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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톡톡] 테슬라, LG화학 배터리 전담 법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탐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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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톡톡] 테슬라, LG화학 배터리 전담 법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탐내는 이유?

머스크, 첨단 배터리’ 개발 큰소리 쳤지만 대량생산 준비 안 됐다 인정
‘생산 지옥’ 경험있어 ‘LG에너지솔루션’통해 안정적 배터리 공급 원하는 듯

“깜짝 놀랄 뉴스로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겠다”

얼마 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한 말이다. 테슬라 투자자는 물론 전 세계 배터리 업계는 물론 자동차 업계까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한 마디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그러나 막상 배터리 데이 뚜껑을 열고 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머스크의 ‘뻥카(블러핑)’였다며 전 세계 언론이 혹평을 쏟아냈다.

그만큼 자동차용 배터리가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그걸 자신만만하다고 큰소리치던 머스크가 배터리가 정말 어렵다는 걸 스스로 입증해 준 셈이다.

LG화학이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한 배터리 부문은 첨단기술이 집약된 어려운 분야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LG화학이 흑자를 만드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린것도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고(故) 구본무 전 회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구상과 결단, 선견지명이 있어 오늘날 LG화학의 대표상품 배터리가 가능했다.

1992년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 전 회장은 그룹의 미래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영국 출장에서 배터리를 미래의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결정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을 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를 접하고 그 가능성을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그리고 20년이 넘게 흘렀다.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LG확학은 올해 2분기부터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사운을 건 사투의 기간이었다. 적자가 나도 괜찮다는 구본무 전 회장의 뚝심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K배터리’는 탄생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머스크는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단번에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며 배터리 데이라는 요란한 행사와 함께 허풍을 떨어 댄 것이다.

머스크도 자동차용 배터리가 어렵다는 걸 깨달은 걸까?

머스크가 배터리 데이에 새로운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4680'을 설명했지만, 2022년까지 대량 생산을 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고백했다. 말이 쉬워 2022년이지 가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머스크가 대단한 혁신 아이콘이기는 하지만 이전에도 솔깃할 만한 계획은 많이 발표하고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한두 건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머스크의 눈길이 LG화학에서 분사해 배터리를 전담하게 될 ‘LG에너지솔루션’으로 쏠리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코리아타임스는 지난 28일 테슬라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주요 일정. 그래픽=LG화학 뉴스룸이미지 확대보기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주요 일정. 그래픽=LG화학 뉴스룸

이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안정적인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LG화학 등 파트너사로부터 배터리 물량을 더 확대할 수 밖에 없다.

배터리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CATL은 또한 테슬라의 최고 배터리 공급업체 중 하나이지만, 테슬라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입이 올 것이며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CATL은 아직 품질이 보장된 원형 배터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머스크가 LG에너지솔루션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장의 평가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에도 "우리는 ‘생산 지옥(production hell)’에 빠졌다"며 배터리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에 겪기도 했다.

테슬라의 '3대륙 3공장 건설'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그 핵심인 배터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또 ‘생산 지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머스크의 공언대로 2030년 이전에 테슬라가 2000만 대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배터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게 됐다.

머스크가 배터리 수직 계열화를 선언했으나, 배터리 업체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20년 넘게 갈고 닦아온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을 빼면 머스크의 약속은 또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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