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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제도 개선에 업계 "환영"..."독립성 강화 뒤따라야"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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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제도 개선에 업계 "환영"..."독립성 강화 뒤따라야" 목소리도

국토부, 의뢰인 갑질 근절·합격자 증원·업무영역 확대에 "업계 혁신 가져올 것"
"독립성·중립성 보장 미흡, 증원 따른 과당경쟁, 신규수익원 기대 금물" 지적
감정평가사협회 "감정평가산업 전반 혁신 기대...개선방안 이행 위해 국토부에 적극 협조"
학계 일각 "합격자수 확대는 과당경쟁 초래, 고객에 휘둘릴 수도...독립성 강화조치 뒤따라야"

3기 신도시 예정부지 중 하나인 인천시 계양 3기 신도시 부지 모습.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3기 신도시 예정부지 중 하나인 인천시 계양 3기 신도시 부지 모습.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감정평가산업 제도개선방안'에 감정평가 업계와 학계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감정평가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명확한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국토부와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감정평가산업 제도개선방안'을 통해 감정평가사 자격시험 합격자수를 기존 연간 150~200명에서 200명 이상으로 늘리고, 감정평가 관련 행정심판 청구대리 등 업무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감정평가사의 독립된 지위도 명문화하고, 의뢰인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유리하게 감정평가를 유도하거나 수수료를 미지급하는 의뢰인의 '갑질'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된다.

아울러 대형 감정평가법인에 주어졌던 공시지가 조사물량 우선배정 혜택을 폐지해 중소·개인 감정평가사의 공시업무 참여 기회를 넓혀주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차세대 기술을 활용한 감정평가 역량을 높이는데도 지원한다.

이같은 정부의 감정평가산업 제도개선에 당사자인 감정평가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공정한 시장구조 확립과 감정평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에 공감한다"면서 "개선방인이 실행되면 감정평가산업 전반에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감정평가의 공정성, 신뢰성,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의뢰인의 불공정 관행 근절은 꼭 필요한 사항이며, 감정평가서 검토제도 도입과 감정평가기준원 설립 역시 업계에서 추진해 온 숙원사업이었다"고 밝혔다.

감정평가사협회 김순구 회장은 "개선방안으로 감정평가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을 수 있도록 국토부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감정평가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수연 제주대 교수(경제학과)도 "이번 개선방안은 몇가지 문제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감정평가산업 제도개선을 위한 국토부의 의지가 엿보여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피력했다.

정 교수는 "감정평가사에게 중요한 것은 고도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인데, 이번 개선방안에 이를 구체화 하는 방안이 보이지 않아 정책이 잘 작동할 지 염려된다"고 언급한 뒤 "향후 구체적인 보완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부동산 개발사업의 감소와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현재 국내 감정평가 업무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감정평가사의 수를 늘리는 것이 자칫 과당경쟁을 초래하고, 감정평가사들이 수임을 위해 주요 의뢰인의 요구에 휘둘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정 교수는 우려했다.

다른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도 "자칫 과당경쟁에 내몰린 감정평가사가 수임을 위해 담보가치 산정이나 토지보상에서 은행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고객의 입김에 흔들리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토지를 소유한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정 교수의 견해에 동조했다.

국토부가 감정평가업 영역확대에 장미빛 미래를 제시한 것에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란 점에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수연 교수는 "감정평가사의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기계·기구류, 산업재산권 등 부동산 외 분야의 감정평가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런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영역 확대가 곧바로 감정평가사 수임으로 연결된다고 보긴 아직 이르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들은 감정평가사 독립성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가령, 미국은 의뢰인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감정평가를 유도하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감정평가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업계 관계자는 "감정평가사가 수행한 감정평가에 타당성 조사와 징계 여부를 한국감정원과 국토부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가 2단계로 나누어 수행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타당성 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이고 조사결과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정평가사 독립성 보장 조치로서 미흡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아울러 이번 개선방안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술 활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감정평가업무의 자격 유무를 둘러싸고 최근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한 프롭테크 업체가 벌이고 있는 갈등과 소송전에 국토부가 모호한 태도만 취하고 있는 점을 업계는 비판하고 있다. 감정평가업계의 4차산업혁명 기술 활용에 정부가 더욱 명확한 원칙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