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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한진重, 한동안 외면한 크레인사업 다시 수주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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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한진重, 한동안 외면한 크레인사업 다시 수주한 까닭?

경영난에 몰려 항만사업 재개...'과거 영광' 되찾는다

두산중공업이 2006년 부산신항에 공급한 크레인이 작동 중이다. 사진=두산뉴스룸이미지 확대보기
두산중공업이 2006년 부산신항에 공급한 크레인이 작동 중이다. 사진=두산뉴스룸
두산중공업과 한진중공업, 두 업체가 15년 만에 크레인 수주에 성공했다.

두 업체는 그동안 화력·원자력 발전, 신조선 건조에 기업 역량을 집중해왔기 때문에 크레인 수주 행보에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공업계는 2010년대 후반이 되면서 점차 쇠퇴의 길을 걸어왔다.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외에 살아남은 업체는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두산과 한진은 기존에 주력해온 업만으로 회사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한동안 경시했던 크레인 사업부문에 진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두 업체는 2005~2006년까지 항만 설비를 제작해 이 분야에서 명성을 떨쳐왔다. 특히 두산중공업의 전신 한국중공업은 항만 설비 업체 가운데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유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까지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국내 중공업체들은 전세계 항만 설비의 30~40%를 점유했다. 지금은 중국 업체들이 이 시장을 차지했다. 중국의 낮은 인건비 때문에 국내 중공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밀린 점도 있지만 항만 설비보다 더욱 매력적인 시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항만 설비를 제작하기보다 신조선 건조 사업에 비중을 뒀다. 그도 그럴 것이 크레인과 같은 설비 수주금액은 800억~1200억 원에 그친 반면 신조선 건조 수주금액은 척당 1500억 원을 넘어가고 시리즈로 4~8척씩 건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은 신조선 건조에 회사 역량을 집중시켰고 2006년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진출해 덩치를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수빅조선소는 자본 잠식에 빠져 운용이 중단됐고 한진중공업은 먹거리 확보에 내몰리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 속에 한진중공업이 항만 설비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진중공업은 2022년 초 까지 크레인 34기를 부산항만공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도 마찬가지다.

두산중공업은 2005~2006년에 크레인을 공급한 후 15년 만에 크레인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까지 화력·원자력 발전 수주에 역량을 집중시켜왔다. 발전소 프로젝트는 한 프로젝트당 수조 원에 달하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자잘한 크레인 보다는 대규모 발전소 프로젝트가 회사 입장에서는 더 바람직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 정부는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발전소에 특화돼 있던 인력과 노하우를 활용하기 쉽지 않았고 재무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시 항만 설비 시장에 뛰어든 것은 회사 경영상태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산중공업은 2022년 초 까지 크레인 12기를 부산항만공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신항에 설치돼 있는 대다수 크레인은 중국산 제품”이라며 “과거 한국 업체들이 쌓아뒀던 크레인 기술력은 아직까지도 존재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항만 설비 업계에서 활약을 시작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