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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HDC현산’…산은의 ‘강공’에 HDC현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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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HDC현산’…산은의 ‘강공’에 HDC현산은?

이동걸 산은 회장, HDC 재실사 거부·무산 책임론 ‘압박’
플랜B 작동시킨 산은에 ‘협상 주도권’ 상실한 ‘HDC현산’
HDC현산, 공식입장은 ‘아직’…12일 이전 최종 결론 나올 듯

[자료사진=아시아나항공]이미지 확대보기
[자료사진=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의 ‘3개월 재실사’ 요청을 강하게 거부함에 따라 ‘노딜’ 수순밟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6월 HDC현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원점 재검토’를 수용, HDC현산에 유화적 모습을 취했던 산은이 이제는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며 일주일(오는 12일)시한을 제시한 상태다. 오는 11일까지 인수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12일 이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이다.

‘공’을 넘겨받은 HDC현산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간의 재협상, 재실사 등 요청사항을 감안하면 HDC현산의 ‘출구전략’ 일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는 달리 HDC현산이 매각 협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당초 유리하게 협상을 주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여, HDC현산의 최종 결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동걸 “인수 무산 책임은 HDC현산” 강공으로 선회 왜?


이동걸 산은 회장은 HDC현산의 ‘3개월 재실사’ 요구에 불쾌감을 나타내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 회장은 3일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하등 잘못한 게 없다”면서 “더는 결정을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점이 왔다. 계약이 무산되면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HDC현산을 향해 “거래 종결 시점에 맞춰 결단해주길 바란다”며 입장을 요구했다. 산은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이 밝힌 계약 종결 시점은 오는 12일이다. 앞서 금호산업도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에 12일까지 계약 종결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 회장은 “여러 번의 공문 내용이나 보도자료를 통해서 나온 HDC현산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왜곡됐다고 본다”고도 했다.

인수 무산으로 소송전까지 예상되는 2500억 원의 계약금 문제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HDC현산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계약 무산의 위험과 관련해선 HDC현산이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에 본인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게 맞다”고 HDC현산 책임론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이 강한 어조로 ‘HDC현산 책임론’을 강조하며 압박하는 것은 앞으로 HDC현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HDC현산에 매각 협상이 진행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 긴급자금 지원과 지난 6월 HDC현산의 ‘협상 원점 재검토’ 요구도 수용하는 등 매각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하지만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납입 연기를 시작으로 HDC현산은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7월 러시아의 기업결합승인 결정 이후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이스타항공 매각 무산 직후인 30일 HDC현산이 재실사를 요청하면서 산은도 HDC현산의 인수 지연과 요구에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HDC현산의 3개월 재실사에 실사 기한을 줄이는 방법도 거론됐으나, 더 이상의 인수 지연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플랜B 에도 고민 쌓이는 산은…‘공’ 넘겨 받은 HDC현산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으로 급격하게 기울면서 산은의 ‘플랜B’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산은도 매각 무산을 대비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새로운 인수 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산은의 고민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아시아나항공 정상화까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미래 상황도 근심거리다.

이 회장 ‘재실사 거부’ 책임론’까지 거론하면서도 미국 ‘몽고메리 워드’와 ‘시어스’를 언급하면서 HDC현산에 여지를 남긴 것도 이 때문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채권단은 매각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 및 영구채 주식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영구채 5000억 원을 포함해 1조6000억 원을 투입했다. 또 올해 3000억 원의 영구채를 추가 인수해 영구채는 8000억 원에 달한다. 영구채의 주식전환 시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약 36.99%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최 부행장은 “인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플랜B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아시아나항공)매매 시도 당시부터 여러가지 플랜B를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안정화가 최우선이다. 이후 시장여건이 허락하는대로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며 “대형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적격성 등 정부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대기업도 열어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HDC현산의 최종 인수 포기시 산은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하고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로 올려놓은 뒤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산이 매각 포기를 전제로 산은 등 채권단은 두 번의 실패가 없도록 당장의 재매각보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항공업황 회복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어, 미래 불확실성에 산은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