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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베트남 정부, '코로나 격리 비용' 바가지…"돈벌이 하냐"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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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베트남 정부, '코로나 격리 비용' 바가지…"돈벌이 하냐" 비난

한국 등 외국인 대상 고가에도 불구 자국민 대상 동일한 금액 책정 논란
과도한 비용책정 등 베트남과 부패한 지방정부 커넥션 의혹

베트남 지방정부와 코로나 특별입국을 주관한 단체가 코로나를 핑계로 잇속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 지방정부와 코로나 특별입국을 주관한 단체가 코로나를 핑계로 잇속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터질게 터졌다. 그동안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도 불구하고 호텔 등 유료시설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책정해 '질병을 핑계로 돈 장사를 한다'고 비난 받던 베트남 정부의 대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등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했을 땐 그나마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지불할만한 능력이라도 있었지만 외화를 벌러간 일반 자국민 노동자를 대상으로도 동일한 금액을 책정해 논란이 커졌다. 특히 유료시설에 대한 비용이 말도 안되게 비싼 가격으로 책정된 첫 사례가 한국인들의 특별입국 때라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한인사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부사례에서 베트남의 부패한 지방정부와 특별입국을 주관한 단체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비엣젯 항공은 지난 9월 30일 코로나19속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인천-호찌민간 첫 번째 국제 항공편을 재개했다. 당시 비행편에는 근로자를 포함한 158명의 베트남 승객을 운송했다. 하지만 호찌민 시 탄손누트공항에 도착과 동시에 158명의 승객들이 시위를 벌였다.

베트남인들이 실력행사에 나선 이유는 높은 호텔 격리비용 때문이다. 호텔 격리비용이 당초 알려진 1인당 하루 130만 동(약 6만5000원)에서 최고 500만 동(약 25만 원)수준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당초 탑승객들은 비엣젯항공측이 하루 12만 동(약 6000원)의 국영시설에서 격리되거나 비싸도 130만 동 수준의 호텔에서 머물수 있다고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 공항에 내려보니 저렴한 호텔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100~300달러 수준의 5성급 호텔이었다. 또 1개의 룸에 4인이 머무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정작 베트남 방역당국은 이를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방역당국-호텔-공항-항공사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정확한 규정을 확인하지 않고 국영시설에 4명이 머무는 등 기타 사례를 참고해 추정만으로 일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번 항공편에 탑승한 T.디에프(T.Diep)는 현지매체와 인터뷰에서 "하루 130만 동에의 격리비용이 500만 동까지 올라갔다. 항공사 직원의 말에 따르면 130만 동 짜리 객실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비엣젯 항공의 티켓을 담당하는 에이전트가 베트남에 들어가면 저비용 시설 격리도 가능하다고 광고했지만 막상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별도로 100달러이상의 격리 비용에 대해 통보한 문서를 받았는데 서명하지 않으면 비행기 티켓이 취소된다고 해서 어쩔수 없이 탑승을 위해 서명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10시간이 넘는 대치끝에 중앙 검역당국에서 나서 한국에서 입국한 베트남인들을 위한 검역 숙소마련에 나선 결과 호찌민 시 무료 병원 격리시설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기업인 등 특별입국을 주관하는 한국정부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가는 경우 유료격리시설을 이용하면 하루평균 10만 원 수준의 비용이 책정된다. 하지만 거꾸로 한국보다 경제상황이 열악한 베트남에 들어와서 유료 격리하는 경우 비행기값(약 60만 원)을 포함해 거의 4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베트남의 유료 격리비용이 한국의 비용보다 2배이상 높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노이나 호찌민만 하더라도 코로나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에 하루 비용이 4만~5만 원선인 시설이 괜찮은 4성급 관광호텔이 말그대로 널려있다. 하지만 예상외로 높은 가격으로 특별입국이나 이번에 재개된 정기적인 입국편이 생긴 경우에도 기업에서 비용처리를 해주지 않는 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가족이나 자녀들이 학업이나 거주 때문에 들어오는 경우는 더욱 고민이다.

많은 의혹들도 제기된다. 지난 6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첫 특별입국을 추진할 당시 하이퐁 시의 경우 시장 와이프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하루 23만 원 넘는 비용을 책정하면서 한인들 단체모임방에서 이슈가 됐다. 당시 베트남에 거주하는 학부모들과 자녀들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1박에 23만 원이나 하는 호텔에서 식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인 단체 카톡방에 격리 비용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이미지 확대보기
한인 단체 카톡방에 격리 비용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또 하노이의 경우 하동에 위치한 므엉탄 호텔에서 격리를 하는데 하루 9만 원 정도가 책정됐다. 알고 보니 이호텔은 평상시 4만 원인데 실제로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단체 여행을 주관하던 여행사들이 0원 투어를 할 때 이용하던 호텔로 시설도 형편없고 투숙가격은 더욱 싼 곳이다. 1박당 9만 원선이면 하노이 최대 관광지인 호임끼엠 호수 주변에 4성급 이상의 호텔에 묵을수 있는 가격이다.

하노이 인근 번돈의 경우 하롱베이 FLC호텔에 머물렀는데 비교적 높은 시설 수준과 저렴한 비용(평균 8만 원)으로 알려진 곳이지만 2주 격리에 400만 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됐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가격에 한인사회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오히려 대사관 등 정부측에서 쉬쉬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특별입국을 신청한 한 기업인은 "그때는 특별히 신경써서 추진하는 특별입국이기 때문에 우리정부나 주관단체가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니 다소 불만이 있어도 조용히 있으라는 식으로 메일이 왔다"며 "하지만 베트남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보기엔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에서 14년째 의류공장 법인장으로 있는 한 인사는 "특별입국을 주관하던 모 단체에서 이번 일로 회장 연임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비용에 대한 많은 의구심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베트남으로 특별입국은 코참, 한인회, 대한상의 등이 주관해서 진행해 왔다. 한인사회에서는 국제선 재개가 시작된 만큼, 유료격리시설 이용에 대한 현실적인 가격책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