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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발(發) '전기차 춘추전국시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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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발(發) '전기차 춘추전국시대 ‘활짝’

올해 상반기 전기차 점유율 ‘1위’ 기록한 테슬라
폭스바겐·벤츠·볼보 “내연기관 자동차 개발 중단”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에 돌입한 글로벌 車제조사
“모터·배터리, 전자제품 회사가 나을 수도” 위기감

테슬라 '모델3' 고객 인도 행사가 지난해 12월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모델3를 인도받은 고객들은 영문 알파벳 'TESLA' 형태로 차량 대열을 이뤘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모델3' 고객 인도 행사가 지난해 12월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모델3를 인도받은 고객들은 영문 알파벳 'TESLA' 형태로 차량 대열을 이뤘다. 사진=뉴시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2008년 세계 최초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출시하자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그때만 해도 기름을 넣지 않고 전기로만 가는 자동차는 매우 낯설었다. 이에 따라 테슬라 로드스터는 미국에서 1200대 팔리는 데 그쳤다.

그날 이후 12년이 지나 테슬라는 지난달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가운데 주식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이 됐다. 테슬라 주가는 7월 한때 1600달러 고지를 넘어서기도 했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약 2070억 달러(247조 원), 도요타는 2020억 달러(241조 원) 수준을 오간다.
올해 상반기 기준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단연 1위다. 지난달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 승용차 1만 6359대 중 7080대(43.3%)가 테슬라다. 전기차 판매 통계 웹사이트 ‘EV 볼륨’은 테슬라 ‘모델 3’가 이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14만 2356대 팔리며 점유율 15%로 1위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 “내연기관 자동차 개발 중단” 전기차 시대 ‘성큼’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강자들도 ‘전기차 러시’에 나섰다. 독일 폭스바겐과 벤츠, 스웨덴 볼보 등은 지난해 내연기관 자동차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아우디는 순수 전기차 ‘e-트론’을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포르쉐 타이칸, BMW ix3, 르노 조에(ZOE) 등은 올해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둔 전기차들이다.

글로벌 제조사들은 대체로 5년 뒤에는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그룹도 연간 전기차 100만 대 판매, 시장점유율 10% 달성 시점을 2025년으로 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양산차를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열풍은 배터리 전쟁으로 번졌다. 1위 LG화학을 필두로 삼성SDI(4위)와 SK이노베이션(6위) 등 한국 기업이 올해 상반기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에너지 총량 기준 점유율 톱(TOP)10에 이름을 올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지적재산권을 둘러싸고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전기차 배터리를 독자 생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테슬라와 BMW,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들어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 자동차 제조사, 내연기관을 버릴 수밖에 없는 이유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에 ‘올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문제다. 경유(디젤)와 휘발유(가솔린) 등을 태워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PM) 등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필연적으로 내뿜는다. 유럽연합(EU)은 1992년 ‘유로1’을 시작으로 현재 ‘유로6’까지 단계적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해 왔다.

제조사들은 더 적은 연료를 쓰면서도 높은 출력을 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그 결과 경유차에는 매연저감장치(DPF)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이 달려 나오고 휘발유차 엔진은 배기량이 줄었다. 국내에 출시된 현대 쏘나타, 기아 K5, 르노삼성 SM6, 쉐보레 말리부 등 중형세단에 배기량 2000cc 이상 엔진이 들어가는 대신 1350~1600cc의 작은 엔진이 탑재되는 것도 환경규제 영향이 크다.

그러나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이나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복잡한 장치를 개발하는 방법은 제조 단가를 높이기 마련이다. 지금도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탄화수소(HC)와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을 이산화탄소(CO2)와 물(H2O)로 변환하는 삼원촉매에 고가 금속인 백금이 쓰인다.

◇ ‘제2의 테슬라’ 속출해도 이상하지 않아


환경규제 대응에 골머리를 앓던 자동차 업체에게는 테슬라 등장이 충격 그 자체였다. 이른바 ‘테슬라 쇼크’의 실체는 100년 이상 자동차를 만들며 입지를 다져온 제조사를 전기차 분야에서 단박에 앞질렀다는 것이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에 테슬라 충격은 도전이자 위기다.

전기차는 성숙한 엔진·변속기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엔진룸-실내-트렁크로 구성된 내연기관 자동차 구조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언제라도 테슬라 같은 회사가 혜성처럼 나타나 기성 자동차 회사를 압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모터스’는 2014년 설립 이후 ‘G3’와 ‘P7’ 등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샤오펑모터스는 미국 증시 상장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펑모터스는 ‘중국판 테슬라’로 불린다.

전기차로 치고 나가는 회사가 ‘게임 체인저(국면 전환자)’가 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모터와 배터리는 오히려 전자제품 회사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테슬라 충격이 보여줬듯 후발주자가 미래 자동차 시장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