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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아베 총리, 건강악화 이유로 최장수 총리직 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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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아베 총리, 건강악화 이유로 최장수 총리직 물러나

"한일관계도 변화 가능성" vs "아베 이후도 아베가"…사임소식에 일본 증시 출렁

건강이상설에 노출됐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건강이상설에 노출됐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사진=로이터
건강이상설에 노출됐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아베 총리는 28일(현지 시간) 일본 전역에 생중계된 방송기자회견을 통해 총리직 사임 의사과 향후 거취에 대해 밝혔다.
일부 예고가 나오기는 했지만,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지켜본 일본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초췌한 얼굴로 회견장에 나타난 아베 총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언급하며 퇴임 의사를 밝혔다.

아베는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사임하게 돼 국민께 죄송하다"며 퇴임 의사를 밝히기 전에 자신의 건강 상태도 설명했다.

이달 중순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는 등 자신의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건강 상태가 악화돼 정치적 판단이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도 피력하며,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사임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사임과 관련, 글로벌이코노믹은 지난 26일 ‘아베 총리 ‘암 질환’ 신빙성…내년 총선 시게루 전 간사장이 대세?’라는 기사에서 그의 건강상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이날 그의 사임 회견을 지켜본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지병 악화로 인해 국정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 같은 결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가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국정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기도 했지만, 이는 극히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다. 그의 사임은 그만큼 전격적이었다.

아베 총리가 불과 며칠 전까지 직무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고 측근들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권이 그의 사의 표명에 크게 놀란 이유이다.

이날 기자회견으로 2차 재임기인 2012년 12월 이후 7년 8개월 동안 이어진 아베 전성시대는 막을 내렸다. 그의 총리 재임 기간은 1차 집권기(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까지 포함하면 8년 반이 넘는다.

아베 총리는 앞서 이날 오후 열린 자민당 임시 임원 회의에서 사의를 정식으로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일반 국민들을 향해 사임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앞서 이날 오후 아베 총리의 사임이 예측되자 일본 주식시장은 급락했다. 일본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326.21포인트(1.41%) 급락한 22,882.65로 장을 마감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건강 악화와 정치력 부재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초반 도쿄하계올림픽 개최 강행에 힘을 쏟으며 방역에 실패했다. 방역에 적극 나선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아베 총리의 사임은 일본 안팎에 여러 함의를 지닌다. 먼저 일본 정치권에서는 그의 사임으로 소위 ‘아베의 나라’ 색깔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그는 강한 성향을 드러낸 ‘스트롱맨’으로 언급돼 왔다. 일부에서는 그의 집권기를 가리켜 아예 ‘아베 1강’(强) 독주체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아베노믹스’를 내세워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최근 경제성장률은 최악 수준을 보였다.

한일관계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재임 기간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국제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한일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갔다. 한국 법원의 징용 판결에 반발하며 강경 일변도의 태도를 보였다.

일본 내각법에 따르면 현직 총리의 사임 이후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차기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대행하게 된다. 내각법은 총리 유고에 대비해 대행을 정하고 있는데, 1순위는 아소 부총리다.

이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순이다.

자민당은 즉시 아베 총리의 후임 총재를 뽑는 선거에 들어간다. 선거는 2주일 안에 마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임자 선출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임 총리로는 고노 방위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 중 이시바 전 간사장은 반(反)아베 성향의 인물이다. 자민당은 조만간 소속 의원들의 선거로 차기 총리를 의미하는 당 총재를 선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사임 회견 전에 “신속하게 후임 총재를 선출하라”고 자민당에 지시했다. 차기 총리의 임기는 아베 총리의 당 총재 임기인 내년 9월까지다.

일각에서는 향후 정치 일정과 관련해, ‘아베 총리 후임은 아베’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후광을 입은 인물이 후임으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어떤 인물이 후임자가 될지라도 역사수정주의와 보통국가 추진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이기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일본 언론은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그의 사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NHK 방송은 아베 총리가가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사임 이유 등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케이 신문도 비슷한 예상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의 건강 악화 배경으로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격무를 꼽았다. 이외에 요미우리 신문와 아사히 신문, 교도통신 등도 속보를 내보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언론의 분석처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여름 휴가를 취하고 도쿄도 내 자택에서 보냈다.

이어 7일엔 도쿄 신주쿠의 게이오 대학 병원에서 7시간 정도 머물며 검진을 받았다. 1주일 이후인 지난 24일에도 다시 게이오 대학 병원을 찾아 3시간 반 동안 걸쳐 추가검사를 받았다.

일련의 병원행과 검진 등으로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총리의 건강 악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국정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유명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y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