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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소꿉장난 코로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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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소꿉장난 코로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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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한비자에 나오는 얘기다.

“아이들이 모여서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먼지로 밥을 짓고, 흙탕물로 국물을 만들었다. 나뭇조각을 주워 와서 고기를 삼았다. 아이들은 그 밥과 국, 고기를 맛있게 냠냠하며 놀았다.”
“…그러다가 날이 저물었다.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 밥을 다시 먹고 있었다. 흙이나 구정물, 나뭇조각이 식사를 대용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소꿉장난일 뿐이었다.”

당대의 사상가인 한비자가 이유 없이 아이들 소꿉장난을 논했을 리는 없다. 정치를 빗대서 한 말이었다. 한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것을 찬양한다고 정치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선왕의 업적을 아무리 자랑해봐야 소용없다. 현재의 국정을 바로잡지 못하면 소꿉장난이 될 뿐이다. 정치 잘한다는 말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진반도갱(塵飯塗羹)’이다. 먼지를 밥이라고 하고, 진흙을 국이라고 하는 아이들 소꿉장난을 뜻하는 말이다. 아무 소용없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이 ‘진반도갱’이라는 ‘어려운 한자’가 추석을 앞두고 필요해지고 있다. ‘풍성한 추석’과는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추석 수요 많은 36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 구매비용은 21만3428원으로 작년보다 10% 올랐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할 경우는 26만7888원으로 1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올해도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약 20%가량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입 단위’가 ‘거시기’했다. 사과 3알, 배 3알, 곶감 5개, 대추 100g, 밤 500g, 고사리 300g, 시금치 400g, 부세(수입조기) 1마리, 동태 1마리, 오징어 2마리, 소고기 300g, 돼지고기 200g, 달걀 10개, 동태살 500g, 닭고기 1.2kg, 송편 1kg, 쌀 1kg, 무 1개, 약과 1봉지 300g.…

‘6~7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 조사라고 했는데, 사과는 ‘달랑’ 3알이었다. ‘반 알’씩 나눠먹어야 될 듯싶었다.

곶감의 경우는 5개였다. 6~7인 가족이라면 1인당 1개씩 나누기도 힘들 것 같았다. 더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풍성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래가지고는 ‘진반도갱’이 아닐 수 없다.

하기는, ‘코로나 추석’이다. 추석 때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추석은 고향의 가족을 직접 만나지 않는 것이 효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67.9%가 이번 추석 연휴에는 같이 살지 않는 가족과 친지를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방문 계획이 있다는 시민은 28.1%밖에 되지 않았다.

‘거리두기’를 하다보면, 6~7인은커녕, 3∼4인이 모이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더욱 ‘진반도갱’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