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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소비 행태 변화, 코로나 사태로 쇠락하는 쇼핑몰…유럽 중심 재생논의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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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소비 행태 변화, 코로나 사태로 쇠락하는 쇼핑몰…유럽 중심 재생논의 활발

사진은 제철소 자리에 건립된 독일 오버하우젠에 있는 유럽 최대 쇼핑몰 첸트로(CentrO).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제철소 자리에 건립된 독일 오버하우젠에 있는 유럽 최대 쇼핑몰 첸트로(CentrO).

세계 소비문화의 상징이던 쇼핑몰이 초주검 상태다. 유럽 쇼핑몰의 수도로 평가받는 베를린에서도 잇달아 ‘소비의 궁전’이 폐쇄 일보 직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대규모 쇼핑몰은 시대에 뒤떨어진 상징이었다. 쇼핑몰은 정말 죽음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변할 것인가?

20세기 가장 성공한 유대인 건축가 중 한 명인 빅터 그루엔은 190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나치스가 떠오르자 1938년 미국으로 망명했고, 나중에 ‘미국을 바꾼 쇼핑몰의 아버지’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그는 만년에 스스로 잉태한 쇼핑몰을 ‘잡놈의 계획’이었다고 경계했다. 그 이유는 미국 전역에서 과열된 교외형 쇼핑몰 건설이 도시가 필요로 하는 도서관과 병원이라는 본래의 인프라 투자를 정체시켰고, 그 결과 도시 중심부의 소비환경까지 파괴했다고 회고했다.

그루엔이 마음에 그린 ‘20세기 소비의 궁전’은 도시의 주위에 배치됐다. 런던의 해러즈와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그리고 베를린의 카데베 같은 대형 백화점과는 다른 아이디어였다. 백화점은 복수 층 건물의 도시 중심지역의 대형 소매점이었지만, 쇼핑몰은 자동차로 가는 교외에 있어 다수의 독립한 점포가 큰 복합시설에 모여 있었다. 이는 주민을 도시에서 탈출시키는 교외화 현상을 부추겼으며, 그 결과 그루엔은 도시의 공동화와 파괴를 가져온 인물로 간주 됐다.

하지만 그루엔이 창조한 쇼핑몰의 시대가 정말 저물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대두, 온라인쇼핑의 비약적 증가, 저가격이나 전문 소매점으로의 시프트는 일찍이 화려했던 쇼핑몰을 폐허화시키고 있다. 베를린에는 지나칠 정도로 너무 많은 쇼핑몰이 있다. 사실 베를린만큼 많은 쇼핑몰이 있는 도시는 독일은커녕 유럽 각지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구동독 시절 바나나조차 희소품이었던 옛 동베를린 시민들의 탐욕스러운 소비 욕구가 이 도시를 소비의 중심으로 올려놓았을지 모른다.

■ 소비 행태의 변화

2018년 베를린 슈프레이 강변 프리드리히스하인 지역에 시대에 뒤떨어진 그림을 그린 듯한 대규모 이스트사이드 쇼핑몰이 문을 열었다. 이를 평하면서 많은 현지 언론이 베를린의 69번째 쇼핑센터라고 꼬집어 기술했지만, 동시에 베를린 상원은 시 전체에 73개 쇼핑몰이 있다고 보고했다.

장벽 붕괴 직후인 1990년대 초 황폐해진 옛 동베를린 지역에 잇따라 쇼핑몰이 들어섰다. 당시 동서 베를린을 합한 구매력으로도 여러 쇼핑몰의 경영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현재 소매업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서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쇼핑몰의 3분의 1이 이미 폐쇄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처럼 쇼핑몰은 이제 교외뿐 아니라 도시 중심부에서도 사멸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교외형 쇼핑몰에서 시작된 폐허화는 유럽 각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자동차를 위한 도시화’에서 ‘보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화’로의 전환은 세계 공통의 ‘슬로건’으로 자동차로 접속 가능한 교외의 쇼핑몰뿐 아니라 도시 중심부에서도 방문자 수 감소, 매출 감소, 공실률 상승에 직면하고 있다.

■ 대형 백화점의 쇠락

미국 상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백화점 매출액은 2005년 875억 달러에서 2019년 184억 달러까지 감소했다.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대형 소매업체들은 수익성이 낮은 지역에서 철수하고 있다. 미국 전통백화점 메이시스는 겉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125개 점포를 폐쇄하고 2,000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독일의 백화점 체인 ‘Galeria Karstadt Kaufhof’도 62개 지점을 폐쇄하기로 했다.

시내 쇼핑가와는 달리 쇼핑몰의 대체수단을 찾기 어렵다. 쇼핑몰의 비즈니스 모델은 그 구조체의 운영과 소규모 점포의 공생에 의한 수익 모델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전 세계의 쇼핑몰이 실속할 가능성도 있다.

도시 몰이 시내 중심부에서 사라지면 많은 공간이 비게 된다. 베를린은 급격한 인구 유입과 젠트리피케이션(지역의 고급화, 도시의 부유화)의 격랑에 수반해 저렴한 주거가 부족하다. 집세 인상을 5년간 동결하는 법 개정 등으로 베를린시는 그동안 베를린의 매력이었던 값싸고 창의적인 생활기반을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를린의 많은 쇼핑몰이 도시 중심에 존재하고 있어 기존 몰의 해체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를린의 모든 쇼핑센터의 판매 지역을 합하면 약 150헥타르(1.5 km² )가 된다. 필사적으로 주거공간을 찾고 있는 새로운 주민이나 유치원이나 수공예품 사업,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아티스트의 수의 증가를 생각하면 베를린은 죽어가는 몰을 사무실이나 주거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법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 쇼핑몰 재생 시나리오

쇼핑몰은 변화하는 사회적 문화적 요구에 다시 적응할 필요가 있다. 쇼핑몰의 공간 구성은 현대사회의 상호교류, 네트워크 형성, 공동개발 파트너십, 오픈 이노베이션, 개발형 커뮤니티를 촉진하기 위한 이상적인 장이 될지도 모른다. 이하, 쇼핑몰 재생의 3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보자.

▷ 시나리오1: 고급 브랜드 전개

모든 쇼핑몰이 매출 감소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 특히,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고급브랜드를 보유한 이른바 “A, B, C, D의 계층이 있으며, D는 죽음 Death를 나타낸다”는 매출액이 견고하다는 보고도 있다.

하이 엔드 임차인을 가진 A몰의 전망은 고급 호텔 유치 등 복합형 시설이 가능하게 한다. 온라인으로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한편으로, 고급 브랜드는 쇼 룸, 브랜드 인지, 브랜드의 등대로서 아직 실 점포에 투자하고 있다.

▷ 시나리오2: 혁신 지역으로 전환

몇몇 쇼핑몰은 소비지가 아니라 생산지가 될지도 모른다. 개발자나 오퍼레이터는 몰의 운영 프로그램 변경에 따라 빈 점포를 오피스, 코워킹 스페이스, 이노베이션 랩, 소규모 생산시설 등의 비 리테일 활동에 배치하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 위치한 BTC City는 유럽 최대의 쇼핑&엔터테인먼트 시설 중 하나로 슬로베니아는 물론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의 주요 물류센터는 1990년대에 민영화되어 서서히 쇼핑몰이 되었다. 그러나 온라인쇼핑의 대두와 할인점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경영진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었다. 슬로베니아에서 최대 비즈니스 액셀러레이터가 된 ABC Accelerator가 문을 열었고 신흥기업과 이노베이터를 위한 코워킹, 코칭, 팀 빌딩 공간을 갖춘 ABC 허브도 설립됐다. 그곳에는 쇼핑몰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UniCredit Bank, Microsoft, IBM, BMW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의 진출로 현재 ABC 허브는 활기에 넘치고 있다.

▷ 시나리오3: 도시농업 거점화

세계적인 식량 수요 증대와 농업의 공업화에 의한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도시형 농업은 쇼핑몰을 재생시키는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개발의 중심거점은 모스크바에 있는 세계 최대의 도시형 수직농원 ‘RusEco’나 덴마크 제2의 도시 오프스에 있는 ‘아그로 푸드파크’다.

RusEco와 아그로 푸드파크는 농업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그 계획은 도시농업의 이노베이션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농업은 비옥한 토지에 대한 투자이지만, 양 회사가 목표로 하는 것은 도시와의 공동개발이며 빈 창고나 대형 몰을 도시농장으로 바꾸기 위한 매력적인 대체품의 제공이다. 아그로 푸드파크에는 이미 80개가 넘는 기업과 총 1,200명이 고용돼 있으며 도시농업을 위한 에너지, 물, 폐수 등 친환경 생태계를 통합해 연구자와 기업의 협력을 강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 이노베이션 거점으로

고대 그리스 아고라에서 시작해 중세 시장, 18세기 런던과 파리, 그리고 황금의 1920년대로 불리던 베를린 쇼핑 아케이드를 거쳐 20세기 쇼핑몰은 포드 자본주의 커뮤니티 기반이었다. 그러나 그루엔이 몰과 자동차가 도시를 파괴했다고 술회한 것처럼 쇼핑몰의 역할도 끝나가고 있다.

죽음을 맞는 쇼핑몰도 있고 재생하는 쇼핑몰도 있다. 대다수는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그 길은 다난하지만 상호작용, 네트워킹, 공동개발, 오픈 이노베이션의 촉진이 미래를 위한 쇼핑몰 재생이 공통 주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