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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향수 자극' 레트로·도트 그래픽, 모바일 시장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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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향수 자극' 레트로·도트 그래픽, 모바일 시장 홀렸다

1990년대 PC 게임 감성 그대로…따뜻한 2D 도트 그래픽 디자인 '유행'
바람의 나라: 연·가디언 테일즈 등 도트 그래픽 기반 게임 '인기몰이'
리니지 시작으로 뮤·라그나로크 등 원작 기반 게임 인기 연내 지속될 듯

최근 큰 인기를 얻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 '레트로 열풍'을 이끄는 모바일 게임 4종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람의나라: 연, 가디언 테일즈, 뮤 아크엔젤, 라그나로크 오리진.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큰 인기를 얻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 '레트로 열풍'을 이끄는 모바일 게임 4종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바람의나라: 연, 가디언 테일즈, 뮤 아크엔젤, 라그나로크 오리진. 사진=각 사
인기 모바일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2D 도트 그래픽’이 될 전망이다. 과거 PC게임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모바일 신작들이 앱 마켓 상위권을 포진하면서, 도트 그래픽 기반 게임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레트로(복고) 열풍은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4일 모바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앱 마켓 게임 매출 순위 상위권 상당수 게임은 기존 PC게임 원작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앱 최고 매출 순위 1~20위 게임 중 10종은 PC게임 원작 토대로 개발됐다.
특히 화려하고 세밀한 디테일의 3D 그래픽과 달리 투박하지만 따뜻한 느낌의 2D 도트 그래픽으로 디자인된 게임들이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15일 정식 출시된 넥슨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 연' 역시 PC게임 '바람의 나라' 당시의 도트 그래픽을 현 기술에 맞게 재구성했다.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됐지만, 게임 실행과 동시에 예전 PC게임에서 보던 맵과 캐릭터, NPC의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타이틀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시그널 음악도 그대로다. 게임은 출시와 동시에 큰 호응을 얻으며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앱 매출 순위 2위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출시 이후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2위 자리에 '리니지 시리즈' 외 게임이 자리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디언 테일즈 게임 이미지. 사진=카카오게임즈이미지 확대보기
가디언 테일즈 게임 이미지. 사진=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한 '가디언 테일즈'도 2D 도트 그래픽, 레트로 콘셉트를 내세운 모바일 RPG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게임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탐험하는 RPG 퀘스트, 전투 등을 중심으로 스테이지를 풀어가는 재미를 살렸다. 지난달 16일 비교적 큰 마케팅 행사 없이 조용히 출시된 게임은 대대적인 마케팅 없이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7위에 오르며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달 28일 카카오게임즈는 이 게임을 전 세계 230여 개국에 동시 출시, 글로벌 인기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상반기 내내 이어진 현상이다. 일례로 5월 말 출시된 웹젠의 모바일 MMORPG ‘뮤 아크엔젤’은 ‘뮤 온라인’ 기반 모바일 게임으로 6월 초 최고 매출 게임 3위에 오른 후 2개월 이상 3위권 순위를 유지 중이다. 원작의 그래픽과 디자인을 재현해 기존 게임 팬들의 호응을 얻은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초 출시돼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출시 당시 “라그나로크 IP의 정통성을 가장 잘 계승한 모바일 게임”이라면서 원작 정통성을 강조했다. 현재 게임 순위 5위권을 사수 중이다. 넥슨의 또 다른 흥행작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역시 인기 PC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의 모바일 버전으로 남녀노소 이용자의 인기를 얻었다.

하반기에도 '레트로' 바람을 타는 게임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 주자는 엔씨다.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는 PC게임 IP 기반의 모바일 신작 '트릭스터M'을 연내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출시예정 신작 '트릭스터M'. 사진=엔씨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엔씨소프트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출시예정 신작 '트릭스터M'. 사진=엔씨소프트

트릭스터M 역시 원작 재미를 최대한 살려 개발된다. 디자인 전반을 2D 도트 그래픽으로 구성하고 당시 인기를 얻었던 '드릴 액션' 등 다양한 원작 콘텐츠를 구현한다. 2014년에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완결 내지 못했던 스토리도 이번에 끝을 낼 계획이다.

지난달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성구 엔트리브소프트 총괄 프로듀서는 "트릭스터M은 원작에 리니지다운 배틀 커뮤니티를 더해 '귀여운 리니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니지와 같은 방대한 열린 세계를 구현해내면서도, 아기자기하고 가벼운 느낌의 MMORPG로, 새로운 이용자층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산업 전반에 부는 '레트로' 바람은 게임 업계에서는 안정적·효율적인 선택지라는 측면이 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IP를 창작해 개발한 게임을 통해 인기를 얻는 것보다 보유한 인기 IP로 게임을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한 선택지"라면서 "산업 측면에서 좋은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개발력이 뒷받침됐다는 전제하에 원작 IP 기반 게임은 확실히 더욱더 많은 게임 팬들을 얻고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