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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코로나 시대, 인류에게 주어진 정언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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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코로나 시대, 인류에게 주어진 정언명령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지난해 유럽을 두루 다녔다. 지금이라면 꿈도 못 꿀 여행, 코로나 바이러스-19도 없고 마스크도 필요 없었다. 특별히 이탈리아에 꽤 오래 머물렀는데, 그 중에서 슬로푸드로 유명한 소도시 ‘브라’의 기억이 따뜻하다.

‘브라’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데, 북부에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19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모쪼록 슬로푸드와 슬로 라이프처럼 ‘슬로바이러스’면 좋을 텐데… 코로나 바이러스-19는 ‘패스트 바이러스’가 되어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왜 우리는 이 작은 바이러스를 두려워할까? 여기에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①우리가 생명체이기 때문이고, ②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며, ③우리가 전파수단이기 때문이고, ④우리에게 저항력이 없기 때문이다.

첫째,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열린 시스템(Open System)을 지녀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동물의 경우 코로 숨을 쉬고 입으로 물과 먹을거리를 먹고 배설하면서 영양을 공급받아 사는 것이다. 숨을 쉴 때 우리는 공기와 함께 해로운 성분도 들이마시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19는 바로 이런 생명체의 호흡기를 노리도록 진화된 것이다.

둘째, 비둘기나 까치, 길고양이나 강아지는 마스크가 없어도 별 걱정이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19가 이들을 노리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19는 ‘패스트 바이러스’가 되기 위해 전 세계를 일일생활권으로 사는 인간을 선택하였다. 그래서 오로지 인간의 호흡기에서만 증식하도록 진화된 것이다.

셋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모여 살고 모여 일하고 모여 공부한다. 인간의 정치경제사회문화는 함께 모이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다. 만나면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하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먹고 마시면서, 침방울을 통해 바이러스를 전파해준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는 우리를 적절한 전파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진화된 것이다.

넷째, 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존재이기에 우리에게 저항력이 없거나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신대륙 원주민에게 유럽의 매독균이 치명적이었던 것처럼, 이 바이러스는 우리 인류에게 아주 버거운 상대이다. 그래서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여 저항력을 키우지 못하면,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무기 없는 인류는 이 바이러스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

아직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개발되더라도 너무 비싸든가 아예 구입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위의 ①②이유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지만, ③④이유는 우리가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방안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이고, 둘째 방안은 잘 먹고 잘 쉬기이다. 구태의연해도 현재로선 이것이 최선이다.
첫째, 마스크 착용 외에 감염예방에 더 효과적인 방안은 없다. 독가스가 살포되면 방독면(gas mask)을 쓰듯,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써야한다. 감염력이 없는 독가스와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 잘 먹고 잘 쉬기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적절한 가격에 충분한 양이 공급될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잘 그리고 제대로 먹고 충분히 쉼으로써, 몸에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여 면역력을 강화하는 길뿐이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19로 어지러운 세상에서,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리고, 눈만 내놓은 채, 통계수치에 지쳐가면서 살고 있다. 답답해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잘 먹고 잘 쉬면서,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 시대에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정언명령이다.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