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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존중받아 마땅한 발레 창작소 본격 가동…인천시티발레단의 창작발레 '콩쥐밭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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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존중받아 마땅한 발레 창작소 본격 가동…인천시티발레단의 창작발레 '콩쥐밭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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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티발레단의 '콩쥐팥쥐'
내게 인천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인천상륙작전, 월미도, 지하철 1호선, 공업지역, 인천시립무용단 정도이다. 인천은 뭔가 분주하고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느낌 속에 있다. 그런데 최근 비대면으로 인천시티발레단의 공연을 본다는 것은 또 다른 분주한 인천의 일상과 발레단의 발전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감흥을 자아내는 공연은 창의적 아이디어, 자유로이 엮은 구성의 묘, 갈래별 예술가들의 나이에 기량과 기교를 볼 수 있게 해준 훌륭한 공연이었다.

인천시티발레단(단장, 예술감독 박태희, 코리아시티발레협동조합 이사장)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중장기 창작지원사업의 첫 작품인 창작발레 <콩쥐팥쥐>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환란의 시기에 뜨거운 열정으로 빚은 <콩쥐팥쥐>는 우리 발레계에 대한 믿음과 가능성을 보여준 역작이었다. 김순정(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 학장, 발레리나) 연출, 김민경(전 인천시티발레단 수석무용수) 안무의 이 작품은 전래동화를 발레화 하여 관객과의 두터운 친밀감을 보여주었다.
창작발레 <콩쥐팥쥐>를 창작발레임을 강조하기위해 <창작발레 콩쥐팥쥐>로 주최 측은 표기하지만, 필자는 창작발레 <콩쥐팥쥐>로 우를 범한다. 발레는 주 무대가 인천이 된 듯 온통 블루에서 참새 5인무가 해설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샤막이 걷히면 팥쥐 모녀가 시집오는 잔칫집에서 시작된다. 국악기 주조의 판소리가 사설을 단다.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동화가 전개된다. 여름 <콩쥐팥쥐>와 겨을 <호두까기 인형>의 장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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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티발레단의 '콩쥐팥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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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티발레단의 '콩쥐팥쥐'

공공발레의 활성화에 새로운 기수가 되겠다는 각오로 임해온 인천시티발레단은 <콩쥐팥쥐>로 무용단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격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신데렐라’와 완전한 형식적 대칭을 이루는 동양 ‘신데렐라’ 이야기 <콩쥐팥쥐>는 잘 다듬어진 이야기, 악가무의 현란한 조합 속 극적 장치, 섬세한 움직임, 이미지를 부각하게 시키는 디지털 기기와 인접 예술의 도움으로 흥미를 돋우면서, 판소리, 북청사자춤, 문학적 낭송 등과의 협업으로 독창적 가치를 쌓고 있었다.

안무가 김민경(워싱턴키로프 발레학교, 아메리칸발레학교, 뉴욕시티발레아카데미에서 수학, 성신여자대학교 졸업)은 2003년 창단된 인천시티발레단의 예술감독 박태희와 의기투합하여 한국 발레의 대중화를 선언하고 새로운 좌표를 써내는 융복합 품격 발레 작업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발레 <콩쥐팥쥐>는 여러 예술가의 예술혼을 담은 작품이며, 권선징악적 요소가 여전히 어린 관객들에게 호소력이 크며, 김화례 안무의 발레 <강아지똥> 이래 어린이들이 꼽는 최고의 인기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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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티발레단의 '콩쥐팥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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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티발레단의 '콩쥐팥쥐'

국립발레단의 안주에 도전하는 창작발레의 무한질주에 보내는 서사는 콩쥐의 ‘고추 말리기’에서의 도움 같은 인내와 분홍신을 들고 노래하는 왕자와 같은 선에 대한 적극적 지지와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다리고, 도와주면 명작은 탄생 된다. 과도한 기술로 압도하는 공연이 아니라, 구수한 발레 이야기가 있는 현대는 행복하다. 대작이 서정성이 담보되고, 교훈적이라면 그 예술가들의 뜻을 살려주어야 하는 것이 문화 선진국의 도리이다.
<콩쥐팥쥐>는 양진채 작가에 의해 3장의 발레 동화로 탄생한다. 1장: ‘착한 콩쥐에게 새엄마가 생긴대’, 콩쥐는 어려서 엄마를 잃고 아빠와 살아간다. 아빠는 콩쥐를 위해 새엄마를 들이지만, 콩쥐의 행복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부자가 될 생각과 콩쥐를 부려먹으면서 한몫 챙길 생각뿐이다. 2장: ‘불쌍한 콩쥐를 도와줘요’, 못된 팥쥐 모녀는 날마다 콩쥐를 구박하면서 일을 시킨다. 어느 날 전령이 대궐 잔치 소식을 알린다. 콩쥐는 팥쥐 모녀가 시킨 깨진 항아리에 물 붓기, 자갈밭 나무 호미로 매기. 방아질 하기 등의 일거리로 콩쥐의 잔치 참가를 방해하지만, 참새, 거북이, 황소, 길조의 도움으로 잔치에 가게 되지만 꽃신 한 짝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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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티발레단의 '콩쥐팥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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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티발레단의 '콩쥐팥쥐'

3장: ‘꽃신의 주인공을 찾아라’, 꽃신을 주운 왕자는 행운의 꽃신의 주인공을 찾으려 하고, 잔치 참석자들은 모두 꽃신을 신어 보지만 발에 맞지 않는다. 뒤늦게 콩쥐가 잔치에 등장하고, 꽃신은 콩쥐의 발에 꼭 맞는다. 착한 콩쥐에게는 왕자의 배필이 되는 행운이 기다린다. 콩쥐는 왕자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춤을 춘다. 발레 <콩쥐팥쥐>는 원전의 잔혹성을 걷어내고, 고진감래, 해피엔딩으로 종료된다. ‘신데렐라’ 이야기 <콩쥐팥쥐>는 전 세계 천여 편의 신데렐라 이야기 중 영화, 연극 등 여러 장르의 변주를 거쳐 한국에서 아름다운 창작 발레가 되었다.

<콩쥐팥쥐>는 한국의 전통적 마을을 화려한 색감으로 배치하면서 동화적 시각적 비주얼을 보여준다. 아기자기한 무대 구성은 조명에 의해 빛나고 의상과 연기력을 갖춘 부지런한 움직임과 이들의 조화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표현되며 몰입을 유도하고 있었다. 콩쥐가 힘들어할 때, 참새, 황소, 길조 등의 콩쥐를 돕는 친구들의 춤을 삽입하고, 기생들·궁녀들호위무사들・마을사람들의 춤 등이 궐 안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콩쥐가 궐에 도착하자 왕자는 단번에 콩쥐를 알아본다. 예쁜 꽃신을 신은 콩쥐와 왕자는 춤을 추며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

어린 참새들이 극의 흐름을 이끄는 <콩쥐팥쥐>에는 주목할 스타들이 포진해있다. 콩쥐역 박하은(한예종졸, 2019 발렌티나 코즈로바 국제발레경연대회 1위), 왕자역 안성준(한예종졸, 2019 서울국제무용콩쿠르 1위), 거북이역 윤별(한예종졸, 부르노국립발레단 데미솔리스트, 2011 한국발레협회콩쿨 전체대상), 팥쥐역 박은비(숙명여대 조기졸업, 2019 KIDC 규슈국제콩쿨 1위), 팥쥐엄마역 신정원(2013~2015 필리핀 발레 마닐라 정단원), 판소리 연출의 이영태(전 국립창극단 단원, 동편제 소리축제 명창부 대통령상 수상)는 작품을 격상시킨 예술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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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티발레단의 '콩쥐팥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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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티발레단의 '콩쥐팥쥐'

전문예술법인 인천시티발레단은 <신데렐라>, <장화신은 고양이>, <성냥팔이 소녀>, <호두까기인형>, <빨간모자>, <알라딘>, <미녀와 야수> 등의 우수 예술작품을 생산한 단체이다. 발레단의 레퍼토리 작품들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 문화공감 민간우수공연 지원사업,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소외지역 순회사업, 지방공연장 초청공연 등에서 왕성한 무대공연을 펼쳐 보인다. 무서운 성장세로 커가는 이 단체의 상생 정신을 존중하며, 특히 우리 것의 발레화에 노력해줄 것을 기대한다.

예술가들이 기억되는 것은 창의적 작업과 내면적 고민의 흔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창작발레 <콩쥐팥쥐>가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인천에서 탄생하여 기법상의 완벽한 세련함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부분 부분들을 자유롭게 감상하도록 즐거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천시티발레단이 고전이 되어버린 한국적 정서와 현대 감각을 보이면서 발레단의 표현적 특성과 일관성을 견지하고, 흥신의 감흥을 불러내는 명문 발레단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글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사진 한필름 지열군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