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푸념했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신설 또는 강화된 규제는 3151건에 이른다. 한 해 평균 1000건이 넘는다. 더구나 이 가운데 96.5%는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막겠다는 취지로 운용 중인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의결을 받지도 않았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은 정부가 내놓은 각종 규제 패키지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계와 야당 등 일각에서는 아예 '기업규제 3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감사위원·이사 분리 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 폐지,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금융그룹감독법은 비(非)금융 부문이 주력인 기업 계열 금융회사도 금융그룹 계열 회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독을 받게 하겠다는 법안이다.
이에 더해 법무부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안에 따르면 기업이 고의 또는 중대한 실수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초래했을 때 피해자가 50명 이상이면 집단 소송을 낼 수 있고 기업은 피해 금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해야 한다.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도 기업이 걱정하는 사안 중 하나다. 정부는 현재 비준하지 않은 상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중 '강제노동 금지'와 '결사의 자유'를 다룬 제29·87·98호 비준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에 맞춰 국내법 개정에 나섰다.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 가입이 가능해지고 기업이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 지급을 금지한 조항은 삭제된다.
문제는 '법률 리스크(위험)'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올해도 주요 기업 인사들을 증인석에 앉히기로 했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 하이트진로, 현대중공업, GS건설, 한국타이어, 삼성물산, LG전자, SK하이닉스, 두산중공업 등 고위 임원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의원들의 기업인 호출은 매년 반복된 일이다. 특히 삼성·현대차·SK·LG·롯데 같은 '5대 그룹' 총수는 국감 증인 신청 단골 메뉴다. 의원들이 '기업 망신 주기'를 홍보 수단으로 여기는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10월쯤 되면 '올 것이 오는구나' 싶지만 그렇다고 부담스럽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