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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이재용式 ‘뉴삼성’, ‘빅피처’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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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이재용式 ‘뉴삼성’, ‘빅피처’ 시동

삼성바이오, ‘1.7조’ 최대 규모 공장 건설…세 번째 반도체 공장 ‘30조’
코로나19 등 위기 속 공격 투자 나서는 이재용, ‘초격차’ 전략 ‘막 올라’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월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 전략을 점검했다.[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월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 전략을 점검했다.[사진=삼성전자]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은 자리에서 한 말이다. 미래를 대비한 ‘초격차’ 전략을 거듭 설파해 온 이 부회장의 미래 행보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증설에 이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대규모 투자발표는 ‘뉴 삼성’을 향한 ‘이재용식(式)’ 본연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검찰 수사심사위원회의 ‘불기소’ 결정 이후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의 ‘투자 결단’은 ‘초격차’ 전략을 위해 ‘사법리스크’ 등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의 강고한 의지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삼성이 잘 하는 분야에서 ‘초격차’를 이뤄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로 인한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 더해 격화하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고 미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12일 삼성 등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조7000억 원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30조 원 이상의 투입이 예상되는 평택캠퍼스 세 번째 반도체 생산공장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우선 인천 송도 들어서게 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25만6000리터(L)급 ‘슈퍼 바이오 플랜트’ 4공장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CMO(위탁생산)·CDO(위탁개발) 등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4공장은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생산시설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연이은 수주에 이어 대규모 투자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의 불법 경영승계 의혹과 관련해 분식회계 논란으로 수년째 곤욕을 치렀던 만큼 최대 생산기지 건설은 뜻깊다.
1조7400억 원이 투입되는 4공장의 총 연면적은 약 23만8000㎡로 1,2,3공장 전체 연면적 24만㎡에 육박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약 1.5배 규모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2011년 설립 이후 지역사회 지원과 협력을 바탕으로 9년 만에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를 구축한다”며 “4공장 건설로 2만7000명 수준의 고용창출 효과를 일으키고 바이오의약품 원료·부재료 등 생태계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1조7400억 원 규모의 자금 확보에 대해 김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약 8600억 원의 현금을 보유 중이고 매년 안정적인 영업이익이 예상된다”며 “대부분의 재원을 앞으로 축적되는 영업이익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글로벌 1위 목표를 향한 반도체 투자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캠퍼스의 세 번째 반도체 생산 라인인 ‘P3’ 공장을 이르면 다음 달 착공하기로 했다. 투자금액은 30조 원 이상으로 평택캠퍼스 단일 라인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완공한 P2 공장 가동 전에 선제적인 P3 공장 건설 투자는 반도체 격차를 더 벌려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재 삼성전자는 평택시로부터 P3 공장 건설에 대한 건축허가를 받아 기초 토목공사를 진행 중으로 오는 9월 본 건물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반도체 공장 건설과 설비 반입, 생산까지 3∼4년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P3 라인 가동 가능 시기는 2023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P3 공장은 메모리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등 삼성의 핵심 반도체 생산 시설로 지어질 공산이 크다.

업계에선 ‘P3’ 건설은 ‘P1’ 투자 규모였던 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P2 공장 건설과 가동까지 30조 원이 투입된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규모를 더 키운 P3 공장 투자는 30조 원을 훨씬 웃돌 것이란 분석이다.

P3 공장 증설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투자 규모는 무려 50조 원에 달한다. 지난 5월 평택캠퍼스 EUV(극자외선) 파운드리(위탁생산)와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에 20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히는 등 이번 P3 공장까지 반도체 투자로 언급된 것만 최소 50조 원이 되는 셈이다.

삼성의 바이오와 동시에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는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는

이 부회장의 ‘위기 속 기회’ 경영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2018년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전장 반도체, 바이오 등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꼽은 이 부회장은 ‘180조 원, 4만 명 고용 창출’ 계획을 발표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조7500억 원 투자와 P3 반도체 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50조 원 투입은 ‘뉴 삼성’의 본 궤도 진입을 향한 이 부회장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의 대규모 투자는 이 부회장의 ‘총수의 리더십’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경영적 판단”이라며 “사법리스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삼성의 미래를 향한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