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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원격 수업의 비애…신호잡기 위해 나무에 올라가고, 수 ㎞ 움직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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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원격 수업의 비애…신호잡기 위해 나무에 올라가고, 수 ㎞ 움직여야

인터넷 접속 어렵거나 스마트폰과 노트북, 데스크탑 등 온라인 기기 갖추지 못한 가정도 많아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패스트푸드 매장 '타코벨' 앞에서 미국 초등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Instagram/ @ms_mamie89  이미지 확대보기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패스트푸드 매장 '타코벨' 앞에서 미국 초등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Instagram/ @ms_mamie8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곳곳의 강의 현장에서 비대면 수업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선진국과 후진국, 초등학교와 대학을 막론하고 비대면 수업은 필수 선택사항이 됐다. 하지만 세계 모든 지역에서 비대면 수업이 탈없이 진행되기는 힘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을 하는 풍경을 전했다. 화상기기와 인터넷 속도 불안정 등으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도서국가인 인도네시아 학교들은 3월 이후 온라인수업 체제를 도입했다. 새로운 수업 방식이 도입된 이후 학생들 수백만명이 고통과 어려움에 노출됐다.

학교 당국은 교문을 폐쇄하고, 학생들에게 자가 온라인수업에 참여하라고 독려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의 집은 인터넷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데스크탑 등 온라인 기기를 갖추지 못한 가정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는 NYT의 보도이다.

일례로 자바섬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사는 시티 살마 푸트리 살사빌라(Siti Salma Putri Salsabila)는 올해 13살로 아침이면 수 ㎞ 떨어진 도로 인근을 찾아가 바닥에 앉는다.

자신의 집에선 인터넷 신호가 잡히지 않아서 애써 그나마 간헐적으로 인신호가 잡히는 곳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엔 자신의 동생과 15살인 숙모가 함께한다.
도로에 3명이 나란히 앉으면 그 앞으로 차와 오토바이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티는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학교에서 공지했을 때 집에 인터넷 신호가 잡히지 않아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시티는 그나마 도로에서 신호를 잡지만, 어떤 학생들은 인터넷 신호를 잡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시티가 겪는 어려움은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다른 학생들을 통해서도 목격되지만, 교육 당국으로서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는 부족하고, 당장 손을 쓸 만큼 교육예산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대면수업을 강행할 수도 없다. 이는 코로나19 속에서 부유하지 못한 나라의 가난한 학생들 앞에 놓인 현실이다.

코로나19는 국가 차원에서는 물론 일반인들 차원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빈부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유명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y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