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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삼성엔지니어링, IMF-멕시코정부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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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삼성엔지니어링, IMF-멕시코정부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촉각

5천억 규모 수주 도스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순항 중 IMF "사업 연기" 권고 돌발변수 발생
IMF "재정악화 인프라 확충 대신 세제개혁, 코로나 방역 확대"...좌파 정부 "경제개입 말라" 거부

삼성엔지니어링이 1단계 상세설계(FEED) 사업을 수주한 멕시코 동부 타바스코(Tabasco) 주(州) 도스보카스(Dos Bocas) 정유시설의 건설 현장 모습. 사진=멕시코 오일&가스 매거진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엔지니어링이 1단계 상세설계(FEED) 사업을 수주한 멕시코 동부 타바스코(Tabasco) 주(州) 도스보카스(Dos Bocas) 정유시설의 건설 현장 모습. 사진=멕시코 오일&가스 매거진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7월 수주해 진행 중인 멕시코 도스 보카스 정유시설(Dos Bocas refinery) 프로젝트(2, 3단계 사업)를 놓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멕시코 정부 간 힘겨루기가 벌어져 ‘사업 변수’로 작용할지 우려를 낳고 있다.

멕시코 현지언론 에너지뉴스24(en24), bn아메리카스 등은 7,8일(현지시간) IMF가 오브라도르(Obrador) 대통령이 이끄는 멕시코 정부에 도스 보카스 정유시설 건설 계획을 연기할 것을 권고(advise)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IMF가 멕시코 정부에 도스 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연기를 권고한 표면적 이유는 오브라도르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대응하는 재정 정책이 미흡하다는 명분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IMF는 멕시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국책 우선사업인 정유시설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착공 이후 1년 동안 7억 2000만 달러(약 8300억 원)을 투입했다고 지적하며, 공사를 보류하고 코로나 방역에 재정지원을 늘릴 것을 권했다.

아울러 IMF는 발주처인 멕시코국영석유공사 페트롤레오스 멕시카노스(Pemex)의 부채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15조 원) 이상에 이르는 재정 악화 상태를 언급하며 정유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될 때까지 신규 정유시설 증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IMF는 “이같은 Pemex의 재정 상황을 타개할 가장 유망한 방안은 민간 부문과 합작 투자”라며 “이를 통해 예비비를 대체하고 생산량을 늘려 재정 압박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IMF 조사단은 멕시코를 방문해 예비조사를 벌이고 지난 6일(현지시간) 중간 보고서를 통해 멕시코 국가총생산(GDP)가 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지속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을 지원해야 한다고 멕시코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는 이같은 IMF의 권고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bn아메리카스는 8일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정부 관리들이 IMF 권고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멕시코 정부가 취하는 재정지출 우선순위 선택, 민간부문 기업 지원, 부채절감 정책 같은 결정을 IMF가 존중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특히, 그는 “IMF는 더 이상 멕시코의 경제정책을 지시하는 조직이 아니다”고 강조한 뒤 “우리가 IMF에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0% 이자율로 대출을 제공하거나, 다국적 대기업에 지원을 중단하거나, 부패한 정부에 지원을 중단하라는 것”이라고 IMF의 지원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멕시코 정부와 IMF 간 경제정책을 둘러싼 이견 충돌 배경에는 서구권이 오브라도르 정부가 중도좌파 정부라는 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즉, 2018년 7월 대선에서 50%대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중도좌파 민주혁명당(PRD) 대표 출신인데다, 당선 이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을 표방해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로 불리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 최저임금 상향 추진 등 중도좌파 정책, 이민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미국과 상호존중의 대등관계 요구, 신자유주의 종식 등 ‘멕시코 퍼스트’ 정책을 펼치며 미국과 서구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IMF의 경제 개혁 권고 내용에 도스 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연기 건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입장에서 꺼림칙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7월 멕시코 현지법인을 통해 Pemex 자회사와 총 1억 4000만 달러(약 1700억 원) 규모의 ‘도스 보카스 정유 프로젝트’의 2, 3번 두 개 패키지의 설계 계약을 따냈다.

이어 그 해 12월 ‘일부 주요 기자재 발주’ 추가계약을 맺어 수주액이 2억 5000만 달러(약 3000억 원)로 늘어났고, 올들어 지난 5월 파일(pile) 공사 1차 6000만 달러, 파일 공사 2차 1억 1000만 달러 추가계약도 성상시켜 총 4억 2000만 달러(약 5000억 원) 수주고를 확보한 상태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