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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부동산 투자 가로막는 '핑크북' 지연 누구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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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부동산 투자 가로막는 '핑크북' 지연 누구 잘못일까(?)

왼쪽부터 노바랜드 부이 쑤언 후이 부회장, 자원환경부 쩐 반 탁 부국장, 흐엉 띠엔 쩐 꾸옹 중 부회장, 레 홍 차우 호찌민 시 부동산 협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노바랜드 부이 쑤언 후이 부회장, 자원환경부 쩐 반 탁 부국장, 흐엉 띠엔 쩐 꾸옹 중 부회장, 레 홍 차우 호찌민 시 부동산 협회장.
베트남에서 핑크북(토지 사용권 및 건물 소유 증서) 발급 절차가 늦어지면서 피해를 입는 기업과 개인이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핑크북 수령을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전반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까페비즈 등 베트남 현지매체에 따르면 최근 개최된 '토지 사용료 납입 적체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호찌민 시 부동산협회(HoREA) 레 홍 차우(Le Hoang Chau) 회장은 "핑크북 발급 허가후 이를 수령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구매자와 기업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고객이 핑크북을 받아야만 부동산기업이 잔금(아파트 분양가의 5%)을 받을 수 있다. 핑크북을 받지 못해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구매자와 분양 잔금을 수금하지 못하는 기업 양측 모두 재산상 손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협회가 조사한 결과, 올해초부터 8월말까지 토지사용료 미납금은 작년 동기간 대비 52% 감소한 4조4530억 동이라고 발표했다. 미납금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큰 규모다. 이는 기업이 핑크북 발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료 납부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HoREA의 통계에 의하면, 8월말 현재 전국에서 11개 기업 44개 프로젝트의 아파트 2만2000세대가 핑크북을 발급받지 못했다. 건설을 추진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핑크북을 받지 못해 토지사용료를 납부하지 않은 기업도 있다.

실제로 노바랜드(Novaland) 그룹의 부이 쑤언 허이(Bui Xuan Huy) 대표는 "2017~2018년부터 추진한 일부 프로젝트의 토지사용료 50%를 선 납부하는 방안을 호찌민시 인민위원회에서 승인했지만 현재까지 핑크북 발급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바랜드 그룹은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토지 임대료를 100% 납부한 다음 핑크북 발급 신청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했지만, 소관 부처인 자원환경부는 아직 이를 처리하지 않고 있다.

흥 띠엔(Hung Thinh) 그룹의 쩐 쿠옹 중(Tran Quoc Dung) 부회장은 "자원환경부가 당사가 추진한 13개 프로젝트의 아파트 8791세대의 핑크북을 발급하지 않은 상태"라며 "필요하다면 당장이라도 토지사용료를 추가로 납부할 수 있지만 책임지고 핑크북을 발급해줄 기관이 없어 기업이 궁지에 물리게 된다”며 자사의 사례를 발표했다.
흥 띠엔 그룹이 호찌민 시 투득(Thu Duc)군에 건설, 분양한 648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라비타가든(Lavita Garden)의 경우, 자원환경부에서 2015년 말부터 토지 사용료 책정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자원환경부는 5년 후인 2020년 9월 현재까지 해당 아파트 단지에 대한 토지 사용료를 책정하지 않았고, 흥 띤엔 그룹은 최고 단가로 일괄 산정한 사용료를 일시에 납부해야 했다.

이 그룹이 호찌민시 12군에 건설한 551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 8X Plus의 핑크북 발급 신청 절차를 진행하면서는, 자원환경부가 핑크북 5개를 분실했다. 흥 띠엔 그룹은 자원환경부에 재발급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언론에 이 사실을 폭로했다. 자원환경부는 이 사건에 대해 아직도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흥 띠엔 그룹의 부회장은 "특히 호찌민시에서는 토지사용료 책정 및 핑크북 발급 절차를 완료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3~7년이 걸리는데, 7년이 지나도 핑크북을 발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 자리에서, 자원환경부 쩐 반 탁(Tran Van Thach) 차관은 토지사용료 책정 및 핑크북 발급 절차 처리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쩐 반 탁 차관은 "지난 5년간 베트남 전역에서 핑크북 발급을 신청한 건수의 3~5%를 처리했다"며 "현재 해결하지 못한 기업의 핑크북 발급 신청 서류는 100여건 정도다. 자원환경부는 이중 38개 프로젝트의 토지 사용료 책정을 완료했고, 49개 프로젝트는 호찌민 시 인민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쩐 반 탁 차관은 이어서 "토지사용료를 책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법적 절차를 해결하다 보면 시간이 길어진다"며 "여러 법률 및 규정이 변경돼 이를 확인하고 처리하다 보면 토지사용료 책정과 핑크북 발급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