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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30세대 '내집 마련 영끌'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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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30세대 '내집 마련 영끌'의 단상

김하수 산업2부 차장
김하수 산업2부 차장
과거에 내 집 마련은 부모 세대의 염원이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2030세대가 주택 매매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탓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이 40.4% 차지했다. 이들 세대의 매입 비중이 40%대를 넘어선 것은 처음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19년 1월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2030세대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려)’ 주택 매수에 나선 이유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무섭게 치솟고 있는 집값에 따른 주택 마련 기회의 상실 우려와 초조감 때문이다.

최근 한 구직 사이트가 본인 명의의 집이 없는 20대 청년층 28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내 집 마련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4.8%가 ‘내 집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내 집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편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내 집이 없으면 불안할 것 같다’, ‘부동산 가치 상승 기대’ 등의 답변도 나왔다.

젊은층의 주택 ‘패닉바잉’ 이면에는 현 정부 들어 바뀐 청약제도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주택투기과열지구(서울 전 지역)에선 전용면적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운영된다. 가점제는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세 가지 항목(총 84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리얼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7~8월 분양한 서울 아파트의 청약에 당첨된 이들의 최저 청약가점 평균은 60.6점으로, 올 상반기(55.9점)보다 4.7점이나 올랐다. 반면에 30대 실수요자는 4인 가구(부부와 자녀 2명) 기준 최대 청약가점이 57점에 불과하다. 현재 30대 이하 세대가 청약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30대층의 아파트 매수 열풍과 관련해 공급 물량이 나올 때까지 매수를 기다리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꺼냈다가 호된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부동산 정책의 수장으로서 부동산시장을 보는 청년들의 불신과 불안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을 받은 것이다.

정부는 최근 2030세대의 ‘영끌 현상’을 젊은층의 단면 현상으로 볼 게 아니라 이들이 왜 영혼까지 끌어올려 집을 매수하려는 지 사회 저변의 복합현상과 심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제도 개선이나 새로운 정책을 내기 전에 제도 공급자로서 수요자와 정책 인식 차이를 좁혀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