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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빈 곳간에 불 지르고 쌀 내놓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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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빈 곳간에 불 지르고 쌀 내놓으라니

이해 못할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 ‘법인계좌 압류’

산업부 성상영 기자.
산업부 성상영 기자.
쌀을 달라고 소리치던 사람들이 곳간에 불을 지르는 희한한 일이 있었다. 계속된 경영난에 도급업체 직원 정규직화 파장까지 덮친 금호타이어 얘기다.

발단은 노조가 광주지법에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다. 도급업체 소속인 이들은 금호타이어가 자신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1심은 노조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이들이 받았던 임금과 금호타이어 직원 임금 간 차액 204억여 원을 지급해야 할 판이다.
금호타이어는 계속된 경영난으로 법원 판결을 곧바로 이행하기는 어려우니 대화로 해결하자고 했지만 ‘채권자’인 비정규직 노조는 ‘채무자’ 금호타이어 계좌를 봉쇄했다. 금호타이어는 협력사 대금은 물론 직원 임금과 여름휴가비도 못 주게 됐다. 광주고등법원은 지난 24일 금호타이어가 낸 법인계좌 압류에 대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최종 승인했다.

최근 공시된 금호타이어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785억 5700만 원이다. 업계 1위를 다투는 한국타이어(1조 2590억 원)는 물론 3위 넥센타이어(2567억 원)보다 훨씬 적다. 돈을 주기 싫었던 게 아니라 줄 돈이 진짜로 없었다. 금호타이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 2분기 적자가 354억 원에 달한다.

노조는 ‘법원이 계좌 압류를 풀었지 우리가 풀어준 적 없다’라며 내부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안하무인이 따로 없다. 직접고용 정규직이라는 대의가 옳다해도 ‘공존’이 아닌 ‘공멸’을 택한 노조 행동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양측이 합의점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어느 쪽이든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장기간 소송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가 적극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묘를 발휘하면 좋겠지만 비정규직 노조의 전향적 태도가 급선무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