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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수출 증가해도 제조업 생산성 회복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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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수출 증가해도 제조업 생산성 회복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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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산성이 둔화한 데에는 수출 증가율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출 감소가 생산성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BOK경제연구-제조업의 수출과 생산성 간 관계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수출과 생산성은 한쪽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면 다른 한쪽도 더불어 움직이는 양(陽)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윤수 연구위원이 사업체 단위로 매출액을 집계한 통계청의 광업제조업조사 자료와 한국무역협회의 업종별 수출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생산성 대비 수출증가율의 계수 추정치는 0.031로 유의미한 양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수출과 생산성은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동시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2000~2009년 중 10.6%에서 2010~2017년 중에는 6.5%로 하락했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1.5%에서 0.2%로 둔화됐다.

특히 수출과 생산성간 연관성은 수출 증가시 생산성 확대 효과보다 수출 감소시 생산성 감소 효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생산성 증대간 계수추정치는 0.005로 유의미한 수준이 집계되지 않은 반면 수출 감소와 생산성 감소간 계수추정지는 0.057로 유의미한 수준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수출과 생산성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 가운데 수출 감소 시 생산성 하락 효과가 수출 증가 시 생산성 증대 효과보다 크고 통계적으로 유의했다"고 전했다. 수출이 증가해도 생산성은 크게 오르지 못하지만 수출이 하락하면 생산성은 보다 가파르게 내려간다는 의미다.

수출 감소에 따른 생산성 하락 폭이 큰 이유로 보고서는 '생산요소 투입의 비탄력성'을 꼽았다. 보고서는 "기업은 수출이 감소해도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을 유연하게 줄이지 못해 생산성이 하락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본 요소투입이 비탄력적인 업종으로 전자부품, 화학, 정밀기기, 조립기계 등을 꼽았다.
반면 수출 증가에 따라 생산성 상승 폭이 낮은 이유로는 최근 국내 수출이 신흥국 중저품질 위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우리 수출에서 대선진국·고품질제품 비중은 줄고 생산성이 낮은 대신흥국·중저제품 비중이 늘면서 수출의 생산성 증대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호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차장은 "금융위기 당시와 최근 코로나 사태의 수출 감소 요인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면 코로나로 인한 수출 충격이 생산성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금융위기 때는 수요 타격이 컸다면 코로나 때는 공급과 수요 측면이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다만 이 연구만으로는 수출이 몇 % 감소할 때 생산성이 얼마나 하락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원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tru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