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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18)] 홈트레이닝의 탈출구, 정장입고 타는 자전거 미니벨로의 세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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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18)] 홈트레이닝의 탈출구, 정장입고 타는 자전거 미니벨로의 세계(상)


스티브 잡스의 심장으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가 1478년부터 1519년까지 연구한 3만장 이상의 방대한 기록물인 코덱스 아틀란티쿠스(Codex Atlanticus)에는 마치 자전거를 연상 시키는 두개의 바퀴를 구상한 스케치가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집트 사원의 벽화, 고대 중국 등 이와 유사한 기록은 여러 지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모두 자국이 최초의 발명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자전거에 대한 논란은 어떤 형태를 최초의 자전거로 볼 것인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자전거의 시초는 1790년 프랑스의 콩뜨 드 시브락(Conte de Sivrac)의 셀레리페르(Celerifere)로서 두 개의 나무 바퀴와 나무 안장을 얹은 엉성한 형태였다. 1818년 독일의 카를 폰 드라이스(Karl Drais)는 달리면서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앞바퀴 조향이 가능한 드라이지네(Draisine)를 개발했는데 셀레리페르 대신 대부분의 전문가로부터 자전거의 원조로 불리게 된다. 1861년 프랑스의 페이르 미쇼(Pierre Michaux)가 앞바퀴에 페달(Pedal)을 단 나무 자전거 벨로시페드(Velociped)를 선보였고 1874년 영국의 해리 로슨(Harry Lawson)은 여기에 더해 페달을 밟아 체인(Chain)으로 뒷바퀴를 굴리는 현대식 자전거의 폼팩터와 가장 비슷한 세이프티(Safety)를 발명했다.

좌로부터 셀레리페르, 드라이지네, 벨로시페드, 세이프티 ⓒ 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좌로부터 셀레리페르, 드라이지네, 벨로시페드, 세이프티 ⓒ 위키피디아

이후 무수한 발전을 거쳐 산악자전거(MTB), 올 마운틴(All mountain), 프리 라이드(Free ride), 다운 힐(Down hill), BMX(Bicycle Motocross), 로드 바이크(Road bike), 탠덤 바이크(Tandem bike), 리컴번트 바이크(Recumbent bike), 고정 기어 자전거(Fixed gear bike) 등 세부적으로 나열하면 수십 가지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일반적 형태와 달리 작은 휠(Wheel)과 높은 안장으로 독특한 비례(Proportion)의 미니벨로(Minivelo) 디자인은 특별하다. 미니벨로는 Mini(작은)와 Vélo(프랑스어로 자전거)로 이뤄진 말 그대로 작은 자전거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20인치 미만의 휠을 사용하는 이 자전거는 휴대하기 쉽고 어디서든 편리하게 탈 수 있으며 접는 게 가능한 폴딩 바이크(Folding Bike)로 대변되기도 한다.

미니벨로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1962년 영국의 알렉스 몰튼(Alex Moulton)은 당시 자전거의 표준과 전혀 다른 작은 바퀴와 서스펜션을 앞뒤로 장착한 몰튼 자전거(Moulton Bicycle)를 선보였다. 기존의 큰 바퀴 자전거가 보관하기 힘들고 휠 무게 때문에 가감속이 느리며 여성이 타기 힘든 단점을 보완했다. 이 자전거는 작은 휠과 고압 타이어를 사용하였고 높은 프레임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서스펜션을 통해 승차감 문제를 해결하여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클래식 몰튼, 혹은 프레임 형상 때문에 일반적으로 'F 프레임' 몰튼으로 불렸으며 1974년까지 약 20만대 가량 생산되었다.

좌로부터 F 프레임, NS 더블 파일론, 얼 그레이 ⓒ Moulton Bicycle Company이미지 확대보기
좌로부터 F 프레임, NS 더블 파일론, 얼 그레이 ⓒ Moulton Bicycle Company

몰튼의 특징은 트러스(Trus) 프레임과 러버콘 서스펜션(Rubber Cone) 시스템이다. 트러스 구조는 일반적인 튜브 프레임 구조보다 가볍고 강도와 안정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며 러버콘의 경우 싯 튜브(Seat tube)와 싯 스테이(Seat stay) 사이에 부착된 서스펜션으로 바퀴에 닿는 충격을 흡수해주기 때문에 미니벨로중 가장 뛰어난 승차감을 자랑한다.

사선 구조가 디자인 씸(Design theme)인 F 프레임의 경우 휠 아치(wheel arch) 외엔 모두 직선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대세였던 내부가 비어 있는 둥근 형태의 프레임을 한 번 더 프레스(Press) 한 것 같은 사각에 가까운 프로파일이 특징이다.

미니벨로중 최초의 폴딩 모델은 영국의 해리 빅커톤(Harry Bickerton)이 1971년에 만든 빅커톤 포터블(Bickerton Portable)이다.(참고로 직렬형 폴딩 자전거는 19세기 후반에 프랑스의 헨리 제라드 (Henry Gérard)의 특허로 생산까지 했다.)

빅거톤 정션 1307 모델(좌) 폴딩시 모습(우) ⓒ 빅거톤 포터블이미지 확대보기
빅거톤 정션 1307 모델(좌) 폴딩시 모습(우) ⓒ 빅거톤 포터블


빅거톤 포터블은 알루미늄 프레임의 가볍고 콤팩트한 디자인과 당시 석유 파동의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상당한 판매고를 보였다. 이후 경쟁사들에 밀려 별다른 소식이 없던 중 최근 독일 뮌헨 바이크 쇼에서 해리의 아들인 마크 빅거톤(Mark Bickerton)이 합류해서 다시 론칭했다. 어젠트(Argent), 정션(Jungtion), 파일로트(Pilot), 스카우트(Scout)의 4개 미니벨로 라인업과 일반 직렬식 폴딩 모델인 독랜드(Docklands 1824)까지 5가지 라인업이 있다.

빅거톤은 대부분의 비니벨로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중앙에 위치한 사선 프레임을 중심으로 형태가 이뤄지며 두 가지 색상의 칼라를 상단의 밝은 무채색과 하단의 어두운 원색으로 분리하여 시각적으로 안정감 있어 보이는 투톤 칼라가 특징이다. 사선 프레임은 상대적으로 두툼하고 휠 사이즈는 20인치로 경쟁사보다 큰 편이다.

브롬톤H6L(좌) 폴딩시 모습(우) ⓒ 빅거톤 포터블이미지 확대보기
브롬톤H6L(좌) 폴딩시 모습(우) ⓒ 빅거톤 포터블


미니벨로의 대명사 브롬톤(Brompton)은 앤드루 리치(Andrew Ritchie)가 1976년에 설립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역사는 빅거톤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75년 앤드류는 아버지와 함께 빅거톤을 방문했고 빅거톤 포터블에서 영감을 받아 첫 번째 브롬톤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창업 당시는 주문 생산 중심의 수공업 수준이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늘자 1981년부터 본격적인 대량 생산을 시작했고 90년에 이르러 10배의 매출 신장과 더불어 미니벨로의 대명사에 걸맞은 명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2002년 윌리엄 버틀러 아담스(William Butler Adams)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브롬톤은 비약적인 성장을 맞이하게 된다. 재무 구조 개선과 비핵심 부품의 아웃소싱 정책에 힘입어 2008년 170만 파운드(한화 약 26억)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5년 3000만 파운드(한화 약 469억)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으며 현재는 전세계 40여국에 수출되는 부동의 베스트셀러 모델로 미니벨로의 ‘왕좌’에 등극했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정한 씽크디자인연구소 대표(계원예술대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