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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BA 행동치료 분야 취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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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BA 행동치료 분야 취업동향

안지혜, Magnificent Minds Inc., Instructor Therapist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 ASD(Autism Spectrum Disorder)대하여

이번 해에 방영한 한국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한창 화제였다. 여러 가지 인기 요소가 있었지만, 독특했던 부분은 스토리를 이어가는 중요한 매개체 중 하나가 주인공의 형인 ‘문상태’의 자폐성 지적 장애라는 것이다. 극에서 다뤄진 자폐성 장애는 단순히 문상태라는 인물이 가진 발달 장애가 아닌 그 인물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사랑하게 만든 개성으로 비춰졌다. 한국 사회에서 지적 장애에 대한 인식은 아쉽게도 아직 낮은 편에 속하며, 특히 대중문화에서 지적 장애나 혹은 장애 자체가 대중의 흥미를 모으거나 긍정적으로 다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문 점을 고려하면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다뤄진 자폐성 장애를 향한 시선은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자폐증의 영문 명칭은 Autism Spectrum Disorder(ASD)로, 같은 자폐성 행동을 보이더라도 인지능력의 정도와 발달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스펙트럼으로 범위를 넓혀 진단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자폐증이라는 명칭이 아닌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라고 불려야 적합하다. ASD에서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성에는 사회적 교류와 소통의 어려움, 반복적으로 보이는 이상행동 등이 있다. 드라마 극 중 문상태 역시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특정한 것에 정상 이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 반복적인 이상행동 등의 행동 양상을 보인다.

극 중 문상태는 어릴 적 특수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방법들로 자신의 자폐성 행동을 조절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게 대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상태는 집 벽에 20여 개의 감정카드를 붙여 놓고 상대방의 표정과 대조해 보며 상대방이 느끼는 기분을 묘사한다. 이러한 방법을 다루는 학문을 Applied Behaviour Analysis(ABA)라고 일컬으며, 이를 이용해 ASD 진단을 받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집중 행동치료를 Intensive Behaviour Intervention(IBI)이라고 부른다.

캐나다 행동치료 분야와 취업

한국에서는 아동의 발달 장애를 다루는 기관들이 한의원, 아동심리센터, 언어치료센터, 특수학교 정도로 다소 한정된 인상을 주는 반면, 캐나다에선 행동치료를 다루는 직업군이 다양하다. 기관도 정부 지원 기관부터 성인 장애인 프로그램, 아동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 방과 후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발달 장애 전문센터, 사립 ABA/IBI 서비스까지 폭이 넓은 편이다. 한국에서도 근래에 들어 ABA와 IBI 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국제 행동치료협회인 Behaviour Analyst Certification Board(BACB)를 통해 공인된 행동치료사들을 채용하고 ABA와 IBI 치료 서비스도 확장하는 추세이다.

캐나다 내 많은 발달장애 아동센터에서 취업 공고를 올릴 때 BCBA, BCaBA, 혹은 RBT 자격증을 보유했거나 혹은 취득하는 중인지를 요한다. 행동치료학을 개인에 맞게 분석하고 수정해서 프로그램화하는 일을 BCBA(Board Certified Behaviour Analyst)가 한다. BCBA는 석사 학위와 3000시간 이상의 감독시간 및 시험을 통과해야 취득할 수 있다. BCBA는 심리학자를 제외하면 행동치료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격 요건을 가진 직업이기도 하다. BCaBA(Board Certified Assistant Behaviour Analyst)는 BCBA를 보조하여 아동의 개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며, 행동과학(Behavioural Science) 학사 학위 이상 소지 및 2000시간 이상의 감독 시간과 시험을 통과해야 취득이 가능하다. BCBA와 BCaBA는 아동과 1:1로 일하기보다는 아동들이 프로그램을 잘 교육받고 있는지를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RBT(Registered Behaviour Technician)의 경우 자격요건은 고등학교 졸업과 40시간 교육 이수, BCBA의 감독을 통해 자격을 검사받고 시험을 본 뒤 취득이 가능하다. RBT는 BCBA의 감독 하에 아동의 학습 단계를 검사하고, 검사 결과를 BCBA가 분석해서 프로그램화 하면 직접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RBT의 경우 학력에 관한 자격 요건은 낮은 편이지만 아이들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 RBT 자격증 보유 여부와 행동치료 관련 지식은 물론, 유아교육 지식과 경험이 필수이다. 따라서 자격증 보유 혹은 취득 예정 여부와 별개로 행동과학(Behavioural Science) 전공으로 전문학사 이상의 학위나 유아교육 혹은 아동발달학 전공으로 학사 이상의 학위와 경력이 구인 시 높이 평가되는 부분이다.

캐나다 내에선 다양한 컬리지(전문 대학교)나 대학에서 4년제 학위 이외에도 속성으로 취득할 수 있는 관련 과정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폭넓게 자원봉사를 하며 경력을 올릴 수 있는 관련 기관들이 대체로 많은 편이다. BACB에서 제공하는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더라도 캐나다에서의 학위와 경력만을 통해 같은 행동치료사 포지션으로 취업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ABA/IBI 분야로 취업을 준비할 시엔 특수교육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포함한 국내 경력, 유아교육 관련 학위, 경력과 자격증이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BACB가 국제 공인 기관이다 보니, 북미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BCaBA나 BCBA자격증의 경우 응용행동분석학이나 행동과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학위 이상의 자격 요건이기 때문에 특수교육 분야에 입문하는 경우라면 기본 1500시간 이상의 긴 수련시간에 부담이 따를 수 있으나, RBT 자격증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이상, 40시간의 온라인 트레이닝 코스와 자격검사, 온라인 코스를 토대로 한 시험을 통과하면 취득이 가능하기에 취득 과정이 간소한 편에 속한다. 또한 RBT 역시 BACB에서 제공하는 자격증으로 국제 공인 자격증이기 때문에 한국과 캐나다를 포함, 타국으로의 특수교육 취업 시에도 자산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및 전망


선천적으로 ASD를 포함한 발달 장애를 진단받은 많은 아이들에겐 정상인은 너무도 당연하고 쉬운 일상생활이 큰 도전이다. 감각을 수용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해서 머리를 감거나 샤워하는 것은 물론, 용변을 가리는 것과 식사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은 이유로 발달 장애 아동이 있는 가정은 정상 아동이 있는 가정과 같은 생활을 하기가 어렵다. 부모가 아이를 향해 계획하던 목표가 완전히 바뀌고 가족의 일상도 송두리째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삶을 위해서도 아이의 발달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집중 행동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질병관리 본부인 CDC(Centre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내 54명 중 1명의 아이가 ASD 진단을 받았다. 약 10년 전인 2006년의 통계엔 110명의 아이들 중 1명이 ASD 진단을 받았는데, 10년 동안 ASD를 진단받는 아동의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증가한 통계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구 방법의 변화, 진단 방법의 발전과 그에 따라 진단 속도와 비율이 높아져서 ASD 진단을 받는 아이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2018년 캐나다 보건부인 PHAC(Public Health Agency of Canada)에서도 2015년 캐나다 내 66명 중 1명의 아이가 ASD 진단을 받는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해당 통계는 진단하고 집계할 수 있었던 인원만으로 파악한 것이기에, 진단받지 못한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ASD 진단 아동 및 청소년 통계(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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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Public Health Agency of Canada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온타리오 정부에서 교육 예산과 특수교육을 지원하는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교사 파업과 시위까지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이를 고려한다면 특수교육은 재정을 포함한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이지만, ASD를 포함한 발달 장애를 진단받는 아이들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에 전문 치료사들을 향한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로 보인다.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