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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투벗기기 내기' 같은 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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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투벗기기 내기' 같은 부동산정책

산업2부 김철훈 기자
산업2부 김철훈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굳이 집 살 필요 없다. 현재를 즐기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들은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사기는 망했다)'이라며 아우성이다. 갑자기 젊은 세대들이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을 바꾼 것인가.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누가 설명 좀 해 달라."

지난달 21일 미래통합당 송언석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이래서 3040 집 살 수 있나' 세미나에서 마지막 순서인 방청객 질문 시간에 한 의원이 토론자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한 토론자가 직접 나서 밝힌 견해는 이렇다. "과거 보수정부 때는 기본적으로 '집은 언제든 살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집 사는데 연연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보정부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규제를 강조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진보정부에서는 집을 사기 어려워진다는 불안감이 오히려 집에 집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공언을 시장은 신뢰하지 않기에 오히려 정부 의도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 토론자는 2000년대 접어들어 보수정부 때보다 진보정부 때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토론자의 답변이 꼭 '정답'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질문을 던진 의원이 언급한 대로 몇 년 전 젋은 세대는 2010년대 초 등장한 이른바 '욜로(YOLO)족'으로, 미래보다 현재의 삶의 질을 중시하며 "차는 사도 집은 살 필요 없다"는 인식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욜로족이 '내집 마련' 낙관주의에 취했다기보다 이미 그 당시부터 집 사기를 포기하고 현재의 행복감에 몰입해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전 지구적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젊은 세대들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 인식이 엄습했는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날 토론자가 언급한 지적의 하나 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즉, 부동산 시장의 정부정책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조한 대목으로, 문재인 정부의 23번째 부동산 대책마다 시장은 엇박자 반응을 나타냈다. 정책 공급자와 정책 수요자 간 '신뢰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서민 주거복지 증진의 원래 취지를 달성하기를 바라지만, 역대 정부에서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해(시장)과 바람(정부)의 '나그네 외투 벗기기(집값 안정)' 내기를 비유한 이솝 우화의 결말처럼 강풍으로 '외투 벗기기'를 호언장담하던 바람이 결국 해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또다시 되풀이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