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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 탈원전 기술’ 체르노빌원전 친환경 해체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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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 탈원전 기술’ 체르노빌원전 친환경 해체 이끈다

원자력연구원, 우크라이나 관리기관 GAZO와 기술협력 MOU 체결
2~3년간 공동작업 방사성 친환경 제거, 2차 핵폐기물 양 감소 기대

(사진) 세슘 등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 코팅제를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희만 박사(앞 오른쪽) 연구팀의 모습.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세슘 등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 코팅제를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희만 박사(앞 오른쪽) 연구팀의 모습.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연구개발한 신기술이 지난 1986년 사상 최악 원전 폭발사고로 기록된 우크라이나(당시 소련) 체르노빌 원전을 친환경으로 해체하는 작업에 투입된다.

6일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초 우크라이나 국영 체르노빌 원전 관리기관 SAUEZM(The State Agency of Ukraine for Exclusion Zone Management, 현지어 ГАЗО(GAZO))와 체르노빌 원전 해체작업이 포함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개발에 기술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크라이나 뉴스매체 우니안(УНІАН)도 지난 2일(현지시간) GAZO 기관공식 페이스북 발표를 인용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GAZO 간 MOU 체결 소식을 전했다.

협약식에는 세르게이 카라시니크 GAZO 위원장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원석 원장이 참석해 직접 서명했다.

외신은 GAZO가 한국 기술진을 체르노빌 원전 해체작업에 참여시키기로 한 배경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방사성(세슘) 콘크리트 처리기술과 하이드로겔(hydrogel) 기반의 표면제염 코팅제가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방사성 콘크리트 처리기술은 원전 해체 뒤 발생하는 2차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요구되는 필수 기술로, 원전 콘크리트를 고온의 열과 물리력을 가해 골재와 시멘트로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원전 시설의 콘크리트는 골재(50~60%)와 시멘트(40~50%)로 이뤄져 있고 방사성물질은 대부분 시멘트에 부착돼 있다. 원전 해체 시 방사성 콘크리트 처리기술을 사용해 골재를 분리하고 남은 시멘트를 방사성 제염처리함으로써 2차 핵폐기물의 양을 5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 코팅제도 연구원 산하 핵주기환경연구소 해체기술연구부가 지난달 개발 성공을 발표한 방사성 오염 금속기기 제염 신기술이다.

기술개발을 이끈 해체기술연구부 양희만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많은 양의 제염제가 필요한 원전 대형기기 표면에 액체 형태로 분사해 거품을 만들어 빨리 응고시키는 신기술을 사용해 세슘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신기술 제염으로 기존 방사성물질 제염액의 사용량을 10% 수준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이 방사성물질 제염 신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원전 오염시설의 표면에 남은 세슘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특수용액과 세슘 흡착제를 세계 최초로 분리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즉, 특수용액은 거품을 만들고 빨리 응고시킴으로써 세슘 흡착을 쉽게 하고, 사용된 세슘 흡착제는 여과나 자석으로 선별 분리해 방사성 폐기물로 처분하고, 나머지 용액은 일반폐수로 처리할 수 있어 2차 폐기물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신에 따르면, 카라쉬니크 GAZO 위원장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신기술을 “체르노빌 원전의 해체와 이후 환경친화의 보호공간 전환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GAZO도 페이스북 발표에서 “한국 신기술을 이용한 체르노빌 원전의 방사성 폐기물을 줄이고 소중한 자원을 경제적 선순환으로 돌리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GAZO는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신기술 개발 원동력이 한국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나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희만 박사는 “2개의 신기술 외에도 여러 기술들이 체르노빌 원전 해체 작업에 투입될 것”이라면서 “실험실 수준이 아닌 해체작업 현장에서 적극 적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은 MOU 체결과 함께 정부(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 지원을 받아 체르노빌 원전 해체 작업에 향후 2~3년 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체르노빌(Chernobyl) 원전 사고는


1986년 4월 소련(현재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쪽 체르노빌에 있는 원전 4개 가운데 4호기 원자로가 폭발해 반경 30㎞가 출입통제구역이 되고, 16만㎢가 방사성 오염지역이 되는 등 사상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고였다.

인명 피해는 2006년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초기 대응 과정에 사망자가 56명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르노빌 포럼(2003년)은 원전 사고 이후 암 사망자를 4000여명으로, 유럽 과학자들이 발표한 토치(TORCH) 보고서(2006년)는 사고 이후 암 사망자를 3만~6만명으로 각각 추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21억 5000만 유로(약 3조 원)를 투입해 만든 콘크리트 석관으로 폐원전들을 봉인한 뒤 그 위에 15억 유로(약 2조원)를 들여 만든 108m 높이의 금속 돔으로 2중 봉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는 2028년부터 2046년까지 체르노빌 원전지역에서 가장 심하게 오염된 장비를 제거한 뒤 원자로를 오는 2064년까지 완전 해체한다는 계획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