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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승자 독식’ 미국 대선, 총 투표수 이겨도 선거인단 확보 못 하면 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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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승자 독식’ 미국 대선, 총 투표수 이겨도 선거인단 확보 못 하면 낙선

지난달 29일 열린 1차 TV토론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9일 열린 1차 TV토론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사진=로이터
미국 대통령 선거는 승자 독식 제도를 채택한 간접 선거다. 유권자가 표를 던지는 대상은 대통령 후보 본인이 아니라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다. 2020년 대선까지 이 선거인단은 총 538명이다. 따라서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 유권자가 후보에게 곧바로 투표해 당선자를 가리는 직접선거와는 많이 다른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갖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미국 대선 관련 보도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프라이머리(primary)와 코커스(caucus)다. 이 두 낱말은 선거 때마다 정당별 후보 선출 과정에서 등장한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게 된다. 전당대회 때 표를 던질 대의원(delegate)을 뽑는 행사가 바로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다.
이 둘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주(州) 정부에서 행사를 주관하느냐 아니면 당에서 행사를 진행하느냐 하는 것이다. 주 정부에서 진행하면 프라이머리, 당에서 진행하면 코커스다. 프라이머리에는 당원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도 참여하게 된다. ‘인디언 추장 모임'이라는 뜻인 코커스에서는 당 간부나 당원들이 후보에게 직접 투표한다.

두 가지 방식 중 어떤 걸 선택할지는 주 법에 달려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미국령 영토를 제외한) 50개 주 가운데 37개 주는 프라이머리, 10개 주는 코커스를 채택하고 있다. 나머지 3개 주는 정당에 따라 프라미어리와 코커스를 나눠 실시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또한 화요일에 선거를 치르는 게 전통이다. 주마다 자체적으로 일정을 잡지만 여러 주가 한꺼번에 예비 선거를 시행하게 될 때가 있다. 이를 ‘슈퍼 화요일'이라고 부른다.

슈퍼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렇게 전국을 돌면서 뽑는 대의원은 전체의 80%. 나머지 20%는 ‘슈퍼 대의원'이 된다.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 당연직 대의원이 ‘슈퍼 대의원'이다. 이들이 전당대회에 모여서 후보를 결정하게 되고, 대통령 후보로 지명 받은 사람은 부통령 후보를 지명할 수 있다.

정식 후보가 되면 투표일까지 TV 토론 참여 같은 유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또 각 정당은 주마다 배정한 인원 수에 맞게 선거인단 구성도 마쳐야 한다. 선거인단을 구성할 때는 일단 각 주마다 2명씩 100명을 배정한다. 그 다음 인구 비례에 따라 435명을 나누고 수도 워싱턴에 3명을 배정하면 모두 538명이 된다.

올해 본 선거(general election) 투표일은 11월 3일 화요일이다. 이날 만 18세 이상 미국 시민권자로 구성된 유권자가 투표를 마치면 각 주에서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질지가 판가름 나게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승자독식'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에는 선거인단 55명이 있는데, 국민 투표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이 55표를 모두 가져가게 되는 제도다. 50개 주 가운데 메인 주(4명)와 네브라스카 주(5명)만 예외다. 이 두 곳은 득표 결과에 따라 비례로 선거인단을 나눠 갖게 된다.
이런 식으로 투표를 진행하기 때문에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는 이기고 선거에서는 지는 일도 발생한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가 전체 유권자 득표율 48.4%를 기록해 47.9%를 득표한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에 앞섰지만 선거인단 숫자에서 265-271로 뒤져 낙선했다.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백악관의 주인이 결정된다.이미지 확대보기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백악관의 주인이 결정된다.

또한 2016년 대선에서도 클린턴 후보가 전체 6584만4610표, 득표율 48.2%를 기록하여 6297만9636표, 득표율 46.1%를 기록한 트럼프를 전체 득표수에서 눌렀으나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 227:304의 큰 차로 낙선한 바 있다.

마지막 절차는 형식적인 선거인단 투표다. 올해는 12월 19일 각 주도(州都)에서 선거인단 투표를 시행하게 된다. 여기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최종 당선인이 된다. 26개 주에서는 교차 투표를 허용하고 있지만, 즉 본 선거 결과를 무시하고 소신껏 투표를 해도 되지만 여태 이런 사례는 85명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열성당원이어야 선거인단에 들 수 있는 데다 이런 ‘반란표'가 대세를 거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하원에서 각 주별로 1표씩 행사에 대통령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에 뽑히는 제46대 미국 대통령은 2021년 1월 20일에 취임한다.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서려면 취임일 기준으로 만 35세 이상이어야 하고 미국에 14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또 미국 연방 헌법에는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자연스럽게 미국 시민권자(Natural-Born-Citizen)가 되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만 후보가 될 수 있다.

부통령 역시 대통령하고 기준이 같다. 단, 대통령하고 다른 주 출신이 부통령 후보를 맡는 게 관례다. 선거인단이 같은 주 출신 정·부통령 후보에게는 투표할 수 없도록 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선거인단 투표 때 대통령 선거에서 A주 출신 후보를 찍었으면 부통령은 다른 주 출신을 찍어야 한다.

원래 미국 대통령은 몇 번 이상 중임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정 같은 건 따로 없었다. 그러다 프랭클린 루즈벨트(1932~1945년 재임)가 4선에 성공하고 나서 여론을 고려해 3선을 금지하는 조항을 제22차 수정 헌법에 넣었다. 그 전까지는 이렇게 성문법이 없어도 한번만 중임하는 게 관례였는데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계속 그의 지도력이 필요해 루즈벨트는 결국 숨질 때까지 미국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재임 중 유고가 되면 부통령이 그 자리를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사임해도 마찬가지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1913~1994)이 1974년 8월 9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낙마하자 제럴드 포드 부통령(1913~2006)이 자리를 이어 받았다. 그런데 당시 포드는 공화당 하원 대표를 맡고 있던 1973년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1969~1973)이 수뢰 혐의로 물러나면서 부통령 자리를 이어받은 상태였다. 결국 선거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된 사례다. 부통령도 대선을 거치기 때문에 미국 역사상 대선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건 포드가 유일하다.

미국은 오는 11월 3일 역대 59번째 대통령 선거,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을 뽑을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를 하게 된다. 이번 선거의 선거인단은 538명으로, 당선을 위해선 최소 270명의 선거인단 확보가 필요한 것은 지난 선거와 동일하다. 2020년 11월 5일부터 개표가 진행되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는 2021년 1월 20일에 취임식을 거행하게 된다. 2020년 미국 양원·주지사 선거도 같은 날에 치러진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대선에 패배할 경우 우편투표 부정선거 의혹 등을 연방대법원에 소송하겠다고 공표하고 있다. 대선 직전 사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대법관을 임명하여 연방대법관 과반수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고, 민주당 측에서는 트럼프가 대선에 불복할 경우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백악관에서 퇴거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연방 대법원에서 당선자가 뒤집히는 사태가 일어나거나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쪽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쿠데타 또는 제2차 미국 내전이 발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대한 간접선거의 이면에는 미국의 헌법적 이론이 있다. 즉,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의회 의원들과 달리 대통령과 부통령은 독립적인 개별 주들의 ‘연방'의 집행부라는 점이다. 미국의 제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은 자신의 논문 ‘연방주의자 논문 제39호'(Federalist No.39)에서 미국 헌법이 각 주를 대표하는 방식과 전체 인민을 대표하는 방식이 합쳐진 상태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회는 주를 대표하는 상원과 인민을 대표하는 하원으로 나뉜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도 두 가지가 합쳐진 방식으로 뽑혀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매디슨은 자신의 수필 ‘연방주의자 논문 제10호'(Federalist No.10)에서 선거제도에서 나타나는 "사심 가득하고 거만한 다수”와 "파벌의 폐해”를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 매디슨은 파벌을 "단결해 있으며 어떤 공통적인 열정의 충동 또는 다른 시민의 권리나 공동체의 영구적, 총체적 이익에 반하는 사심에 부추김을 받은 다수 혹은 소수의 시민들”로 정의했다. 직접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의미로서의 연방주의(공화국)와 선거권자의 권리와 힘을 배분하는 연방주의의 다양한 방식은 파벌을 무효화할 것이다. 나아가 매디슨은 ‘연방주의자 10번'에서 인구 수가 늘어나고 공화국이 팽창할수록 파벌들이 조직화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가정했다.

이 같은 배경으로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비록 전체 투표수에서 이겨도 ‘연방’의 이념에 따라 선거인단 수를 많이 확보한 측이 승리를 하게 된다. ‘미합중국’이라는 연방을 우선하는 제도인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선거제도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로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