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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지 공모 공공재개발, 규제에 막힌 정비사업 대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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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지 공모 공공재개발, 규제에 막힌 정비사업 대안 될까

정부, 11월 초까지 후보지 공모 착수…공공성·노후도 등 선정 기준
사업부진·정비구역해제 구역 20여곳 참여 의사...4곳은 의향서 제출
구역내 신축빌라 증가, 세부기준 미흡 '걸림돌'...세입자 이주대책 시급

철거를 앞둔 서울시 은평구의 한 재개발구역 주택가 모습. 사진=김하수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철거를 앞둔 서울시 은평구의 한 재개발구역 주택가 모습. 사진=김하수기자
서울‧수도권 지역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공공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공모에 돌입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재개발구역을 중심으로 참여 의사를 잇따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종 시범사업지 선정을 놓고 재개발 조합끼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실제 사업화까지 이어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공공재개발사업의 시범사업 후보지를 21일부터 오는 11월 4일까지 공모한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주택기관이 사업에 참여해 낙후지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사업이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대신 신속한 인허가, 종상향(2종→3종주거),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제외 같은 인센티브들을 제공한다.

이번 공공재개발시업의 시범사업 후보지 공모 대상은 서울지역의 ▲정비구역(재개발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 지정을 준비 중인 구역(해제구역 포함)이다. 도시재생사업·관리형 주거환경사업 등 대체사업이 추진 중이거나, 도시관리 및 역사문화보존 등을 위해 관리가 필요한 지역 등은 검토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시는 LH‧SH가 개략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국토부‧서울시 합동 ‘후보지 선정위원회’가 정비의 시급성, 사업 추진 가능성과 기대효과 등을 종합 고려한 내용들을 근거로 최종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공재개발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역은 적지 않다.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과거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구역들을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제 구역 주민들은 이번 공공재개발 참여를 계기로 꺼져가던 사업의 불씨를 살린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공재개발에 참여 의사를 밝힌 구역은 20여 곳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성북3구역 ▲한남1구역 ▲양평14구역 ▲흑석2구역 등 4곳에서 이미 사업의향서를 제출했다.
앞서 공공재개발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성북1·5구역 ▲장위8·9·11·12구역 ▲한남1구역 ▲신정1-5구역 ▲전농8·9·12구역 ▲청량리6구역 ▲제기6구역 등도 관심이 높아 기간 내 공모에 참여할 전망이다.

서울 지역구 중 공공재개발 참여가 활발한 성북구 장위동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공공재개발로 진행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도 제공되고, 기부채납 비율도 20∼50% 수준이라고 하니 사업성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주민 반대가 높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던 조합들을 중심으로 공공재개발 참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공재개발 추진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과거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빌라 등 신축건물이 상당수 들어서면서 수익성 악화와 함께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성북동의 재개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신축빌라가 다수 밀집된 구역들은 재개발구역 지정 요건인 노후 불량건축물 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재개발사업 자체를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신축빌라가 늘어날 경우 조합원이 증가하고, 그만큼 일반분양분이 축소돼 사업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빌라업자들이 재개발 기대효과를 내세우며 높은 가격으로 땅과 건물을 매입하고 있지만, 정작 조합이 난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세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공공재개발사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로 공공재개발에 관심이 있는 사업지 상당수가 얽키고 설킨 여러 문제들로 재개발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곳일 가능성이 커 단순히 공공기관이 참여한다고 해서 기존 문제들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재개발사업 상당수가 사업성 부족, 조합 내홍 등으로 표류하고 있는데 공공재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이같은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대상지역 원주민의 재정착을 위한 세입자 이주대책 등 사업 과정에서 세부적이고 명확한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