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194만t의 옥수수를 구매했다. 이는 약 3억 달러어치다. 이번 수입량은 미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7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일일 대외 판매량이다.
중국은 이번 구매로 지난달 14일 하루 176만2000t, 지난 달 10일 135만t 구매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중국은 지난 1994년 12월 하루 145만t을 구매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는데 이번에 깨졌다.
중국의 미국산 곡물 수입 잔치는 지난 1월 15일 서명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명시된 미국산 농산물 구매량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이지만 중국내 수요 충족을 위한 고육책으로도 풀이된다.
우선,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에서 '중국이 2년에 걸쳐 최소 2000억 달러(약 240조원)의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2020년에 농산물을 366억 달러를 구매한다'고 합의했다.
포춘은 "중국의 미국산 옥수수 구매는 코로나바이러스, 인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날 선 대립에도 양국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요는 증가하는 데 공급은 부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으로 중국내 사육 돼지가 약 절반으로 줄었다가 최근에는 돼지 열병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돼지 사육두수가 늘면서 옥수수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2018년 초 중국 농가의 돼지 사육두수는 500여만 마리였는데 최근 돼지열병 발병이전의 81%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정부도 돼지 사육두수 확대를 거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돼지 고기 생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사육 시설 개선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45억 5000만 위안(6억4960만 달러)를 책정했다.
문제는 중국이 계속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구입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가 규정한 ‘옥수수 수입 제한’을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WTO는 옥수수 수입을 연간 720만t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중국의 미국산 옥수수 수입 증가는 미국 옥수수 농가와 중국과 반목하고 있으면서도 재선전에 나서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옥수수 농가는 트럼프의 표밭인데 이들의 수입이 늘면 트럼프를 찍어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 반목이 트럼프에게 '재선'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