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주 5일제 근무 전면 시행과 노동시간 단축은 여가 풍속도를 싹 바꿨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통해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20대 사회 초년생부터 가정을 이룬 40~50대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차박(차에서 숙박)'에 빠져든 최근의 현상은 비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낳은 결과만은 아니다.
영종도 오성산을 끼고 넓게 펼쳐진 오프로드(험로) 구간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형과 인공적으로 조성한 장애물이 혼재했다. 주행 난이도를 높여 '렉스턴 스포츠보다 한 수 위'라고 말하려는 듯했다. 시승 구간 전체 분위기는 영화에서 보던 미국 황무지였다.
콜로라도는 3.6리터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kg·m를 낸다. 콜로라도는 30도가 넘는 비탈길을 극복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견인 능력이 3.2톤에 이르러 뒤에 트레일러를 매달고도 언덕을 무난하게 넘었다.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과 차동제한장치(LSD)는 미끄러운 진흙에서도 차체를 잘 잡아줬다.
콜로라도는 바위와 계곡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도 딱 맞는 차다. 오성산에는 일반 승용차는 꿈도 못 꿀 정도로 날카로운 바위가 단단하게 박힌 길이 꽤 많았다. 기본적으로 지상고(지면에서 차 바닥까지 높이)가 높은 데다 거친 노면에도 잘 버티는 '올 터레인 타이어'를 장착해 가뿐히 지나갔다. 바위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하부 보호 커버가 있어 마음이 놓였다.
도강 능력도 탁월했다. 물이 탁해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으나 선두 차량을 따라 일단 앞바퀴를 집어넣었다. 보닛 끝에서 물이 찰랑거리는 게 보였다. 전장(길이) 5395mm, 전폭(너비) 1885mm, 공차중량 2톤의 육중한 차량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갔다. 콜로라도는 성인 남성 엉덩이 쯤 되는 수심 80cm까지 건널 수 있다고 한다.
가장 긴장된 구간은 '범피 로드(Bumpy road·울퉁불퉁한 길)'였다. 깊이가 50cm는 넘어 보이는 구덩이 여러 개를 좌우 번갈아가며 파놓은 곳을 지나갔다. 구덩이 때문에 왼쪽 앞바퀴와 오른쪽 뒷바퀴가 붕 뜬 상태에서 나머지 두 바퀴만 지면에 붙어 있었다. 콜로라도는 운전자를 안심시키려 무던히 애를 썼다. 몸이 몇 번 들썩이더니 다시 평탄한 흙길로 나와 있었다. 쇼크업소버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범위가 넓어 높낮이 차이가 심한 길도 잘 빠져나왔다.
목적에 따라서는 다소 부족한 점도 있었다. 최근 출시되는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대화면 내비게이션, 시동 버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사양으로 무장한 데 비해 콜로라도는 국내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사양이 상당 부분 빠져 있다. 차량 성격을 생각하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일지도 모르지만 남성들이 필수로 꼽는 통풍시트도 없다. 이른바 '옵션'에 큰 의미를 두지 않거나 일상용 차량 외에 레저용 차를 한 대 더 산다면 우선순위가 올라갈 듯하다.
리얼 뉴 콜로라도는 다섯 가지 등급(트림)으로 판매된다. 트림별 가격은 △익스트림 3830만 원 △익스트림 4WD 4160만 원 △익스트림-X 4300만 원 △Z71-X(오프로드 특화 트림) 4499만 원 △Z71-X 미드나잇 에디션(디자인 차별화 트림) 4649만 원이다. 시승 차량은 Z71-X 트림이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