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MD가 론칭한 어글리러블리는 재배 과정에서 흠집이 나거나 모양과 색깔이 고르지 못한 못난이 농산물들을 모아 선보이는 생산자 협력 브랜드다. 농가(생산자)와의 협력을 통해, 겉모양만 못생겼을 뿐 과육의 품질은 우수한 못난이 농산물을 확보하고 대형마트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농가의 수익도 함께 올려주며 상생협력에도 기여한다.
농산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런 못난이들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대형마트의 ‘스펙 기준’에 미치지 못해 팔리지 못한다. 온라인에서 이런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후기가 좋지 않아 판매의 어려움이 있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농산물의 경우 ‘스펙’이 정해져 있습니다. 너무 작아도, 너무 커도 안됩니다. 맛은 좋은데 모양이 기형이라든지, 이런 못난이들은 떨이 처리되거나 먹을 수 있는데도 2차 가공됩니다. 제 값을 못 받거나, 2차 가공으로 농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2차 가공에서 들어가는 사회적·환경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못생겼다’고 먼저 명시해놓으면 품질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못난이 과일을 저렴하게 판매했는데, 품질이 기대에 못미치면 못난이 과일에 대한 편견이 더욱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가에서도 못난이라고 하면 반품 걱정을 많이 한다. 어글리러블리는 이런 점을 고려해 농협과 손을 잡았다. 선별 작업장이 잘 구비된 농협을 통해 맛의 당도와 선별 기준을 명시해 고객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임 MD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역시 ‘맛’이다. 온라인 과일 판매의 경우 샘플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어글리러블리의 경우 샘플을 꼭 확인한다. 상품 자체의 흠집이 날 수도 있고, 배송 과정에서 파손되는 경우도 많아 포장에도 선도유지제를 추가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썼다.
어글리러블리는 론칭 이후 순항 중이다. 상품 평균 평점은 4.3점이며, 현재까지 매출을 5억 5000만 원에 이른다. 농가의 온라인 매출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수치다. 고객들 역시 “못생겼다더니 맛만 좋다”는 등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다. 11번가는 상시로 계절 과일을 론칭해 어글리러블리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다. 농가 역시 판로 확대와 수익 강화라는 장점에 먼저 입점 요청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임 MD는 이커머스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학교급식용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녀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돼 급식용으로 친환경 농산물이 버려질 위기라는 뉴스를 보고, 농림축산식품부에 무작정 연락했다. 농림부와 협업하여 ‘코로나 피해 농가돕기’ 콘셉트로 판매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농림부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수수료 반값 인하, 상세페이지 제작, 농림부는 관련 영상제작, 바이럴 활동을 준비해 3일 만에 상품을 오픈했다. 판매 시작 한 달 동안 약 4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11번가의 지역 상생 프로젝트인 ‘청년몰’ 입점도 임 MD의 아이디어였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 보고 전통시장 상품 입점 아이디어가 떠올라 소상공인진흥공단과 협력해 11번가에 입점시켰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내 유휴공간에 청년 창업자들이 입점해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사업으로 전국 35개 청년몰에 352개 점포가 입점해 있다. 11번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력해 지난 6월 26일 이커머스 최초로 전통시장 ‘청년몰’ 점포가 11번가에 입점했다. 11번가는 청년몰 판매자에게 첫 달 판매수수료 약 40% 감면과 상품 등록과 상세페이지 제작 지원, 포장용 부자재 지원 등의 혜택들을 제공한다. 입점 이후 한 달 동안 1000만 원 이상 넘게 판 점포가 15곳이 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임 MD는 앞으로도 ‘착한’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녀는 특히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사회적기업 중에 이익을 내는 회사들이 많지 않다”면서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사회적기업들의 상품을 공동기획해 매출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를 잡는 상품을 기획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