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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캐나다 식품시장 진출을 위한 소고(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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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캐나다 식품시장 진출을 위한 소고(小考)



안평국 대표(HAN KA Foods)

내가 지난 40여년간 캐나다 식품시장에서 다년간의 수입 유통 경험을 통해 터득한 불변의 진리는 CFIA(캐나다 식품검사청) 식품기준에 부합한 식품이 아니면 첫 관문인 통관심사 조차 통과할 수 없으며, 따라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캐나다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CFIA 규정에 맞는 제품 개발과 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등 해외에서 식품을 수입해 캐나다 시장에 유통하고 있는 우리 회사도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도입을 꾀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지만 최근 하루하루 생존의 위기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오직 식품만 생각하며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앞만 보며 정진한 결과 이제는 현지에 자체 생산능력을 갖추고 전국적으로 고정 판매망을 확보해 캐나다 식품시장에서 안정적인 위치에 올라섰지만, 코로나19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팬데믹 위기의 파고를 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특히 수입을 위한 첫 관문인 CFIA(캐나다 식품검사청)의 식품 수입 검사가 과거와 비교해 더욱 강화돼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규정들을 모두 준수하는 것이 마치 낙타가 바늘귀를 뚫고 가야 하는 심정이다. 하지만 CFIA 통관엔 어떠한 요행이나 지름길도 없다. 그저 당국이 정한 엄격한 수입기준을 바로 이해하고 따르는 것! 이 것이 최선이다.

캐나다 식품검사청(CFIA) 식품검역 현장


자료: CFIA

캐나다 식품 시장은 매우 까다로운 통관 절차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출업체에게 성분검역에서 라벨표기까지 동일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장점이 있다. 더 나아가 CFIA 검사를 통과해 수입허가를 받은 제품은 수입-수출업체간 노력여하에 따라 캐나다 식품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한 마디로 투자한 만큼 보상이 따르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따라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통관을 마치고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 보다는 캐나다 식품수입 규정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고 통관에서 마케팅까지 시간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뿌리를 내리겠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특히 캐나다 식품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기업이라면, CFIA 수입통관 허가 획득에 식품기업 전체 수출사업지원 자원의 50%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그만큼 현지 통관은 절차가 까다롭고 향후 시장 진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나머지 50% 비용은 통관 후 이어지는 현지 시장에서의 마케팅 활동 관련 비용이다. 현지화 또는 적응화 단계라고 할 수 있으며 현지 소비자의 고유한 눈높이에 맞춰 시간을 두고 서서히 시장에 침투하겠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캐나다 식품 바이어들 또한 유망제품의 수입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 될 수 있는가를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한다는 것을 한국 식품수출업체는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현지 식품시장에서 성공하는 한국 수출기업의 장기적 선순환 사이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작은 통관이다. 기업이 처음 수출할 때와 동일하고 일관성이 있는 자세로 현지 수입규정을 지속적으로 준수하게 되면 시간이 가면서 해당 기업과 제품에 대한 CFIA의 신뢰가 쌓여 처음보다 원활하고 신속한 통관이 가능해진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비로서 마케팅 등 홍보에 기업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판매가 증가하게 되고 현지 바이어가 그동안의 판매 자료와 공급회사의 신뢰를 토대로 사업적인 유대 관계가 돈독해져서 다른 상품에 대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계속 고공행진으로 판매가 지속되고 회사 매출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고 여겨지면 이제는 오히려 대기업 유통점 구매담당자가 한국 식품 공급자에게 러브 콜(Love Call)을 보내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비로소 수출회사는 무한 성장을 기대하며 장기적으로 공급 예상량을 세워볼 수 있는 안정된 위치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성분이나 품질에 하자가 있는 제품이라도 때로는 무작위(random)로 검사하는 통관 과정에서 운이 좋게 한 두 번은 검사를 피할 수 있지만 이러한 요행은 오래 가지 못한다. 결국은 적발돼 해당기업은 CFIA의 블랙 리스트에 올라 현지 수입이 차단되고, 이러한 정보는 캐나다 현지 식품업계에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문제의 기업이 현지 식품시장에서 재정비하고 다시 성장괘도에 오르기 까지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경험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 경험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회사와 오랫동안 거래해오던 캐나다 최대 아시아 상권 식품유통회사에서 소포장 냉동 해물 간편식 제품이 현지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하고 나에게 수입 대행을 요청했다. 나 또한 해당 제품이 현지 식품 시장에서 스테디 셀링이 가능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기에 우리회사가 수입을 대행해서 통관을 책임지고 이후 마케팅과 홍보는 유통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체인 마켓을 통해 수행하는 조건으로 수입을 개시했다.

첫 주문은 20ft 컨테이너 4만 달러 정도의 규모였다. 한국에서 제품 생산과 조달, 운송 등 모든 것이 문제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통관에 발목이 잡혔다. 냉동 해물 간편식 성분에 포함된 굴, 홍합이 열처리를 해서 냉동한 제품으로 박테리아 생성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켰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안정성 인가를 받은 사전 등록된 생산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통관 기준에 위배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후 수 차례 고온으로 열처리 하여 박테리아가 검출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였다는 실험 보고서를 제출하고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CFIA 에서는 캐나다에 처음 수입 신고되는 냉동 식품으로 과거 통관 기록이 전무하기 때문에 비록 열처리를 해서 사용된 굴과 홍합이라도 양국 식품 검역기관에서 인가된 가공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니면 수입이 불가하다는 자체 내부 결론을 내렸다. 결국 4만달러에 이르는 컨테이너 전체물량의 냉동 해물 간편식품을 폐기 처분해야 했고, 반입 불가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제법 오랜 보관 시간이 소요되어 추가 보관 경비까지 포함해서 우리회사는 큰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후에 또 다른 현지 아시아 마켓에서 우연히 동일한 제품이 수입자 표기도 부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관을 피해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미 CFIA로부터 우리회사가 수입시도 후에 통관이 불허된 제품으로 기록에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가림으로 신고없이 수입한 것이다. 얼마 후 CFIA 홈페이지에 공지된 발표문에서 해당 냉동 간편식을 공급했던 수입회사가 통관이 불허된 식품을 불법 수입 유통한 이유로 국내에 유통된 제품 모두를 리콜 처리한다는 공고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수입회사는 자신이 불법으로 수입 유통한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은 물론이며 위법 강도에 따라 수입 면허까지 취소된다. 더 나아가서 한국의 해물식품 수출기업은 CFIA 블랙리스트에 올라 이후 캐나다로 수출되는 모든 제품들에 대해 당국의 특별 관리대상으로 분류돼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통관이 거부된다.

이와 반면에 캐나다 수입품으로 현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태국 산 참치 캔 제품이 있다. 이 제품은 우리 경쟁업체가 수입하는 제품으로 캐나다 전국의 대형 유통업체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코로나19 불황에도 계속해서 수입 수요가 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수산물에 대한 엄격한 CFIA 통관 기준을 만족시키고 현재는 그 동안의 통관 기록을 통해 서류 심사만으로 매월 50 컨테이너 정도의 물량을 수입하며 독점적으로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 수출-수입업자가 장기간 성실한 자세로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을 발굴해 시장 진출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결과의 산물이라 하겠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캐나다 식품수입통관제도 관련 세부정보는 [코트라 심층보고서] ‘캐나다 식품 수입통관제도 바로 알고 수출하기(클릭)'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