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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정규직·도급직 노조 '협공'에 포위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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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정규직·도급직 노조 '협공'에 포위 당해

노동부, 한국GM에 '불법파견 시정명령'
임단협은 끝내 '조정 중지'…쟁의권 확보
부평2공장 증산 막아놓고 "신차 내놔라"
'공멸' 택한 노조, "군산의 교훈 잊었나"

지난 2018년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한국GM은 최근 고용노동부가 내린 비정규직(도급직) 불법파견 시정명령과 정규직 노조의 쟁의행위 결의로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8년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한국GM은 최근 고용노동부가 내린 비정규직(도급직) 불법파견 시정명령과 정규직 노조의 쟁의행위 결의로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는 24일 오전 한국GM 부평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내 도급직 직접고용을 회사 측에 촉구했다.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한국GM 노사 간 임단협과 관련해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중노위가 중재에 나섰으나 끝내 조정안 마련에 실패했다. 앞서 조합원 투표에서 80%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던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파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이후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던 한국GM이 '노조 리스크(위험)'에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한국GM은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도급직) 노조 협공에 포위당한 형국이다.

◇ 전방에선 도급직 '불법파견' 소송전


24일 고용노동부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노동부는 최근 한국GM에 부평공장과 군산공장 사내 도급 직원을 직접 고용하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대상자는 부평공장 797명, 군산공장 148명으로 총 945명에 이른다.

한국GM 비정규직 노조가 진행한 기자회견 요지는 노동부 시정명령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사내 도급직 불법파견 문제는 십 수 년 동안 한국GM을 괴롭혀 왔다. 한국GM은 생산 공정 유연화 등을 위해 일부 작업을 도급업체에 맡겼다. 이후 도급 직원들은 자신들을 한국GM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며 고소·고발을 반복했다. 관련 소송만 3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숱한 소송 중 두 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된 닉 라일리 당시 한국GM 사장과 도급업체 대표에게 벌금형을 확정했다. 2016년에는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도급과 근로자 파견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한국GM이 직접 도급 직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다. 제조업에서는 근로자 파견이 허용되지 않지만 공정 일부를 분리해 외주화하는 도급은 가능하다.

한국GM은 내심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법인 출범 초기인 2005년부터 정부 지침을 준수하며 도급을 해왔다"라며 "노동부로부터 모범 도급 사업장으로 선정돼 서포터즈로 활동할 정도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몇 년 전부터 이와 다른 판결과 노동부 해석이 나왔다"고 밝혔다.

◇ 후방에선 정규직 노조 임단협 압박

한편 후방에서는 회사 측과 2020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 중인 정규직 노조가 밀고 들어왔다. 노조는 △기본급 12만 304원 인상 △성과급 400%와 격려금 600만 원 지급 △부평1·2공장, 창원공장 물량 배정 △부족 인원 신규 채용 등을 요구안으로 내놨다.

특히 부평2공장은 신차 배정 문제로 잡음이 계속됐다. 신차 물량이 배정되지 않는 한 기존 차량이 단종되면 공장이 폐쇄될 수 있다는 이유다. 현재 부평2공장에서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와 중형 세단 말리부를 생산한다.

트랙스는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미국에서 2분기에만 2만 2000대 넘게 팔린 인기 차종이다. 회사 측은 트랙스 UPH(시간당 생산량)를 28대에서 32대로 늘리자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이틀간 라인을 세워버렸다.

노조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시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GM 글로벌 본사가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각국 공장들은 물량을 따내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한국GM은) 노사관계 리스크가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차 배정과 고용 보장을 요구하면서 쟁의에 나서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GM 본사는 몇 년간 수익성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재편하면서 호주,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철수했다. 심지어 본토인 미국에서조차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GM 본사는 2년 전 한국에서 아예 사업을 접을 생각까지 했다가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선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라며 "노조가 당시 상황을 벌써 잊은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