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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내년부터 전력판매 독점구조 완화...발전사업 직접참여 둘러싼 업계 반발 무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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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내년부터 전력판매 독점구조 완화...발전사업 직접참여 둘러싼 업계 반발 무마할까

산업부, 재생에너지 부문에 '제3자 전력거래계약' 제도 도입...한전 중개로 발전사가 소비자에 직접 판매 가능
민주당, 한전의 발전·전력판매 겸업 허용하는 법안 발의해 민간 발전사 반발...반발 무마용 카드 될지 관심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오른쪽 3번째)이 2019년 12월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과 함께 '신안지역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개발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전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오른쪽 3번째)이 2019년 12월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과 함께 '신안지역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개발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전
내년부터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사도 한전의 중개를 거쳐 소비자에게 직접 전력 판매을 허용하는 지원 방안이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한전의 전력판매 독점구조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한전의 발전사업 직접참여 허용에 반발하는 민간업계를 달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일 온라인으로 '그린뉴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를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태양광 공동연구개발과 'RE100 캠페인(전력 다소비 기업을 대상으로 2050년까지 전력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 이행 지원방안 등이 포함됐다.

특히, 국토부는 'RE100' 이행 지원방안의 하나로 '제3자 전력거래계약(PPA)' 제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독점방지를 위해 한 전기사업자가 발전사업과 전력판매사업을 동시에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직접적인 발전사업은 금지돼 있는 동시에, 국내 전력판매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거래와 활용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전력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전기사업법을 우회해 '제3자 PPA'라는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이 제도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발전사업자와 한전, 한전과 전기소비자간의 2개 계약 체결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한전을 중개로 기업 등 전기소비자에게 사실상 직접 전력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한전의 전력판매 독점구조 완화는 RE100 이행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의미도 있지만, 여권에서 추진 중인 한전의 발전사업 직접참여 허용 움직임에 대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송갑석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은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의 경우에 한해 전기사업자가 발전사업과 전력판매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표발의한 송 의원실 관계자는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해상풍력단지 등 체계적인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 추진이 필요한데, 이는 민간기업 투자만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공기업 중심으로 인프라를 조성하고 민간기업이 동참하는 생태계를 육성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 역시 "한전의 발전사업 직접참여는 민간사업자만으로는 추진이 어려운 대규모 해상풍력 등에만 제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며, "한전의 인프라 구축으로 민간 중소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원가가 줄어 사업성이 개선되고, 한전 역시 발전원가를 절감해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흡수, 주주와 전기소비자 등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해 발전사업 직접참여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기업인 영국의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과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Total)은 한국에서 2.3기가와트(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공동개발하기 위해 이달 초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오는 2023년 본격 건설을 목표로 울산 앞바다에서 풍황계측조사를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까지 뛰어드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 한전 등 정부와 공기업이 앞장서 주도권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사업기회 감소를 우려해 왔고, 환경단체들은 한전의 전력판매 독점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의 박지혜 변호사는 "그동안 민간 신재생발전사업자 사이에서는 생산한 전력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한전에게 발전과 판매를 겸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민간 신재생발전사업자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말했다.

중소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관계자는 "최근 한전 직원들이 가족 명의로 태양광발전소를 설립해 운영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사례가 있다"고 한전의 전력판매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언급하며 "한전의 중개로 이뤄지게 될 제3자 PPA 제도가 발전사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제3자 PPA 제도의 세부사항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11월 '제3자 PPA 시행고시'를 제정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민간 신재생발전사업자들이 우려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하락, 망 중립성 훼손 등에 대해서도 향후 입법과정에서 해소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