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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으로 치닫는 LG화학-SK이노 특허소송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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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으로 치닫는 LG화학-SK이노 특허소송 갈등

양측, 공방 이어져...협상 통한 해법 '루비콘 강' 건너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특허소송을 둘러싸고 상호비방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6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특허소송을 둘러싸고 상호비방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6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이 전기차 배터리 특허 소송을 둘러싸고 끝없는 ‘흠집내기’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다음달 5일 양측 소송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한동안 점쳐졌던 양측간의 극적 합의도 이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양측이 협상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길을 외면하고 루비콘강을 건너는 양상이다.

◇끝없는 진실공방 이어가는 LG화학과 SK이노

양사 간 특허 소송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29일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SK이노의 셀, 팩, 샘플 등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ITC에 요청했다.

또한 SK이노의 전지사업 미국법인(SK배터리 아메리카)가 있는 델라웨어주(州)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양측간의 갈등은 이달 4일에 이어 6일에도 이어졌다. 이들은 경쟁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해 특허 침해 소송을 놓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공격의 포문은 SK이노측에서 열렸다.

SK이노는 4일 LG화학이 경쟁사 특허 개발을 감시하고 있으며 만일 LG화학이 선행 기술이 있었다면 2015년 당시 특허 침해 소송 대상 특허(994 특허) 등록이 안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6일 "우리는 개발된 기술에 대한 특허를 등록할 때 핵심 기술 요소를 갖추고 있는 지 여부를 엄격하게 따진다"고 반박했다.

LG화학은 또 “우리는 경쟁업체 수준과 출원 특허의 질을 고려한다”며 “SK이노는 왜 선행기술에 해당하는 LG화학 자료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이노도 이날 곧바로 맞대응했다.

SK이노는 ”선행기술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무효가 될 특허를 굳이 출원할 이유가 없다“라며 ”LG화학은 특허 자체의 논쟁보다는 SK이노를 비방하는 데 몰두해 상식 밖의 주장을 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SK이노는 또 ”994 특허 발명자가 LG에서 이직해 온 사람은 맞지만 LG화학이 관련 제품을 출시한 2013년보다 5년 전인 2008년 이직했기 때문에 시간 순서상 억지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SK이노는 "제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달라"며 "아니면 말고 식 소송과 억지 주장에 SK이노 뿐만 힘든 게 아니고 국민들도 많이 힘들 것"이라고 LG화학을 비판했다.

양측이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소송 최종 판결은 오는 10월 5일 ITC 손에 달려 있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에 대한 조기패소 예비결정을 내리고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재검토 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는 오는 11일까지 LG화학 제재 요청과 관련해 ITC에 의견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초일류 기업 멱살 잡는 사이에 왕서방만 휘파람

업계는 국내 간판급 기업간 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양측 갈등이 자칫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 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ITC는 올해 2월 14일 양사 간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측의 증거인멸 행위 정황을 이유로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이는 LG화학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린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5일 예정인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에서 결론이 다시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최종결정에서도 조기패소 판결이 유지되면 SK이노는 배터리 셀 등 핵심 부품과 소재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어 글로벌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양측이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는 가운데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술력은 갈수록 발전하는 양상이다.

LG화학과 SK이노의 소송 장기화에 따른 사업 차질은 결국 한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훼손해 중국 등 경쟁업체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치킨 게임(Chicken game) 은 마주 보고 달리는 두 대의 자동차가 누가 더 담력이 큰지를 겨루기 위해 두 운전자가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지는 경기다.

미국 스타 영화배우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1955)에 나오는 치킨 게임은 ‘모 아니면 도’다.

치킨 게임의 결말은 대부분 ‘해피 엔딩’이 아니다. LG화학과 SK이노의 기 싸움을 바라보는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측이 ‘신뢰의 비대칭성’ 때문에 공생이 아닌 자칫 공멸의 길로 가면 안된다는 얘기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