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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기요금체계는 고장난 도로신호등...독립기관이 손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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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기요금체계는 고장난 도로신호등...독립기관이 손질 필요"

에너지전환포럼 '전기요금 정상화' 온라인 토론회, 전문가들 개선 방향 제시요금체계 개편 추진해 온 한전 "다양한 의견 수렴해 자체 개편안 마련"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에너지전환포럼 주최 '전기요금 정상화, 이행방안과 과제' 온라인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토론회 유튜브 화면 캡처 이미지 확대보기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에너지전환포럼 주최 '전기요금 정상화, 이행방안과 과제' 온라인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토론회 유튜브 화면 캡처


국내 전기요금 체계가 가격조절 기능을 통한 전력 수급균형과 자원배분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기에 독립된 규제기관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울러 현행 전기요금 체계가 비합리적이고 비정상적이어서 단순히 ‘요금 인상’보다는 ‘요금체계 정상화’가 무엇보다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라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한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의 ‘전기요금 정상화, 이행방안과 과제’ 온라인 토론회에서 참석 토론자들은 현행 국내 전기요금 체계의 문제점을 입모아 지적하고 요금체계 개선 과제와 방향을 집중 제시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정치·산업·학계·환경단체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체계 전환을 목표로 아젠다를 설정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2018년 출범한 비영리 사회법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유수 선임연구위원은 “가격이 오르고 내림으로써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데, 현재 국내 전력 소매시장에서 전기요금은 그러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도로 위 신호등이 고장 나 교통 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국내 전기요금체계의 두 가지 문제점을 거론했다.

첫째, 적정원가에 적정투자보수를 더한 ‘총괄원가’를 공급자인 한국전력에 보전해 주는 ‘총괄원가 보상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둘째로 온실가스배출권 등 ‘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재생에너지 시장에 왜곡이 초래된 문제점이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정부의 공식적인 전기요금 결정 방식은 총괄원가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기에 대부분 총괄원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매우 경직돼 있어 최근 누진제 완화를 제외하면 요금 변화가 거의 없어 비용 변화를 적시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토론회 패널들은 국내 전기요금 결정에서 ‘용도별 교차보조’가 적용돼 자원분배의 왜곡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원가회수율이 100을 넘어 원가 이상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반면, 주택용·농사용·교육용은 원가회수율이 91%에서 최저 3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용·일반용 사용자가 주택용·농사용·교육용 사용자의 전기요금을 보조해 주고 있는 셈이다.

토론자인 김영산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2010년 주택용 전기의 판매단가가 가장 높았는데 지난해에는 일반용 전기가 가장 비싸졌다”고 언급한 뒤 “10년 전이든 지난해든 어느 한쪽은 생산단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교차보조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용도별 교차보조뿐 아니라 ‘용도내 교차보조’도 발생해 자원분배 왜곡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 계량기(AMI) 개발 등으로 같은 주택용이나 산업용 전기요금 내에서도 시간대·장소·전원에 따라 상품 차별화와 가격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제도상 이유로 차별화가 부진하고 모두 동일한 가격을 책정할 경우 공평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전기요금이 결정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소비자 수요에 따라 차별화된 전력상품을 개발·공급함으로써 전기요금 효율성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의 독점과 규제 중심 제도로는 공정성과 효율성을 달성하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두번째 문제인 온실가스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증가하는 비용인 ‘환경 비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한전의 전력 구입비용 증가 원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등 환경비용은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에 포함돼 있다”면서 “이 비용이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인지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RPS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시장에서, 온실가스배출권은 배출권 시장에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결정되고 있으므로,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연료비에 포함시키거나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이 아닌 독립회계로 분리부과하는 것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유수 연구위원은 “RPS 또는 배출권 거래비용을 발전사의 비용절감 유인 없이 그대로 전기요금에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경비용을 별도의 항목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은 깨끗한 전력 사용에 대한 대가 지불이라는 소비자의 인식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전기요금은 전력공급에서 발생되는 모든 비용을 반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비용절감, 설비투자 유인제고, 생산과 소비의 적정성이 고려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향후 전기요금에 반영될 비용발생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정치적 의사결정과 무관한 독립적인 규제기관이 전기요금 조정의 최종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김선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도매든 소매든 시장의 기본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며 "전력산업을 다른 산업부문을 지원하는 기반산업으로 여기는 기존의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내용과 관련, 전기 생산 주체인 한전은 요금체계 개편의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자체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전 김종갑 사장은 기회 때마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또한, 스마트계량기 보급 확대를 통해 계시별(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도 적극 추진해 왔다.

이달 14일 상반기 실적발표 때도 한전은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개편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혀 실적과 관계 없이 전기요금체계 개편작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한전은 개편안 발표 시점이나 개편안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에 아직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에너지전환포럼 토론회에서 제시된 내용들을 포함해 다양한 안을 검토해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