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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북한 비공식 반입 정제유, 현 추정치 보다 많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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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북한 비공식 반입 정제유, 현 추정치 보다 많을 수도”

북한이 제재를 회피해 비공식 경로로 반입하는 정제유 양이 현재 추정치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의 북한 에너지 전문가가 주장했다.미국과 유관국들이 에너지 관련 제재를 비핵화 초기 조치를 이끌어 내는 첫 번째 방안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지난 17일 오전 9시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남산8'호(오른쪽)와 국적 미상의 선박 사이에 불법 환적이 이뤄지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일본 외무성이 공개했다. 사진=일본 방위성.
지난 17일 오전 9시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남산8'호(오른쪽)와 국적 미상의 선박 사이에 불법 환적이 이뤄지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일본 외무성이 공개했다. 사진=일본 방위성.

미국 노틸러스연구소의 데이비드 폰 히펠 연구원은 2일(현지시각) 대북 제재에도 상당한 양의 정제유가 비공식 경로를 통해 북한에 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방송(VOA)이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이 가능한 정제유 상한선을 연간 50만 배럴로 정했지만 불법 반입된 유류를 합치면 북한에 유입된 정제유 규모는 연간 상한선을 초과했다는 게 유엔 대북 전문가 패널의 주장이다.

북한의 전력 지원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 폰 히펠 연구원은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북한의 정제유 수요∙공급'을 주제로 개최한 화상 행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올해까지도 추가 정제유 밀반입이 이어져 온 것으로 추정하면서 선박 간 불법 환적, 중국과 북한 신의주 간 송유관 등의 경로를 통한 비공식 정제유 반입이 현재 추정치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폰 히펠 연구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심각하고 가시적인 경제적 혼란'이 발생한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북 제재 이행으로 감소된 연료 수입량만큼 북한의 정제유 수요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따라 대북 제재로 최근 몇년간 비공식 정제유 대북 반입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폰 히펠 연구원은 또 북한 에너지 수요를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며 2010년부터 올해까지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주거용 에너지 수요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제유 관련 대북 제재는 연료 분배에서 낮은 우선 순위를 차지하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의 대니얼 워츠 국장은 대북 제재가 금속, 기계, 전기 장비의 대북 수출도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런 측면이 북한 전력난 사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주목했다.

수출 금지 품목에 태양열 전지판, 발전기뿐 아니라 댐, 터빈 등 전기 발전 설비를 건설하거나 보수하는 데 필요한 산업 장비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워츠 국장은 현재로서는 전력 생산 관련 장비들의 대북 반입이 어느 정도로 급감했는지 측정할 수 없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북한의 전력 생산에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폰 히펠 연구원과 워츠 국장은 북한 경제에서 에너지 수급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동의하면서 이를 향후 핵 협상에서 유인책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폰 히펠 연구원은 과거 북한의 에너지 상황이 핵 협상에서 북한의 입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향후 협상이 재개될 때도 에너지 불안정이 비핵화 합의 도달과 이행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츠 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책으로 국경을 봉쇄한 것이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미국과 유관국들이 에너지 관련 제재를 비핵화 초기 조치를 이끌어 내는 첫 번째 방안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고 내다봤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