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오는 14일 자정을 기준으로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신규로 생산하는 반도체를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 추가 제재 발표에 따른 것이다.
업게 등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미국 제재조치 움직임 과정에서 화웨이가 통신을 비롯한 스마트폰 관련 반도체 물량을 확보해 하반기까지는 제품 공급이 원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으론 스마트폰 사양 차이에 따른 다양한 반도체 수급 불안에 따른 화웨이의 스마트폰 공급 제한 가능성도 상존한다.
상반기까지 화웨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5G 스마트폰 점유율은 화웨이 48.4%로 1위를 지켰다. 화웨이의 2분기 5G 스마트폰 판매는 2240만 대로 1분기 800만 대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14억 중국 내수 시장의 방어로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4.9%로 집계됐다. 삼성은 갤럭시 S20 판매 부진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출하량(830만 대)보다 2분기 출하량(690만 대)이 감소했다. 1분기 삼성 점유율은 34.6%으로 화웨이(33.3%)에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2분기 역전당한 것이다.
올 하반기에는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가 늘며 5G 스마트폰 점유율도 함께 회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갤럭시 노트20, 갤럭시 Z 폴드2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한 데다 화웨이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SA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2억6500만대를 출하해 21.0%로 1위를 유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애플은 1억9200만대를 출하해 15.3%로 2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한 반면, 화웨이는 1억9000만대를 출하해 15.1%로 3위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SA는 “중국 시장에서는 자국 브랜드가 중저가와 하이엔드 모델을, 애플과 삼성전자가 화웨이 플래그십 모델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샤오미 오포 비보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모두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분기 동남아시아 시장(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조사)에서 오포와 비보는 각각 1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포(20.3%)와 비보(17.9%)의 점유율 합은 38.2%로, 삼성전자(19.5%)의 두 배 수준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오포에 1위를 내줬다가 올 1분기 근소한 차이로 1위에 올랐다가 또다시 2위로 밀려난 것이다.
오포를 비롯해 비보, 샤오미가 글로벌 중저가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만큼 화웨이의 제재 반사이익이 이들 기업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다소 축소됐지만, 화웨이의 빈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중저가 시장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은 중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자국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시장”이라며 “화웨이의 공백은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3사가 메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