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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대우 매각 잇단 무산...건설사 M&A시장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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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대우 매각 잇단 무산...건설사 M&A시장 ‘찬바람’

코로나19·부동산 악재로 건설경기 악화, 두산건설 매각 놓고 당사자간 가격 격차 이견 못 좁혀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현대산업개발도 금호산업과 협상 실패...'모빌리티 꿈' 일단 접기로
대우건설도 채권단 산업은행과 진전 없어 수년째 '제자리'...하반기 돌파구 찾기 힘들 듯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건설업계의 인수합병(M&A)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등 악재로 건설업 전망이 어두워지자 매각금액을 지키려는 채권단과 인수금액을 깎으려는 인수후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M&A 무산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의 ‘빅딜’로 꼽히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침내 10개월 만에 백지화됐다.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올해 초 갑작스런 대외변수인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했던 탓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가 실적 악화의 늪에 빠지자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 재무상황이 악화된 것을 강조하면서,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에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미 충분한 실사가 이뤄졌다며 재실사를 거부하고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아시아나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인수 의지가 없다고 판단, 지난 11일 협상 종결을 공식화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최종 무산되면서 2500억 원에 이르는 계약금을 둘러싼 양측의 소송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주장과 달리 본건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의 계약 해제와 계약금 질권(담보) 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를 법적 차원에서 검토한 뒤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난에 봉착한 건설사의 매각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떠안고 있는 두산건설을 매각하기 위해 대우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역시 양자간 이견으로 최종 결렬됐다.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두산건설 매각을 추진해 왔다. 지난 6월 두산그룹이 두산건설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부채를 줄이기 위해 두산건설을 분할해 악성 미분양단지 등 부실자산을 떼어내기로 하면서 매각 작업은 급물살을 탔고, 지난 7월 초 대우산업개발에 배타적 협상 권한을 부여해 매각 합의의 기대감을 높였다.

두산건설 매각 실패의 가장 큰 이유로 투자은행(IB)업계는 양측의 ‘가격 눈높이 차이’를 꼽고 있다. 팔려는 두산그룹은 매각가 3000억 원대를 희망한 반면, 사려는 대우산업개발은 이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M&A 시장 ‘대어’로 꼽히는 대우건설의 매각작업도 몇년 째 ‘제자리 걸음’이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매각작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18년 1월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던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투입자금인 총 3조 2000억 원의 절반 수준인 1조 6200억 원을 인수가액으로 제시했지만, 호반건설이 우선협상자 지위를 포기하며 매각은 물거품 됐다.

매각이 무산된 대우건설은 아직 재매각 절차에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 대우건설을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겨 향후 재매각에 대비한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올들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해외 부문에서 높은 원가율 부담이 지속되면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2분기(4~6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1조 9632억 원과 81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2.0%, 영업이익은 20.2%나 크게 줄었다. 대우건설의 2분기 실적 부진은 코로나19에 따른 공기 지연으로 인도와 싱가포르의 토목 현장, 쿠웨이트 플랜트 현장 등 해외사업에서 약 470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 탓으로 분석됐다.

대우건설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전날 3년물 1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100억 원의 주문만 들어오는 기대이하 실적을 거뒀다.

하반기에도 건설업계 M&A 시장은 ‘냉각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부동산 규제로 건설사의 국내외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건설 M&A시장도 한파를 맞고 있다”면서 “매각을 위한 기업 몸값 올리기도 어려운 데다 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도 진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