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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액권 부여' 개정 상가임대차법, 건물주-세입상인 갈등 불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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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액권 부여' 개정 상가임대차법, 건물주-세입상인 갈등 불질러

임대인 “임대수익률 감소세 뚜렷, 정부가 세입자 권리보호만 앞장” 원성
임차인 “감액청구권 행사로 퇴거 위험 상인들에 안전판 제공” 절대 환영

두산타워 입주상인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두산타워 입주상인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차임 감액청구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개정 이후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29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50회 국무회의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 등 법률공포안 2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앞서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감염병으로 피해를 당한 상가 임차인에게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부여하는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자영업자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근거로 상가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개정안은 임대료 증감청구가 가능한 요건을 기존 '경제 사정의 변동'에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1급 감염병 등에 따른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고쳤다. 1급 법정 감염병인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건물주에게 임대료 감액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다.

아울러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은 법 시행 후 6개월 간 임대료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계약 해지나 갱신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도록 특례 조항을 마련했다. 기존법에서는 3개월 간 임대료가 밀릴 경우 계약 해지나 갱신 거절의 사유가 됐다.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진 6개월 간으로 한정해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퇴거 조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의 통과로 예상했던 대로 임대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임차인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고, 임대료마저 크게 낮춘 상황에서 정부가 임차인 권리 보호에만 앞장서고 있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4~6월) 전국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2%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으며, 따라서 투자 수익률과 임대료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9일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투자수익률은 1.18%에 머물렀다. 지난 1분기(1~3월) 투자수익률 1.31%와 비교해 0.13%포인트 감소한 수치이며, 지난해 4분기(10~12월) 1.69%을 기점으로 2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
상가 임대료도 감소세를 보이긴 매한가지다. 올해 2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1㎡당 평균 임대료는 2만 66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 8000원 대비 1400원 줄어든 금액이다.

그러나, 임대인과 달리 상가 임차인들은 개정된 상가임대차법 시행에 크게 환영하는 표정이다. 서울 동대문구 두산타워 입주상인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진보당 서울시당 등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상인회 차원에서 차임 감액청구권 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두산타워 입주상인회 비대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주요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매출액이 80~90% 감소했다”면서 “이번 감액청구권 행사 결과가 고통 받는 상인들의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뀐 상가임대차법 시행을 기점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상가임대차법 개정안 내용 중 임차인의 임대료 감액 청구권에 임대인이 수용해야 하는 의무는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고, ‘6개월 연체 허용’도 임시조치 이후에는 보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시장에서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임대료가 줄어들고 투자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임차인에 특혜가 한정된 개정안은 임대인의 저항과 함께 역차별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