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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떠난 기업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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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떠난 기업 돌아올까

갈라파고스 규제에 반기업 정서까지 얽히고설켜...멀어져만 가는 '기업유턴‘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따로 없다. 갖가지 기상천외한 일이 눈 앞에 펼쳐진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얘기다.
이 가운데 상법 개정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깊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분리선임제’가 있다.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1명 이상을 다른 사내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제도다.

정부와 여당은 중립적인 감사위원을 통해 대주주를 견제하는 공정경제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 제도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듣보잡’이다.

오히려 외국 경쟁업체가 삼성전자 등 국내 초우량기업 감사위원으로 선임돼 최첨단 기술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준다. 적을 이롭게 하는 ‘트로이 목마’가 따로 없다.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국내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인 우량기업을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넣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경제주체의 한 축인 기업을 옥죄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이것뿐이겠는가.
국내 상속세율도 혀를 찰 노릇이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 상속세율은 26.6%이다. 특히 100년 장수기업이 수두룩한 주요국 상속세율은 독일 30%, 미국 40%, 프랑스 45% 등이다.

이에 비해 한국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기본 상속세율 50%에 경영권 승계에 추가되는 할증률까지 포함하면 65%로 치솟는다. 상속받은 이는 물려받은 자산을 팔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자산을 팔면 이에 따른 양도세가 뒤따른다. 결국 물려받은 자산의 100%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이 정도면 기업상속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진배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상속세 폭탄’을 이기지 못해 2·3세 경영인들이 가업으로 이어갈 중소업체를 포기한 매물이 즐비하게 널려 있다는 얘기는 기가 막힐 따름이다.

높은 상속세율에 애써 키운 기업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못할 정책을 쏟아내고 정부 당국은 한가롭게 ‘100년 기업’ 타령만 하고 있다. 나무 위에 올라 물고기를 찾는 ‘연목구어(緣木求魚)’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업인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왜곡된 시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때마침 이달 7일부터 국정감사가 막을 올린다.

상임위별로 수십 명씩 '무더기 신청'이 쏟아져 전체 증인·참고인으로 나올 기업인만 100여 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정도면 국감이 아닌 ‘기업인 국감’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 국감 역시 국회의원들이 기업인에게 해명할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고 책상을 치며 호통치고 망신만 주다 끝나는 ‘호통 국감’이 될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하다.

코로나19로 기업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국제무대에서 촌음을 다투며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인들을 벌세우듯 하루 종일 국회에 붙잡아 놓는 한심한 모습은 좀처럼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반(反)기업 정서에 매몰된 정치권력이 한국경제호(號) 위에서 군림하는 국내 상황을 바라보면 해외 진출기업들의 국내 유턴을 유도하는 정부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정부 규제가 엉킬 대로 엉킨 가운데 해외로 나간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은 언감생심이다.

오히려 국내 기업이 짐을 싸 사업하기 좋은 해외로 나가는 ‘오프쇼어링’ 바람이 거세게 불까 두렵기만 하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