면서 가격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EAC인증을 위해서 현지에 법인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인해 결국은 수입업자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한국 업체의 EAC인증은 현지 수입 대리점들에 의해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흔한데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의해야 한다.

첫 번째, 인증에 대한 소유권을 누가 가지느냐 하는 점이다. 수입업자가 인증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경우 향후 수입업자와의 분쟁 발생 시 인증을 볼모로 수출업자를 협박할 수 있다. 해당 인증에 대한 소유권은 수출자가 가져야 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부터 이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비용 정산의 문제이다. 첫 번째 조건과도 연결되지만 누가 더 많은 혜택을 가지고 가느냐에 따라 비용에 대한 분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비용에는 EAC Certificate의 경우 한국 공장 실사를 위한 출장료(항공, 숙박, 식사 및 부대 비용) 등이 포함된다. EAC인증 심사원이 한 명이 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소 두 명 이상이 방문하며(인증 심사원 2명) 수입 대리상 인원(최소 1명)까지 포함하고 한국에서 수행 인원과(수출업체측 2명) 통역 인원(1명)까지 포함 시 인증 심사를 위해서는 최소 5~6명 이상의 팀이 구성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중에서 최소 3명 정도의 항공비와 호텔 체류비를 부담하는 것은 심사를 받는 업체측에서 부담할 수 밖에 없다. 계약 단계에서 호텔 및 항공 예약 역시 인증심사업체가 정하는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 인증심사업체의 임원급이 자신들의 회사는 6시간 이상 이동 시 비즈니스클래스 이용을 원칙으로(모스크바-서울 9시간 소요) 한다고 하면서 청구서를 제출하는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다.

세 번째, 인증 유효기간 만료 시 대응 방안이다. 인증 기간 만료 시 해당 인증을 갱신하기 위해서 새로운 인증 대행업체를 설정할지, 기존의 업체를 계속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한번 인증 대행업체가 관여하게 되면 이후 교체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기존에 인증을 위한 정보나 특이 사항을 알고 있으며, 인증 대행업체와 인증 기관과의 관계가 특수할 경우 새로운 인증 업체에 대한 견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초 5년간은 Certificate of Conformity로 대응하고 이후 1~2년은 자가 선언 후 새로운 CoC를 위한 인증 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네 번째, 가장 현실적이며 쉬운 방법으로 국내 인증 대행기관과 협력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현지 인증업체와의 협력시 발생하는 문제는 러시아에서 사업 경력이 오래될수록 그리고 러시아어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할 수록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업체들에 주로 생긴다. 러시아 CIS국가와의 교역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국내에서도 EAC인증 업무를 대행해주는 업체가 3~4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가 출연 연구소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수출 진흥을 위해 공익적 목적으로 시작됐고 이제는 민간 업체도 상당한 수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및 CIS국가와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다보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업무 속도가 됐든, 일하는 방식이 됐든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과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을 지인데 하물며 언어가 다른 외국인과 일하는 것은 예기치 않은 애로사항을 가져온다. 한국 업체의 기준에서는 TFT를 구성하고 인증 획득에 소요되는 시간이 3개월 이상 장기화 된다면 회사의 기준에서는 시간이 오래 소요되며, 번거로운 일로 간주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담당자 한 명, 책임자 한 명 그리고 한국에 소재한 인증 대행업체를 선정해 한국어로 된 안내문과 함께 주요 교신을 인증 대행업체에서 진행한다면 기업은 제품과 시험성적서에 집중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위험 요인에 대해서도 대응이 수월하다. 다만 한국 인증 업체를 통한 인증 획득은 현지 업체를 직접 접촉해 업무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높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맺음말


인증이라는 것은 단순히 남의 것을 따라한다고 해서 정착되는 것이 아니다. 산업 기반이나 국가의 정책적 의지가 없다면 흉내내는 것만으로 인증의 인식, 활용, 발전이 이뤄지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해 품질관리에 관한 자격증이나 관련 법령이 정비돼 왔다. 이는 다시 제조업 발전을 이끌어 내면서 선순환적인 구조가 정착됐다. 그러는 사이에 일반 소비자들까지 인증에 대한 개념을 체득해 내재화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우리가 흔하게 보는 KS, KC, 인증은 일반적으로 공정하고 정확한, 신뢰도 있는 인증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엔 ISO인증 대행업체가 없어 외국 업체에 의지해 ISO인증을 받아왔다. KS인증은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에서 상품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일본의 JIS인증 마크를 부착, 활용했다. 격세지감으로 지금은 JIS인증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의 인증 체계 및 인증의 공신력이 발전했다.

EAEU 국가 내에서는 91년 이전 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규정이 이후에도 큰 변화 없이 적용되고 있다. 위에 예를 든 트랙터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세부 기술 요구 사양은 GOST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GOST 체계는 러시아 표준협회의 인증체계로서 EAEU의 인증 체계를 러시아가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나마 GSOT 체계의 상당 부분은 구 소련시절부터 이어져온 국가 규격과 일맥상통하고 있기에 타 CIS국가들에서는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 바뀌지 않았기에(변화가 적었기에) 그나마 수용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한때 공산권의 리더였던 소비에트 연방의 폐쇄된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했던 러시아 제조 업체들이 위상을 되살리려는 러시아 정치권의 의도가 숨어 있는 듯 하다. 결국 EAC인증엔 경제적 목적보다 정치적 의도가 더 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EAEU는 향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CIS국가들의 추가 가입이 예상되기에 성장 잠재력이 높다. 해당 국가 내에서 Made in Korea의 위상이 선진국 시장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부터 EAC인증을 통해 장기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국가적인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