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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표적된 ‘텐센트’…글로벌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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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표적된 ‘텐센트’…글로벌 파장은?

美 중국판 카톡 ‘위챗’ 차단, ‘텐센트’ 제재 나서…美비롯 글로벌 기업 타격 불가피

미국 정부가 오는 20일부터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에 제재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외로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통신업체인 화웨이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에 이어 미국 정부가 오는 20일부터 위챗의 모회사인 텐센트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내놓기로 한 상황이다. 제재 범위와 수준에 따라 미국 자국내 기업이나 텐센트와 거래하는 기업들에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기업이자 글로벌 투자 큰 손이다. 메신저로 시작해 금융, 포털, 게임, 콘텐츠 등 중국내 인터넷 사업을 총망라한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은 중국의 12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고, 중국 내에서 전자결제 뿐 아니라 ‘위챗페이’로 핀테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 내수 시장을 사실상 점령하다시피 한 텐센트는 테슬라뿐 아니라 에픽게임즈, 유니버설뮤직 등 미국의 대표적 기업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 지분을 확보한 ‘글로벌 투자 거물’로 꼽힌다. 국내에선 인기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제작사인 크래프톤의 지분 13.2%와 카카오 지분 17.55%를 확보하며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틱톡과 위챗 제재를 담은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위챗과 틱톡을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미국 내에서 틱톡의 바이트댄스와 위챗의 텐센트와 모든 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 상무부는 오는 20일 구체적인 거래 금지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제재 범위와 강도 수준에 따라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미국내 위챗 사용 차단 위기에 놓인 사용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미국 내 위챗 이용자들은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개인과 기업, 그룹의 미국 내 위챗 이용 금지를 막아달라”며 행정명령 가처분 금지 신청을 낸 상태다. 미국에서 위챗은 1900만 회 다운로드 될 만큼 미국 내에서도 대중화돼 있는 데다, 중국 사용자들과의 대화 플랫폼으로 위챗만이 활용되고 있다.

일단 미국 정부는 자국내 위챗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가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서에는 “사용자가 개인 정보 또는 비즈니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앱(위챗)을 사용하거나 다운로드하는 것은 처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이런 앱 사용자들은 형사적 또는 민사적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위챗의 일부 기능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위챗 사용이 금지될 경우, 미국 기업들의 역풍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애플은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중국 현지에서 위챗 탑재가 차단된 애플 아이폰 구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대다수가 위챗을 사용하는 만큼 위챗 없는 아이폰에서 경쟁 스마트폰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뿐만 아니라 에어팟·아이패드 등 다른 하드웨어 수요도 15~25%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제품을 납품하는 미국내 제조사들도 텐센트의 전자결제 등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달 13일 애플과 월트디즈니 등 12개 이상의 미 주요 기업들은 이날 백악관 고위 관료와의 화상회의에서 “위챗 거래금지에 대한 행정명령이 중국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기업이 오히려 심각한 경영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애플과 월트디즈니 외에 포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금융회사들도 화상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텐센트와 거래하는 국내외 게임사도 영향권에 놓여있다. 텐센트가 인기 게임 대부분을 글로벌 시장에 배포하고 있어서다. 현재까지 텐센트의 ‘위챗’ 이외에 게임이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 외신 등은 백악관 관게자를 인용 “이번 금지조치는 위챗에만 해당하며 게임 등 텐센트가 진행하는 다른 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에 강도를 높이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제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만약 게임분야까지 거래를 차단한다면 국내 게임사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최근 인도 정부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글로벌 배급을 맞고 있는 텐센트를 차단하면서 인도 앱 마켓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사라졌다. 모바일 앱 시장 1위인 미국에서 인도와 같이 게임 서비스가 막힌다면 막대한 손실은 불가피하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 게임을 배포하는 텐센트의 서비스가 중지된다면 국내 게임사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아직 (미국 정부의)발표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