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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19)] 홈트레이닝의 탈출구, 정장입고 타는 자전거 미니벨로의 세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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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19)] 홈트레이닝의 탈출구, 정장입고 타는 자전거 미니벨로의 세계(하)

영국 남부 해안의 조용한 시골 마을 도셋(Dorset) 지방에 자리한 마스 디자인(Mas-design)은 마크 샌더스(Mark Sanders)가 자신의 이니셜(Initial)로 만든 1인 디자인 스튜디오 이름이다. 제품 콘셉트부터 연구, 디자인, 설계까지 거의 모든 걸 혼자 꾸려나가는 그는 지금 소개하는 스트라이다(Strida)의 디자이너이다.

마크가 스트라이다를 개발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85년인데 당시 그는 영국의 최고 명문인 왕립예술학교 RCA와 공학으로 유명한 임페리얼 칼리지(Imperial College)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엔지니어링(IDE) 과정에서 새로운 접이식 자전거 디자인(The Design of a New Folding Bicycle)을 졸업 논문으로 발표했다.
스트라이다(좌), 스트라이다의 폴딩 모습(우) ⓒ 스트라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스트라이다(좌), 스트라이다의 폴딩 모습(우) ⓒ 스트라이다

삼각형 구조로 구성된 스트라이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가장 안정적인 형태의 삼각형 중앙에 위치한 체인링(Chain Ring)의 비례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자전거 형태이며 안장과 손잡이도 프레임 주변에 위치하여 조형 테마(Theme)를 유지하고 있다. 삼각형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세운 상태의 스트라이다는 상당히 미적이다.

체인이 아닌 벨트로 구동되는 점이 일반 자전거와 다른 특징이며 앞뒤로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 되어 제동 거리가 매우 짧은 점도 스트라이다만의 장점이다. 다만 안장의 구조상 장시간 승차가 어렵다고 한다.

풋루스(좌), 풋루스의 폴딩 모습(우) ⓒ 풋루스이미지 확대보기
풋루스(좌), 풋루스의 폴딩 모습(우) ⓒ 풋루스

2012년 마크는 한국의 만도 풋루스 디자인을 담당했다. 이 제품은 엄밀히 자전거라기보다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에 가깝다. 페달을 통해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가 제품에 내장된 알터네이터(Alternator)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되어 배터리에 충전되고 자가 발전되는 방식으로 주행과 동시에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자전거다. 다만 체인이 없기 때문에 배터리가 떨어지면 직접 끌고 가야하며 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2013년 레드닷 어워드(Red Dot Award)에서 대상(Best of the Best)을 받은 설명이 필요 없는 디자인이다.

버디(좌), 버디의 폴딩 모습(우) ⓒ 버디이미지 확대보기
버디(좌), 버디의 폴딩 모습(우) ⓒ 버디

미니벨로 제품 중에서 가장 최근에 개발된 버디(Birdy)는 특이하게도 풀 서스펜션 시스템(Full Suspension)을 갖춘 신개념의 접이식 자전거다. 앞바퀴와 뒷바퀴 양쪽의 서스펜션으로 승차감과 주행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버디는 가장 편한 승차감과 스포티한 주행 성능까지 갖춘 특별한 모델이다. 안정적인 구조와 우수한 내구성에 튜브(Tube) 프레임이 아닌 프레스 방식을 적용한 바디는 마치 날렵한 스포츠카를 연상시킨다.

버디는 마르쿠스 리즈(Markus Riese)와 헤이코 뮐러(Heiko Müller)가 1992년 독일의 다름슈타트 공대 재학시절 개발한 제품으로 접이식이지만 앞바퀴와 뒷바퀴의 서스펜션 포크 액슬(Axle)을 폴딩 관절로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현재에 이르게 되었으며 1994년 대만의 퍼시픽 사이클(Pacific Cycles)의 투자와 글로벌 자전거 애호가들의 지지에 힘입어 급성장 했다.

1982년 데이비드 혼(David Hon)이 그의 이름을 이니셜로 만든 다혼(Dahon)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접이식 자전거 브랜드로 성장했다.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 그리고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매년 수백만 대의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다혼 마리너 D7(좌), 마리너 D7의 폴딩 모습(우) ⓒ 다혼이미지 확대보기
다혼 마리너 D7(좌), 마리너 D7의 폴딩 모습(우) ⓒ 다혼


미니벨로는 작은 휠과 높은 안장에서 나오는 비례감과 자세가 특징적이며 접었을 때의 휴대성이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작용한다. 주행 성능보다 감성 라이딩에 초점이 맞춰진 제품이다 보니 달릴 때의 외적 이미지와 접었을 때의 조형성 또한 중요한데 적어도 이 두 부분으로 평가한다면 브롬톤은 미적으로 가장 탁월하다.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브롬톤은 달릴 때도 아름답지만 접었을 때 역시 그 아름다운 기계미학(機械美學)적인 자태를 뽐내는 거의 유일한 미니벨로 제품이다. 접은 형태만 보고도 타고 싶어지는 미학적 조형은 수백 년을 거쳐 이어진 영국 산업 혁명의 장인 정신을 마주할 수 있는 오마주같은 제품이기도 하다.



김정한 씽크디자인연구소 대표(계원예술대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