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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본능’ 화웨이, 美 제재 돌파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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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본능’ 화웨이, 美 제재 돌파 카드는?

“생존이 목표” 궈 핑 화웨이 회장 “열매 거뒀던 협력사, 비바람 같이 맞자”
글로벌 협력사에 美 역풍 감수한 ‘혈맹’ 제안…실적 우려 美기업 합류 움직임
美 상무부, 인텔·AMD에 부분적 수출 허가…퀄컴 등 거래 승인 요청 ‘잇따라’
화웨이 동맹카드, 대선 앞둔 트럼프 ‘압박’으로 작용?…美제재 명분·전선 ‘흔들’

궈 핑 화웨이 순환회장[사진=화웨이]이미지 확대보기
궈 핑 화웨이 순환회장[사진=화웨이]

“화웨이와 함께한 협력사들은 승리라는 열매를 함께 공유해 왔다. 비바람을 함께 맞는 ‘장기적 협력’을 제안한다”


지난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화웨이커넥트2020’기조연설에서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력 제재에 대한 궈 핑 화웨이 순환회장의 언급이다. 궈 순환회장은 이 자리에서 “화웨이는 현재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지만 어쨌든 생존하는 것이 현재 목표”라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 제재로 화웨이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구글과 퀄컴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스마트폰용 칩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데 이어 지난 15일부터는 모든 반도체 부품 공급을 차단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의 화웨이 수출문도 닫힌 상태다.

핵심 부품 수급이 원천 차단됨에 따라 화웨이의 제품 생산에도 막대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부터 화웨이의 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궈 회장의 이날 언급은 ‘생존을 위한 동맹강화’로 요약된다. 미국 행정부의 제재를 굳건한 ‘동맹 전선’을 형성해 함께 돌파해 ‘동반 생존’하자는 것이다. 글로벌 협력사들이 그간 화웨이와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거뒀던 만큼 이번 위기 극복 동참 여부에 따라 향후 거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미 행정부의 불이익을 감수한 ‘혈맹’으로 현 위기를 돌파하자는 것이다.

궈 회장의 절박함이 강하게 묻어나는 대목 속에 동맹의 깊이에 따라 글로벌 협력사에 대한 ‘당근’과 과감한 ‘단절’도 단행하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날 궈 회장이 협력사의 성공사례를 거론하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러한 의도와 무관치 않다. 궈 회장은 “5G 기지국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쿨러마스터는 화웨의 협력과 노력에 힘입어 원가는 30% 절감됐고, 화웨이와 협력한 3년간 영업실적은 20배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웨이의 유력한 기술 지원과 함께 CS&S는 새 시장을 개척해 4년간 9배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궈 회장은 글로벌 협력사들을 향해 “비바람을 함께 맞을 장기간의 협력을 제안한다”면서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려야 잎이 자라는 것처럼 화웨이는 파트너들을 위해 기초혁신, 표준, 인재, 사회적 책임 등을 위해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행정부의 제재 조치에 화웨이뿐 아니라 미국 기업인 구글과 인텔, 퀄컴 등도 동반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처지다. 미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영향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상당한 부담이다. 또 미국 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악영향은 미국 투자와 협력 의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미국 차기 대선 등 미국 내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면 화웨이의 ‘동맹전선’은 궈 회장의 위기 돌파 대응책이자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카드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틍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각 주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이탈로 당초 유력 지역에서조차도 바이든 후보를 꺾지 못하고 있다.

미국 대선을 50여 일 앞둔 시점에서 화웨이를 향한 미국 행정부의 제재 전선도 약화하는 모양새다.

당장 미국 업체들의 반발과 이탈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명분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인 AMD가 화웨이에 일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을 미 상무부로부터 승인 받았다. 로이터 등 현지 언론은 미 행정부가 화웨이 제재로 인텔의 시장 지위가 약화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부분적으로 거래를 승인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으론 미국 제재에 맞서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 블랙리스트’ 작성 등 보복 조치 움직임에 대한 ‘속도조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분적이나마 인텔과 AMD가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이 가능해지면서 궈 회장의 ‘동맹’카드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퀄컴도 화웨이와의 거래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 행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실적 방어에 나서야 하는 미국 기업의 현실과 맞물려 궈 회장이 ‘미국 제품을 사용하겠다’며 공동 대응을 적극 유도하고 있어, 화웨이의 ‘동맹 전선’은 확대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현재로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흔들리는 미국 경제 전망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동맹강화의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 정세 관련 한 전문가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화웨이 제재가 보수층을 결집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경제활성화’ 공약과 상충할 수 있다”며 “(중국 기업의)미국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담보되지 않은 만큼. 자칫 미중 관계 악화로 미국이 추진하는 경제 정책 노선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화웨이 제재 등 대중(對中)제재가 이미 미국 내에서 정치적 효과를 거둔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의 확전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강경 노선은 상대국과 조율과 합의 과정을 통해 약화될 것”이라고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완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