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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스마트폰 시대에 왜 즉석카메라 '후지필름 체키'가 잘 팔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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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스마트폰 시대에 왜 즉석카메라 '후지필름 체키'가 잘 팔릴까

연 1000만대 판매

스마트폰 전성시대에도 불구하고 후지필름의 인스턴트 카메라 ‘체키’는 전 세계에서 연간 1000만 대의 판매를 달성했다. 사진=후지필름
스마트폰 전성시대에도 불구하고 후지필름의 인스턴트 카메라 ‘체키’는 전 세계에서 연간 1000만 대의 판매를 달성했다. 사진=후지필름
후지필름의 인스턴트 카메라 ‘체키’는 2018년에 전 세계에서 연간 1000만 대의 판매를 달성했다. 체키는 약 15년 전에 붐을 일으켰고 당시의 판매 대수는 최고 연 100만 대였다. 현 시점에 10배의 성장을 일궈낸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전성시대에 어떻게 이런 약진이 가능했을까. 고베대학 대학원의 쿠리키 사토루 교수가 그 배경을 설명했다.

체키는 1990년대 후반에 선보여 연 100만대 판매 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주목할 점은 그 후의 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체키 판매를 계속하던 후지필름은 현재 체키를 본격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있다. 남다른 마케팅 효과였다.
체키의 판매 직후 디지털카메라 보급이 시작됐고 휴대전화에 카메라 기능이 탑재됐다. 즉석카메라가 없어도 촬영한 그 자리에서 사진을 보거나 데이터를 교환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체키의 인기는 시들해진다. 2005년경에 체키의 판매 대수는 연 10만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다행히 체키에는 안정적인 수요가 남아 있었다. 세계 관광명소의 거리 사진사와 결혼식 등의 행사 용도다. 그 때문에 적지만 안정된 수요가 있었다.

머지않아 변화의 조짐이 다가온다. 2007년 한국 TV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체키가 사용된 것이다. 그 후 체키의 판매는 아시아 각국에서 전년을 웃돌기 시작한다. 후지필름 본사의 체키 담당 팀은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짐작하고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을 웃도는 수요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속됐다.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때문이었다.

2010년대에 들어와 후지필름은 체키에 대한 마케팅에 본격 나선다. 각국 지사를 불러 시장 상황을 살폈다. 조사 결과, 체키에 새로운 가치가 있음을 후지필름은 눈치챈다. 체키의 새로운 이용자는 10~20대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여성들이었다.

과거 필름 시대에 사진은 기록하는 도구였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체키는 새로운 스타일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액정화면으로 사진은 곧바로 확인할 수 있고 데이터 공유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기록하고 추억을 남기기 위한 도구로서의 즉석카메라의 역할은 더 이상 없다.
그러나 체키로 촬영하면 데이터가 아닌 종이 사진을 바로 얻을 수 있다. 이것은 파티나 이벤트 등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특성이다. 게다가 즉석카메라는 다시 인화할 수도 없는 단 한 장 뿐의 사진이라는 특별감이 생긴다. 10대 청소년들의 공유와 소통의 도구가 되었던 것이다.

이 시점까지 체키는 카메라로서 판매되고 있었다. 그러나 체키의 새로운 사용자들은 카메라와는 다른 감각으로 체키를 사용하고 있었다.

후지필름은 체키를 잡화로 판매하기로 했다. 2012년에는 ‘세계에서 제일 귀여운 즉석 카메라’라는 카피를 내세워 신모델을 발표했다. 그리고 판로를 카메라점에서 잡화점으로 넓혔다. 동시에 체키의 포지셔닝을 재검토해, 글로벌하게 통일된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프로모션을 전개해 간다. 체키의 애용자 여배우, 모델, 블로거를 찾아내, 프로모션에 참가시켰다.

체키의 새로운 콘셉트에 따른 파생 제품의 개발 판매에도 나섰다. 2014년부터는 체키·시리즈에 ‘스마트폰 프린터’가 새롭게 투입됐다.

스마트폰 프린터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편하게 인쇄하기 위한 기기로 이것을 체키 전용 필름에 프린트 하는 것이 ‘체키 프린터’다. 필름 사진 특유의 감촉을 즐길 수 있다. 2019년 출시한 최신 체키 프린터에서는 전용 앱을 사용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여러 명의 얼굴 사진을 합성하거나, 궁합 진단 등 사진에 의한 소통을 확대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후지필름은 요즘 코로나19에 대응해 체키를 ‘instax@home’ 공통 콘셉트로, 가정에서 체키를 즐기는 소도구 마케팅을 하고 있다. 집안에서 체키를 활용하고 즐기는 방법을 SNS로 전송하는 등 사용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체키 시리즈의 액세서리 용도로 추가한 스마트폰용 프린터 ‘인스택스 미니링크’에 대한 수요의 증가다. 시로운 기능으로 수기 메시지나 일러스트를 사진에 겹쳐 즐기고 편집할 수 있는 앱을 투입한 제품이다. ‘집에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평가가 나면서 구미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프린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후지필름은 체키에 대한 풍향의 변화를 파악해 다음 기회를 끌어들이기 위해 병풍과 같은 신축성을 발휘해 왔다. 그 신축성이야말로 체키 부활의 열쇠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