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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북한, 억류자 가족 등 손해배상액 최소 10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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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북한, 억류자 가족 등 손해배상액 최소 10억 달러

케네스배 2억5000만 달러 손배, 웜비어 가족 5억 달러, 김동식 목사 3억3000만 달러 등

북한에 2년 이상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가 미국 법원에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북한이 피소된 다른 사례에도 관심이 집ㅂ중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 법원 등에 제기된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하지만 손해배상금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의소리방송(VOA)은 22일 북한이 미 법원 판결에 의해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지금까지 10억 달러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케네스 배. 사진=VOA이미지 확대보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케네스 배. 사진=VOA

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케네스 배 씨는 지난 17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억류기간 중 겪은 고의적인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에 대해 북한 당국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북한 정권과 함께 리선권 외무상을 북한 정권을 대표하는 피소자로 등재했다. 손해배상 요구액인 2억 5000만 달러다.

배씨는 지난 2012년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통한 정권전복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노동교화형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배씨는 15년 교화형 선고 뒤 교화소로 보내져 일주일에 6일 매일 10시간 돌을 옮기고 삽으로 구멍을 파며 석탄을 깨는 등의 극심한 중노동에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11월 석방돼 한국에서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단체를 이끌고 있다.

배씨는 소장에서 자신의 소송이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외국주권면제법(FSIA)' 조항을 근거로 했다고 명시했다. 미국 법원은 통상 다른 나라 정부에 대한 소송을 금지하고 있지만 FISA는 피해자를 고문하거나 인질로 납치하고, 신체에 상해를 가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FSIA는 소송 당사자 혹은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미국인'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뒤 2008년 해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17년 재지정해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북한 당국은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이나,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됐다 이듬해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의 소송 등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 법원은 북한이 웜비어의 가족에게 약 5억 달러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으며, 김 목사의 가족들에게도 3억3000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푸에블로호 승조원 관련 소송은 북한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상태로 원고의 배상금 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VOA는 이들 소송을 합치면 배상액 규모는 10억 달러를 크게 웃돌 것이라면서 지난해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총액이 약 2억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액수라고 평가했다.

과거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소송 사례로 볼 때 최종 판결까지는 적어도 1년에서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 당국이 소송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피고의 변론 없이 최종 결론에 이르는 ‘궐석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미국 법원이 북한에 대한 배상 명령을 내린다고 해도, 실제 북한 정권으로부터 이 금액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소송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 최종 판결문에 대해서도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국제우편서비스인 DHL을 이용해 북한 외무성에 소장 혹은 최종 판결문을 송달하는데, 북한은 곧바로 수신을 거부하거나 혹은 반송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웜비어와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미국 정부가 억류해 매각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은 것처럼, 북한의 해외 자산을 찾아 몰수하는 건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다. 웜비어의 모친인 신디 웜비어 씨는 지난 5월 미국의 은행 3개에 예치된 북한 자금 약 2000만 달러를 찾아내, 관련 정보를 각 은행에 요구했다. 웜비어의 가족들은 북한의 자산을 압류하는 방식 등으로 북한 정권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